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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검찰 힘빼기, 개혁인가 개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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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검찰 힘빼기, 개혁인가 개악인가
  • 최진녕
  • 승인 2020.01.17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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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2020년 1월 13일, 경찰은 이날을 ‘경찰 독립의 날’이라 부르고, 검찰은 ‘검찰 대학살의 날’이라 불렀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2건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고, 이로써 실질적인 수사의 주도권이 검찰에서 경찰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 법안들은 정부이송 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포된 때로부터 6개월 이후 1년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시점에 시행될 예정이다. 2020년 6월 이후 형사사법체계의 대격변이 시작되는 셈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정부수립 후 검찰의 독점적인 권력이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직접수사범위를 축소시킨 것이다. 검찰청법을 개정하여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 및 경찰공무원의 범죄로 축소했다.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검찰이 인지한 부패범죄 등 위에 열거 범죄가 직접 관련성이 있는 경우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경찰에게는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과 경찰 간의 관계를 기존의 복종관계가 아닌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대해 상호 협력관계로 설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영장과 관련하여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관계로 경찰의 영장청구권 대신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이 거부되었다고 판단하면 경찰이 이에 대한 심의를 요구할 수 있는 영장심의위원회가 각 고등검찰청에 신설되게 되었다. 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기존의 경우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가 적법한 형식절차만 거치면 피의자의 부인에도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었으나, 경찰조서와 마찬가지로 피의자 및 변호인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만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도록 개정했다(공포 후 4년 내 시행 예정). 이로써 이전에 통과된 공수처 신설 법률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입법은 완료되었다.

일반 시민입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더 이상 폭행, 절도나 강도, 교통사고 등 일반 민생범죄에 대해 피해자들이 검찰에 고소할 수가 없게 된다. 검찰이 부패범죄 등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이다. 사기, 배임, 횡령 등을 경제범죄로 봐서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범죄피해자들이 검찰에 직접 호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실무가 입장에서 볼 때 경찰이 고소사건에 관하여 독자적 수사종결권을 행사하면서 불송치 결정을 할 경우 어떤 절차를 거쳐 불복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법원에 재정신청을 허용할 것인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할 수 있는지도 알려진바 없다. 민생 관련 고소를 경찰이 “밟아서” 종결해 버리면, 피해를 회복할 방법이 없게 된다. 지역 유지와 경찰이 유착될 경우 그 폐해는 결국 국민, 특히 서민에게 돌아간다. 경찰이 강남 유흥업소와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버닝썬 사건' 같은 일이 전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인권보호를 명목으로 검찰의 개혁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서민의 인권이 축소될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반면 권력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한마디로 ‘신났다’로 정리된다. 공수처 설치에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까지 완료하면서 '검찰 힘 빼기'를 완료한 현 정권에 대한 비리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앞서 검찰로부터 고위 공직자 수사권을 빼앗아 공수처로 넘기는 공수처 설치법을 통과시켰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관련 사건을 정권의 유불리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이 해온 것 같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앞으로는 불가능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 염려되는 것은 과거 검찰처럼 경찰이 '권력의 시녀'가 될 수 있는 점이다.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 즉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서 경찰이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앞으로 보게 될 사건의 ‘미리 보기’편이다.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이 야당의 공천장을 받는 날 경찰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결국 대통령의 30년 친구가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경찰의 수사는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당시 수사 책임자인 울산 지방경찰청장은 자신의 고향인 대전지방경찰청장으로 영전했고, 최근 대전에서 국회의원 출마선언을 했다. 반면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하명수사 의혹 사건으로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르자 청와대는 해당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켜버렸다.

이번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12만 명의 거대한 조직, 국정원을 능가하는 정보력과 함께 독자적인 수사권이라는 도깨비 방망이까지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찰을 통제한 제도적 장치는 찾을 수 없다. 정부가 당초에 만든 수사권 조정안에는 자치경찰제 실시,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 정보경찰 축소 등 경찰 권력 통제방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을 명목으로 이 부분을 슬며시 빼버린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는다며 경찰의 수사권 남용 가능성을 키운다면 이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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