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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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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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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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괴물이 넘쳐나는 세상


세상에 괴물이 넘쳐나고 있다. 산속의 킹콩이 나타나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바다속 식인상어 죠스가 해변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하늘에서는 우주화물선 노스트로모호에서 에이리언이 출현하여 승무원들을 죽이고 인간을 공격하더니, 영화 시피시즈에서는  외계인 DNA 합성생명체인 실이 창조되어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인다. 쥬라기 공원의 공룡떼가 그렇고, 급기야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괴물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 잉태되고 창조된다. 우리는 매일 괴물을 만들었다가 죽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 세상 모든 만물은 각기 제 역할을 가지고 존재하기에 모두들 자기를 위한 나름대로의 변명거리가 있다. 공동묘지에 어디 핑계 없는 무덤이 있다던가?


유태계 프랑스인 노스트라다무스는 1558년에 쓴 '諸世紀'라는 책에서 968편의 4행시를 썼다. 그 4행시는 한 편의 시가 네 줄로 이루어져있는데, 시마다 미래에 대한 예언을 담고 있다고 하여 예언시로 불리운다. 헤브라이어를 비롯하여, 희랍어 및 라틴어 등에 정통하였던 노스트라다무스는 또한 의학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예언시를 통해 자신의 죽음뿐만 아니라 자신의 후원자였던 앙리 2세의 죽음, 생바르텔미의 학살과 프랑스혁명 나폴레옹의 출현까지 모두 그 예언대로 되었다고 하여, 그의 예언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1904년에 영국의 소설가 콘래드는 노스트로모라는 소설을 발표하였다. 가공의 남아메리카 국가에서 이상주의와 냉소주의, 그리고 인간의 잔인성을 통해 인간의 관념적 도덕성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Nostrum이라는 단어는 가짜특효약, 만병통치약, 문제해결의 묘책, 사회악이나 정치악을 없애기 위한 비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영어단어이다. 단어가 상징하고 있듯이, 사실은 해결책이 없으면서 해결책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이다.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어디 있겠으며, 요즘같이 복잡한 세상에 사회악과 정치악을 한꺼번에 없애버릴 수 있는 비책이 어디에 있겠는가 말이다.


콘래드가 노스트로모라는 단어의 어원을 어디에서 찾아 사용하였는지 알 수 없으나, 아마도 Nostrum과 Nostradamus에서 힌트를 얻지 않았을까 혼자 미루어 짐작해 본다. 점성가이자 예언가인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시와 만병통치약이나 사회해결사의 기능을 상징하는 노스트럼에서 노스트로모라는 단어를 조합해, 인간이 헤어날 수 없는 극한상황 속에서 인간의 도덕과 지성이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극단적 이기주의와 냉소주의 앞에서 얼마나 처절하게 망가지는가를, 해결될 수 없는 한계상황을 폭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을 뿐이다.


그 소설 속에 나오는 가공의 남아메리카의 어느 한 나라를 우주로 옮겨놓은 영화가 에이리언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1979년에 영화 에이리언을 만들면서 우주선의 이름을 노스트로모호라고 명명한 것이 콘래드 감독의 소설에서 힌트를 얻어서였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외계에서 귀중한 광물을 지구로 옮기는 노스트로모호는 운행 중 우주공간에서 정체불명의 파괴된 우주선을 발견하게 되고, 호기심에 사고조사를 하러 파괴된 우주선에 옮겨 탔다가 만난 에이리언이라는 우주괴물이 인간의 몸속으로 침투하여 새끼를 부화시킨다. 그 새끼가 부화하여 사람의 몸을 뚫고 나오면서 사람을 죽이면서 자신은 새로운 생명체로 살아가는데, 수사관들이 추적을 하지만 죽일 수가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다는 내용의, 몰론 최후에는 인간이 승리한다는 그럴 듯한 가공의 SFX영화이다. 에이리언 시리즈까지는 외계의 자연적 생명체가 인간을 침공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로저 도날드슨 감독에 의해 1995년에 개봉된 영화 시피시즈에 이르면 드디어 인간이 외계 생물의 DNA를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외계인으로부터 수신하여 인간 스스로 합성작업을 통해 반인간 반외계인인 아기를 탄생케 하여 그를 Sil이라고 명명하는데, 그 어린 아이의 가공할 힘을 알게 된 연구진이 그녀를 죽이려 하나 오히려 방탄벽을 뚫고 나간 후 급속하게 어른으로 자란 실이 남자들을 무차별하게 죽이고 사라지자 그녀를 추격하는 연방수사요원들과의 쫓고 쫓기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영화이다. 마지막에 실은 기름 구덩이에 빠져 죽지만, 그녀의 세포 하나가 살아남아 쥐와 합성하여 새로운 쥐로 태어나는 것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그 쥐가 넘쳐나고 있다. 그 쥐는 레바논을 침공하여 무차별적으로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처참하게 살육을 벌리고 있는 이스라엘일 수도 있고,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는 미국일 수도 있다. 정부시책을 무비판적으로 비판하는 대형 언론사일 수도 있고, 노동자들의 이익을 착취하는 악덕 기업가일 수도 있다. 법조비리를 저지르며 범인들과 흥청망청한 판검사일 수도 있고, 국민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지 못하는 정부일 수도 있고, 국회일 수도 있다. 불량식품을 만들어내는 불량식품업체일 수도 있고, 음란 퇴폐물을 양산해내는 도색업자일 수도 있다. 국민을 사행심으로 몰고 가는 성인 도박장일 수도 있고,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복부인일 수도 있다. 신의 진실을 가르치기에 앞서 사리사욕에 눈이 멀고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혀있는 종교단체일 수도 있고, 교통법규를 위반하고서도 히히덕덕거리는 나일 수도 있고, 너일 수도 있다.


괴물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과연 그 괴물을 퇴치할 영웅이 영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혜성처럼 나타날 수 있을까? 넘쳐나는 괴물을 한 방에 날려 보낼 Nostrum이 있기는 한 걸까? 결론은 한 마디로 말해, 없다.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 괴물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괴물이라고 불리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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