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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15) / 내부 조사는 왜 실패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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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15) / 내부 조사는 왜 실패 하는가
  • 박준연
  • 승인 2020.01.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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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기업을 대리하여 내부 조사를 실시하는 변호사들은 관련된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탐정과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여러 모로 조사를 하여 잘잘못을 따진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그러면 어떠한 요인 때문에 내부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게 되는가. 내부 조사가 종결된 후 주요 사실 관계가 보다 자세히 밝혀지는 경우, 당시에는 미지의 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는지에 기반하여 내부 조사를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또 드물지만 다른 로펌에서 진행하던 내부 조사를 맡아 새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내부 조사 방식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부족한 문서 보존, 수집 조치

외부 로펌에서 내부 조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하는 경우, 문서 보존 조치를 빠뜨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문서 보존 조치를 취하는 경우에도 그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관련된 사내에서 어느 범위에까지 증거 보존을 통지(document preservation hold) 하고, 누구로부터 문서를 수집(document collection) 할지 하는 문제는 변호사가 해야 할 최소한의 고민이다. 그리고 내부 조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사실을 파악하면 그 내용에 따라 문서 보존과 수집의 범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후 내부 조사의 주요한 단서를 얻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조사의 내용이 정부나 외부 기관의 조사 대상이 되는 경우, 증거 인멸의 의심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조사 결과의 예단

많은 경우 사실 관계 조사는 내부 고발이나 정부 기관을 비롯한 외부의 문의, 소환장(subpoena) 등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내외부의 문제점 지적에는 어느 정도 해당 기업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이 전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내부 조사를 진행하는 변호사는 이러한 내용을 핵심적인 정보로서 고려하면서도, 조사 결과를 예단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정부 기관이나 다른 외부 기관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도, 그에 따라 최소한의 내부 조사를 거쳐 정부 기관과의 화해(settlement)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쉬운 해결책으로 선택하기 쉽다. 특히 클라이언트가 빠르고 쉬운 해결을 원할 때는 그러하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강력하게 원할 때라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클라이언트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 정부에 대해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을 인정하는 경우, 위반과 관계된 다른 정부 기관, 다자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는 경우 다자 개발 은행의 추가 조사, 제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불충분한 문서 리뷰와 포렌식 분석

많은 경우 내부 조사는 수집한 문서를 리뷰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문서 리뷰에는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므로, 수집한 문서를 어느 정도 리뷰할지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모든 내부 조사에서 수집한 문서를 모두 샅샅이 검토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추정되는 문제에 상응하는 노력과 비용을 들여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예상되는 문제가 심각하고 광범위한 경우, 그에 따라 많은 전, 현직 직원(custodian)들로부터 대량의 문서를 수집하게 된다. 대량의 문서 리뷰를 위해서는 AI를 이용한 문서 리뷰(technology-assisted review)를 이용하여 최우선적으로 리뷰할 문서를 선정하여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다. 다만, AI가 변호사의 개입 없이 자동적으로 중요한 문서를 식별할 능력을 갖출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AI에 사안의 내용에 대한 인풋을 어떻게 제공하는지, 새로운 사실의 파악에 따라 새로운 정보는 어떻게 AI 리뷰에 반영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불충분한 인터뷰

통상적으로 문서 리뷰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 증인(대부분의 경우 회사 임직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문서 리뷰와 마찬가지로 내부 조사 인터뷰 역시 변호사의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문서로 명확하게 확인된 부분을 하나하나 인터뷰로 확인할 필요가 없는 한편, 문서화되지 않은 내용은 면대면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필요도 있다. 또 내부 조사를 바탕으로 관련된 위반에 개입한 임직원에게 인사상 조치를 취하는 경우에는, 인터뷰는 이들에게 설명과 해명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다. 인터뷰의 대상을 결정하면 증인 한 명 한 명에 대한 인터뷰 계획을 세운다. 흔히 아웃라인이라고 부르는 질문지 초안도 만든다. 이는 어디까지나 초안이고, 인터뷰를 시작하여 사실 관계를 보다 자세하게 파악함에 따라 이후 인터뷰에서 물어볼 질문, 확인해야 할 사항은 바뀌게 된다. 이 과정이 소홀하거나, 역할을 분담하여 인터뷰를 하는 경우 팀 내에서의 인터뷰 결과 공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인터뷰를 통해 충분한 조사를 하기 어렵다.

증인과의 신뢰 관계 구축 실패

증인에게서 정보를 얻는 스타일은 변호사마다 다르다. 친근하게 접근해서 증인이 긴장하지 않도록 하는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건조하게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변호사도 있다. 드물게는 기본적으로는 친근하게 접근하되, 증인의 태도에 따라 질문 방식을 바꾸는 선배 변호사도 있었다. 어떤 방식을 택하건, 법적으로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업존 경고(Upjohn warning)를 실시하여, 인터뷰를 진행하는 변호사가 증인 개인이 아니고 회사를 대리하며, 인터뷰 내용은 변호사-의뢰인 간의 비밀 유지 특권으로 보호되지만 회사가 그 특권을 포기하고 제3자에게 내용은 공개할 수 있다는 명확한 설명을 해야 한다. 이외 동시에, 내부 조사는 증인들의 협조 없이는 필요한 정보를 도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하여 최소한의 신뢰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증인이 부당하게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 증인에게서 협조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문화의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

인터뷰가 끝나면 변호사는 인터뷰 질의 응답 내용을 정리하고 증언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내용인지 평가한다. 이 때는 증언의 내용뿐 아니라 증인의 태도도 고려한다. 국제적 업무를 수행하는 많은 변호사들이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갖는 경우가 많지만, 인터뷰시 증인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예컨대 한 문화권에서 겸손한 태도는 다른 문화권에서는 내용에 대해 자신이 없거나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에둘러 말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에 앞서, 영어 질문에 대해 우리말로 답을 하는 경우, 유능한 통역이 우리말을 영어로 옮기더라도, 통역의 과정에서 미묘한 뉘앙스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이유로 해당 증인의 언어, 문화에 친숙한 변호사가 인터뷰에 참여하는 것이 인터뷰의 종합적인 이해와 평가에 도움을 준다.

적용 법률에 대한 이해 부족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의 경우, 내부 조사의 대상이 되는 이슈는 여러 국가에서 법률 위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 공여와 관련해서는 OECD에서 각국의 법제를 어느 정도 수렴하고 통일하려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으나, 국내 부정행위에 대해 규율하는 법제, 관할권 적용 여부 등은 국가에 따라 다르다. 그때문에 내부 조사 과정에서는 복수의 법률 전문가들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사실 관계를 충분히 공유하고 한 국가에서의 결정이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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