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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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와 너
  • 송기춘
  • 승인 2020.02.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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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상이 흉흉하다.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고 버스나 지하철을 탄 사람들은 다들 마스크를 하고 있다.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옆에 있는 사람의 불편해 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수가 날마다 몇 백 단위로 증가하고 사망자도 계속 나온다. 감염자가 최소 3만을 넘을 거라는 말도 들린다. 공공건물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출입금지라는 공고가 붙어있고,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어느 지역을 봉쇄하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특정한 종교단체를 해산하라는 청원에도 수십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입국하자마자 기숙사에 격리되어 생활하고 있다. 학교의 새 학기 수업 시작이 늦춰지고 있다.

사람들 모두가 세상의 문제와 다른 사람의 아픈 것에 이처럼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흔치 않다. 대부분 다들 자기 앞가림하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남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대개 그것이 자기에게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이다. 이번 사태는 아픈 사람에 대한 연민이나 걱정도 있지만 자기가 감염되어 아프게 될 염려 때문이 클 것이다. 두려움이다. 매년 사망자가 몇 천을 넘는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무감하면서도 코로나19에 대해 이처럼 민감한 것은 그것이 내 건강과 생명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감염자에 대한 비난도 가해진다. 특히 그 행태가 사회적으로 문제되던 종교단체의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감염이 되면서 더욱 그렇다. 그 종교단체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무려 80만 명 이상이 서명을 하였다. 앞으로 남은 청원 기간 동안 서명자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미운데 단단히 미운 짓을 한 꼴이기 때문이다. 혐오는 그 상대방을 위축시키고 숨어버리도록 하므로 감염병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청원 서명자의 수를 보면 그런 말이 무색하다. 형사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종교집단이라면 그 행태에 대해서는 수사하고 법적 권한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병원균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자들로 의심된다. 예방은 과도해서 나쁠 게 없다지만 전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심지어 사람을 만날 때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걸 보면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아니길 바라지만 당분간 확진자가 지금보다 더 증가한다면 마스크를 더 벗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곧 개강을 하게 되면 강의할 때 마스크를 쓰고 해야 하지 않을까 염려한다. 파악된 감염자 이외에 감염 확진자가 더 나오지 않게 될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게 맞나 의문을 가지면서도 다른 사람 불편하게 할까봐 남들과 다르지 않은 방식을 따르게 된다.

법은 사람을 독립된 개인이라고 하지만 사람은 그 뿌리에서 연결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누군가 아프면 그 아픔이 나와 무관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내 아픔도 다른 사람에게 무관할 수 없다. 특히 이러한 감염병을 겪고 있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모두 제 각각 자기의 삶을 살아가지만 다른 사람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 되고, 내 아픔이 다른 사람의 아픔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나와 너는 둘이 아니다.

하지만 남의 행위나 태도가 내게 미치는 영향을 과도하게 평가하여 통제의 근거로 삼으면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복지국가는 사람의 삶의 환경을 일정한 수준에서 보장해 주지만 구성원 대부분이 동의하고 설정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면에서 삶의 방식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 사회의 안전이 강조되고 집행권이 남용되면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안전에 대한 권리가 당연한 것 같지만 그에 대해 비판이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감염병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가장 예방적인 조치를 하는 게 옳고, 심지어 도시 하나를 봉쇄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한다고 해도 인권의 관점에서 고민할 여유를 조금은 가져야 한다. 어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기대한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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