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코로나19가 바꾼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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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로나19가 바꾼 것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2.28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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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온 나라,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있다. 처음 코로나19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이렇게 심각한 사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수지만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하다가 며칠 소강상태를 보였을 때 이제 슬슬 상황이 정리되나보다 하며 안심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안일한 태도가 아니었나 싶다. 큰 사고나 건강상의 위협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상황은 넓은 의미에서 전염병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좀비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실성 없는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무서운 것은 굳이 보고 듣거나 상상하고 싶지 않은 심리도 반영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웰메이드 한국형 좀비영화라고 호평을 받으며 크게 흥행을 했던 부산행도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에 보지 않았던 겁쟁이니 말이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공인회계사 1차시험장에 취재를 나가면서 코로나19 사태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늘 그렇듯이 여유 있게 시험장에 도착해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고 있는 동안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며 취재 준비를 하려고 하던 기자의 눈에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 들어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색의 방균복을 뒤집어 쓴 사람들이 시험장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는 사람 하나하나의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를 하고 있었던 것. 처음에는 낯선 풍경에 당황한 나머지 반사적으로 돌아서서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여느 해에 비해 따뜻하다고는 해도 충분히 추운 날씨를 버틸 재간이 없었기에 외계인 못지않게 낯선 위화감을 견디는 쪽을 선택하고 시험장 건물로 들어갔다.

바로 그 날 위기 경보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됐다.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발생한 거대한 후폭풍은 어느새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할 집조차 안전하지 못한 장소로 만들었으며, 그 자체가 일상이자 일상을 꾸리기 위해 굳건히 유지돼야 할 생계의 현장을 공포로 채웠다.

일상을 망치기 시작한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국가의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안에서 공포와 불안감에 빠진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미워하며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결국 사상 초유의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1차시험 연기가 이뤄졌다. 같은 날 예정돼 있던 변리사 1차시험도 5급 공채와 같이 4월 이후로 연기됐다.

기자는 이번 연기 결정이 나기 전부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동시에 수험생들의 여론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시험이 일정대로 강행되든 연기되든 가장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수험생들이기에 그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수험생들도 강행파와 연기파로 나뉘어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코로나19에 대한 통제 및 관리에 대해 충분히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를 꼬박 한 교실, 한 건물에 갇혀 시험을 치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말이다. 하지만 언제 상황이 좋아질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시험을 연기하는 경우 수험 준비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도 자명하다.

연기가 결정된 현재, 강행파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4월 이후 1차시험 실시라는 막연한 정보로는 수험 계획을 제대로 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험의 연기 자체는 수험생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고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수험생들에게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시험을 일정대로 치르기를 바랄 정도로 ‘합격’이 정말 중요하다. 인사처 및 연기가 결정된 모든 시험의 관계자들은 수험생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차후 일정을 공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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