[독자투고] 사법시험 폐지와 유리천장(4)-누더기 된 법조인 양성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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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사법시험 폐지와 유리천장(4)-누더기 된 법조인 양성제도
  • 이성진
  • 승인 2020.03.18 10:2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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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년간 법조인력선발 및 양성의 근간을 맡아왔던 사법시험이 2017년 12월을 끝으로 폐지됐다. 평균 경쟁률 20대 1, 평균 합격률 3~5%라는 일회성 시험에 의한 선발을 지양해 고시낭인 및 다른 학부전공의 황폐화를 방지하고 교육에 의한 양성이라는 기치아래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로스쿨제도를 두고 고비용, 입시 불공정 등에 문제가 많다며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미 사법시험은 역사적 소명을 다했고 입법부가 새로운 제도를 정립한 만큼 더 이상의 사시존치 주장은 없어야 하며, 로스쿨에 문제점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익명으로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해 왔다는 한 수험생이 ‘기회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본지에 “사법시험 존치와 유리천정”이라는 글을 지난 세 번에 걸쳐 보내온 바 있다. 그가 네번째 글을 보내왔다. 내용 전문(全文)을 게재한다.
본지는 이에 대한 반박 또는 이해를 달리하는 독자투고도 열려 있음을 재차 밝힌다. - 편집자 주 -

 

기회공정(한 때 사법시험 준비생)
기회공정
(한 때 사법시험 준비생)

1. 프롤로그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2016년 2월 마지막 사법시험 1차 시험을 망친 후 고시촌을 거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 지났다. 길거리에서 선거유세 중이던 오신환 의원을 보고 가던 길을 되돌아가 절박한 마음으로 사법시험 존치를 묻던 때가 이맘때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했었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이라는 독자투고를 연재했었다. 법학과 전혀 무관한 길을 가는 시민의 입장에서 선거에 즈음해 3년 만에 4편을 투고한다.

2. 딜레마에 빠진 법조인 양성제도

(1) 로스쿨 도입했던 민주당의 ‘방통대․야간로스쿨 도입’ 총선 공약

2016년 사법시험 존치운동 방법 중 하나는 총선을 앞두고 사법시험 존치를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한 국회의원 지역구를 찾아가 주민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 해당 국회의원이 ‘서민의 사다리’를 없애려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사시수험생이 집회를 하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며 어르고 달랬고, 어떤 국회의원은 사법시험 낙방한 것을 조롱하듯이 훈계하기도 했었다. 일부 사법시험 수험생은 우회로라도 열어달라며 방통대‧야간로스쿨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었다. 언감생심(焉敢生心)으로 생각되던 우회로를 집권 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조국 사태’로 민주당의 공정사회에 대한 외침이 공염불(空念佛)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2) 민주당의 ‘방통대․야간로스쿨 도입’ 총선 공약이 공약(公約)일 경우

민주당은 방송통신대·야간 로스쿨 도입시 각 정원을 100명씩 모두 200명 이하로 하되, 현재 로스쿨 정원과 사회적으로 적정한 변호사 수를 합리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만약 이 총선 공약을 실제 이행한다면 방통대와 야간로스쿨을 입학할 수 있는 연간 200명에게는 법조인의 꿈을 꾸며 법학을 공부할 수 있는 티켓이 주어질 것이다. 그렇게라도 기회가 조금이라도 확대될 수 있다면 진입장벽의 측면에서는 문턱을 살짝 낮출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법조인이 되기 위한 학습권을 쟁취할 수 있는 로스쿨의 입학정원은 크게 늘지 않기 때문에 로스쿨 제도의 기회불공정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오탈(五脫-변호사시험에 5회 탈락한 것을 이르는 은어)이라는 기형적인 제도의 희생양은 더 많아질 것이다.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를 위해 로스쿨 인가대학과 총정원을 제한하고 연간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제한하기 위해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75%(1500명)’ 이상으로 합격자 수를 결정했는데, 변호사시험 합격자와 오탈자 수는 모두 증가하며 로스쿨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자신들 이해관계에 따라 셈법은 복잡해졌다. 민주당의 이번 총선 공약이 공약(公約)이 된다면 거대한 기득권이 된 로스쿨이라는 거함(巨艦)에 승선하게 될 200명은 이 복잡한 셈법의 행복한 또는 불행한 당사자가 될 당사자적격(當事者適格)을 갖추게 될 것이다.

(3) 민주당의 ‘방통대․야간로스쿨 도입’ 총선 공약이 공약(空約)일 경우

2017년 5월 4일 대선을 닷새 앞두고 한 수험생이 양화대교에 올라가 대선 후보들에게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며 목숨을 건 읍소(泣訴)를 한 바 있다. 5월 4일 밤늦게까지 현장에 있다가 귀가 후 새벽 동이 트기 전 다시 갔을 때까지 그 수험생은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외로운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었다. 5월 5일 어떤 후보는 현장에 와서 사법시험 존치를 약속하겠노라며 내려오라고 설득했으나, 어떤 후보는 일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각 후보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기에 반응에 대한 평가는 중립임을 부연한다). 3년 전 그 날의 기억이 상기되는 이유는 정치인의 공약이 얼마나 이행되기 어려운지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법조인 양성제도는 복잡다기(複雜多岐)한 정치현안 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먹고 살기 빠듯한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기에는 생계와 직접 관계가 없기에 중요한 현안으로 신속하게 처리하기 쉽지 않다. 법조인의 꿈을 꾸는 희망고문만 당하고 토사구팽 당하는 우(愚)를 다시 범하지 않을까하는 것은 기우(杞憂)가 아닐지 모른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정유라 사태’로 촉발되었던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반칙에 대한 분노’를 문재인 정권도 답습(踏襲)했을지 모르고 ‘보수나 진보나 진배없이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중도층의 불만과 지지세력의 실망을 잠재우기 위한 공정사회 공약의 양념 정도로 이용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왜냐하면 로스쿨이 2019학년부터 취약계층의 입학 기회 확대 등을 위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각 학교 입학자의 7% 이상을 특별전형으로 선발하도록 한 결과 전체합격자의 7.49%를 취약계층으로 선발한 상황에서 입학정원을 고작 200명 늘리는 것이 법조인이 되기 위한 기회공정 측면에서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4) 누더기 된 로스쿨 제도와 ‘도로 사법시험’으로의 회귀

2019년 12월 변호사시험 선택형 필기시험이 7개 과목에서 3개 과목으로 축소하는 법안이 입고예고 됐다. 1회 변호사시험 당시에는 선풍기를 부쳐 답안지가 가까이 있는 순으로 점수를 줬었다는 농담 섞인 채점평을 들은 바 있다. 로스쿨에 입학한 우수한 학생들의 문제라기보다는 로스쿨 학사과정을 소화하더라도 변호사시험에서 충분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로스쿨제도가 가진 태생(胎生)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언컨대 만약 사법시험이 존치했다면 변호사시험 선택형 필기시험을 사법시험처럼 3개 과목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사법시험 당시 이른바 후4법(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상법, 행정법)이라 불렸던 과목들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소화하기는 어렵기에 실무에서 중요한 기본 3법(헌법, 민법, 형법)이라도 제대로 학습하라는 배려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시 낭인’들은 없어졌을까? ‘사시 낭인’은 ‘변시 낭인’으로 대체되었고 오탈자는 2019년(변호사시험 8회)까지 총 678명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사시 낭인 보다 변시 낭인은 훨씬 더 치욕적일 것이라 생각된다. 입학할 때에는 변호사시험 정도는 단번에 합격해 응당 법조인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감이 변호사시험에서 한 번 고배를 마시며 꺾였을 것이다. 오탈에 이르면 더 이상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희망이 없기에 대인기피증이 생길 지경에 이를 정도로 심신은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될 확률이 높다.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오탈자를 보면 씁쓸하다. 그리고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오탈자 문제를 합헌 결정한 것은 사법시험 2차 시험에서 60점 이상 고득점 해본 경험자로서 비정(非情)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3. 에필로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졌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로스쿨 제도는 교수들과 일부 세력의 ‘꿀단지’가 되었다. 때론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是正)하는 용단(勇斷)도 필요하다. 소시민은 지금은 고단하더라도 내일은 또는 내 자식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며 지친 하루를 견뎌낸다. 그런 소시민의 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다. 희망을 지켜주는 정치를 소망한다.

※ 본 기고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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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2022-11-27 10:23:02
애초에 사시낭인을 없애겠다며 출범하고 오탈자라는 시스템까지 만들어놔놓고 이제와서오탈자 없애버린다면 로스쿨 도입취지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거지 심지어 이시험 합격률이 50%가 넘는데... 1회는 무려 83%였고...

ㅇㅇ 2020-03-18 20:29:16
기회공정님 오랜만 입니다^^
2차에서 60점 넘었던 법학 실력자임에도 법과 무관한 길을 가고 계시네요
법학실력은 말하지 못하고 자랑이라고는
리트점수가 전부인 밑에 댓글적은 이는 변호사시험을 칠수 있고..
부조리한 나라인것 같습니다.
사필귀정!!!화이팅 입니다!

ㄸㄸ 2020-03-18 18:28:15
문재인이나 그 주변 것들이나 다 ㄸ ㅗ 라 2 들임. 이것들에서 좋은 대안, 합리적 방안 안 나옴. 갈아 엎는 수밖에. 이미 철저하게 기득권화된 집단임.

??? 2020-03-18 14:22:55
그래서 글쓴이 리트 80점은 넘나요?

민주당의기망 2020-03-18 12:29:44
언뜻 더불어민주당이 공약하는 방통로, 야간로 공약을 보면 마치 국민이 도입하자는 방통로와 야간로스쿨을 도입하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리고 상당히 공정하게 2030 직장인을 위해 만든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방통로 역시도 온라인교육이라는것만 다를 뿐 정원제, 스펙, 100만원에 달하는 로스쿨의 접근 등 다른로스쿨과 차이가 없어 로스쿨의 폐해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 따라서 졸업정원제가 아닌 방통로라면 시행하지 않는게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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