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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변호사시험 석차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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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변호사시험 석차 공개하라”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1.14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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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교육 형해화 등은 저조한 합격률 때문”
“취업 과정에서 석차 활용할 실질적 이익 있어”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석차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제8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정모 변호사는 지난해 4월 26일 법무부에 자신의 석차 정보 공개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5월 3일 “자격시험인 변호사시험 제도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과도한 득점 경쟁으로 교육이 황폐화되거나 사법시험 제도의 폐해가 재현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거부 처분을 했고 정 변호사는 이에 불복,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일 법무부의 거부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 정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의 주장과 달리 로스쿨 교육 형해화의 원인은 변호사시험 성적이나 석차의 공개가 아닌 변호사시험의 저조한 합격률 때문이며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취업 과정에서 경쟁의 투명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석차 공개의 필요성이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변호사시험 석차 정보는 특정 변호사시험이 시행돼 합격자 결정까지 마친 뒤 시험 결과에 관한 정보이므로 변호사시험 자체나 그에 대한 평가행위 등의 공정한 업무 수행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일 법무부의 변호사시험 석차 공개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사진은 제9회 변호사시험이 시행된 한양대 제1공학관 시험장.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일 법무부의 변호사시험 석차 공개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사진은 제9회 변호사시험이 시행된 한양대 제1공학관 시험장.

다만 “변호사시험 제도는 도입 취지와 목적, 시행, 합격자의 결정 등에 있어 로스쿨 제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므로 변호사시험 제도의 취지도 변호사시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서 추구할 내용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즉, 변호사시험 석차 공개가 로스쿨 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험이 이미 종료된 후의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장래 변호사시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

먼저 로스쿨 제도의 취지와 관련해 재판부는 “특정 변호사시험의 시행 결과에 관한 정보인 석차의 공개가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의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만한 뚜렷한 근거가 제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호사시험과 로스쿨 교육과정의 유기적 연계성은 변호사시험 응시자를 로스쿨의 석사학위 취득자 및 예정자로 제한하고 변호사시험 과목 선정 및 출제 시 로스쿨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이루어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변호사시험 석차의 공개가 로스쿨 교육과정과 변호사시험의 유기적 연계나 로스쿨 도입 취지를 고려한 합격자 결정의 기본 골격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변호사시험 석차가 공개되는 경우 과다한 경쟁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이 형해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로스쿨 내의 충실한 교과과정의 운영 및 엄정한 학사관리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석차는 변호사시험 성적에 의해 산출되는 부수적인 정보에 해당하고,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된 후 좋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과도한 경쟁, 변호사시험 성적에 따른 서열화, 로스쿨에서의 특성화 교육의 형해화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오히려 위와 같은 문제점들은 본질적으로 변호사시험의 낮은 합격률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기 때문에 석차를 공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는 법무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사시험법이 명확히 자격시험임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법무부 스스로 기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및 합격률, 법조인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합격점수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변호사시험을 순수한 자격시험으로 운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변호사시험이 의사국가시험 등과 같이 실질적으로 자격시험으로 운용된다면 합격자 석차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이고 정보공개에 관한 욕구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변호사시험의 실질이 자격시험이 아님에도 합격자 석차를 비공개함으로써 자격시험적 요소를 갖추고자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에게 석차 공개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도 판결에 반영됐다. 변호사시험 외에 모든 로스쿨에 공통된 객관적 평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변호사시험 석차는 법조 직역 진출이나 취업에서 객관적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이 선호하는 대형 로펌 등의 채용현황이나 로스쿨 재학생들이 취업에 더 유리한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다시 법학적성시험에 응시하는 사례 등을 보면 로스쿨 사이에 명문대와 비명문대, 수도권대와 지방대라는 편견에 따라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평가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변호사시험 석차를 공개함으로써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법조 직역 등에 진출하는 데 경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원고는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기울여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변호사시험에서 얻은 성과인 이 사건 정보에 대해 알권리가 있고 변호사시험 석차 정보를 법조 직역으로 진출하거나 그 밖의 취업 과정에서 활용할 실질적인 이익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반면 변호사시험 석차 정보의 비공개로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과 운용, 변호사시험의 적정하고 공정한 수행이라는 공익이 유지·실현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그러한 공익을 일부 인정할 수 있더라도 그 공익이 원고의 사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초 변호사시험법은 변호사시험 성적을 원칙적으로 비공개하되 불합격자에 한해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성적 공개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었으나 지난 2015년 6월 25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2011헌마769 등)이 내려지면서 모든 응시생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성적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도 1년으로 연장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다만 부칙을 통해 개정법 시행 전 합격자의 경우는 청구 기간을 시행일로부터 6개월로 제한했는데 이 또한 2017년 12월 12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2017헌마1329)으로 효력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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