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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트럼프의 폭력, 문재인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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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트럼프의 폭력, 문재인의 문화
  • 오시영
  • 승인 2020.01.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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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1월의 비는 따뜻하다. 1월의 비는 추위에 떠는 이들에게 봄의 생명력을 미리 선물한다. 여전히 1월의 추위는 우리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1월의 비는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우리 모두에게 밟히기만 하는 저 땅 밑 어딘가에 있을 생명은 저 1월의 겨울비에 첫 생명의 심호흡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신비가 느껴져 오는 1월의 비는 그래서 반가웠다. 지난 7일, 강원 영서 지역에 역대 최댓값의 비가 내렸다. 춘천에 30.6mm, 영월과 정선에 각각 33.7mm와 33mm의 비가 내려, 1966년 기상관측 이래 1월중 하루 최대량의 비가 내렸다. 겨울이면 동토의 땅이 되는 강원 영서 지역에 1월의 비가 역대 최대로 내렸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다. 기후 온난화의, 두려움의 예고편인지, 아니면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라는 선각자적 깨우침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1월의 비로 마음이 따뜻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겨울눈과 겨울비 사이,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동토와 생명의 발아가 느껴지는 꿈틀거리는 지축의 울림 사이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새해 열흘간을 되돌아본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새해를 생명의 파괴로 시작하고 있다. 반면에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의 메시지, 문화예술의 위대성 설파로 시작하고 있다. 아주 극명한 대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지난 3일,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를 이라크 공항에서 임기 표적(Target Of Opportunity) 방식으로 드론을 통해 암살하였다. 우리나라의 합참의장이나 참모총장에 해당하는 이란 최고 군부 실세를 타겟 살해한 것이다. 미국 CNN 방송보도에 의하면, 계획 표적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드러나는 긴급 표적을 순간적으로 가해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나라도 타국을 방문한 정부의 정식 군대의 총사령관을 암살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는 것은 국제법에 저촉되는 범죄행위라는 점이다. 아무리 이란이 미국의 대외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더라도, 선전포고에 의해 이루어지는 정식 전쟁 중이 아닌데, 외교적 목적으로 타국을 방문한 정규군 최고사령관을 암살하는 것은 이것이 바로 테러행위인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적 테러를 범죄행위라고 비난하며 이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도 정작 자신이 그 테러 명령의 최고책임자가 된 사태가 이번 거셈 솔레이마니에 대한 드론암살테러이다.

이란이 이에 대하여 즉각 군사대응에 나선 것은 주권독립국가로서 당연히 취할 수 있는 태도로 보인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8일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대하여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하여 미국의 암살행위에 대하여 반격을 가하였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은 끝이 아니며 앞으로 계속 지속될 것임을 천명하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우방이 미국의 반격에 가담할 경우 그들의 영토가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며, “만약 아랍에미리트에 주둔 중인 미군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아랍에미리트는 경제와 관광 산업에 작별을 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두바이 등을 포격할 수 있음을 천명하였다. 세계전략가들은 이란이 미국의 위 암살작전에 대한 반격으로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폭격하였지만, 의도적으로 주요시설을 피해 폭격함으로써 살상 등을 최소화함으로써 미국에 협상의 여지를 안겨주었다고 촌평하고 있다.

미국은 처음에 즉각적인 무력대응에 나설 것을 경고하였고, 주한미대사도 우리 정부에 관해 이란 석유 공급 주요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수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우리 한국군의 파병 의사를 타진하는 등 우리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중동, 특히 이란으로부터 고품질의 석유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지만, 이로 인해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고 금값이 오르는 등 우리 경제에도 어두운 영향력이 가해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의 폭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인명피해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평가한 듯 무력대응보다는 원유 수출 차단 등 이란의 돈줄 죄기에 나설 뜻이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란의 최고 정치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우리는 미국의 뺨을 때려주었다.”라며 자신들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폭격을 정당화하며 이란 국민의 단결과 결속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지난 5일 이란도 자체적인 핵개발에 나서겠다며, 미국과의 협상에 의해 중단했던 핵개발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나아가 미국이 추가 공격을 감행한다면 미국 본토를 폭격하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이란에서 미국 본토까지의 거리가 11,650킬로미터이기 때문에 현재 2천 킬로미터 사정거리 정도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이란으로서는 난망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란 국영 방송은 이란 국민 8천만 명이 1달러씩 성금을 모아 트럼프를 살해한 애국자(?)에게 포상금으로 주자고 공공연히 방송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시도를 부추기고 있다. 폭력은 폭력을 불러 올 뿐이다.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이는 하질(下秩) 중의 하질이다. 동네 양아치들 수준의 문제해결방법인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테러를 가장 혐오한다고 하면서 스스로 테러범들이나 저지를 테러를 통해 이라크 방문 중인 이란 정규군 최고군사령관을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우리에게 한미군사동맹이 중요하지만, 잘못된 것에 대하여 맹목적으로 미국을 추종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당장 원유 수입에 차질이 생기고, 호르무즈 해협 수호를 위한 한국군 파견이라는 현실적 난제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업적이라 자랑해 온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더욱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고, 이란과의 전쟁 위험 고조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마당에 미국 내에서도 전쟁 확전은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젊은이들이 “이러다 내가 전쟁터에 차출되어 나가는 거 아냐?”하는 불안감에 전쟁과 군입대가 최고 검색어가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며, 한 지도자의 오판이 얼마나 부정적 파급 효과를 가져 오는지 새삼 깨우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 개최된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우리가 우리의 수준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라며 우리 국민이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볼 것을 주문하였다. 나아가 “우리 문화는 세계가 찬탄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하며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자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지금 전 세계가 극우주의나 포퓰리즘의 부상(浮上) 때문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데,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문화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전 세계가 경탄하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하여도 된다고 말하였다. 나아가 “아직 많은 분들이 고정관념처럼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아주 성장했지만 문화·민주주의·시민의식은 아직 멀었다”고 하거나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 됐지만 나머지 분야는 아직도 후진국이야”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라고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우리 국민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 역량, 대한민국의 역량을 더 이상 폄훼하지 말고 “우리는 경제 뿐 아니라 문화예술에 있어서도, 민주주의에서도, 또 우리 시민의식에 있어서도 경제력 못지않게 아주 자랑스러운 나라가 돼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하며 살면 좋겠다”라고 힘주어 강변하였다.

그러면서 구체적 사례로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함께 수상한 것에 대해 한국 영화 100년의 저력 아니겠느냐고 칭찬하면서, 아세안 정상들과의 회담 시 나눈 환담 중 태국 총리가 퇴근 후 관저에서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든지, 베트남 총리가 베트남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 방영 시간이 되면 붐비던 거리가 한산해 진다고 말한 일이라든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문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때 방탄소년단과 꼭 함께 와달라고 했다든지, 국빈방문이 늦어지자 별도로 방탄소년단을 초청하여 공연을 개최케 하였다든지, 아랍에미리트연합을 방문했을 때 히잡을 쓴 젊은 여성들이 방탄소년단을 따라 떼창을 했다든지, 아셈(ASEM, 아시아유럽회의)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하였을 때 그 회의 호스트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임동혁 피아니스트의 쇼팽 연주를 듣고 “세계에서 쇼팽을 가장 잘 연주하는 연주가를 초대하였다”며 칭찬한 이야기들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 문화·예술은 대한민국을 빛내주고, 대한민국을 아주 자랑스러운 나라로 만들어주고 있다. 덕분에 저도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 어깨가 으쓱해진다”며 김구 선생이 독립한 대한민국이 첫째도 문화국가요, 둘째도 문화국가며, 셋째도 문화국가가 되기를 갈망하셨던 그 소망이 드디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자각하고 민족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갖자고 강조하였다. 2일의 신년사에서도 부동산투기를 어떻게든 막아 불로소득을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면서, “더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약속하였다.

새해 벽두,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을 통한 살상의 길을,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를 통한 문화국가 번성의 길을 선택하였다. 지도자의 선택은 미래를 결정짓는다.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평화”라는 한반도 평화정책의 세 기본목표 실현을 위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북미대화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사상도 “평화”요 마지막 결론도 “평화”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국민을 잘 살게 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경제지표로 나타난 28만 명의 신규 취업자 증가와 역대 최고의 고용률, 13년만의 최고 청년고용률 증가, 상용직 증가(좋은 일자리 창출), 50만 명의 고용보험가입자 증가, 대·중소기업 사이의 임금격차감소 등을 예로 들며 경제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긍정적 경제지표에 대해 일부 보수층이, 특히 가장 많은 복지 혜택과 일자리 혜택을 받고 있는 어르신 그룹이 신뢰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필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찌 보면 벽창호 수준의 귀 막고, 눈 막고, 입 막고 식의 막무가내의 반대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한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참석하여 축사한 적이 없는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대통령이 참석하여 우리가 문화민족임을 강조하며, 찬란한 문화의 소중함과 위대함, 그 파급력을 깊이 공감하며, 열등의식과 자기비하감에 젖어 있는 국민을 향해 “그러지 마세요, 우리는 위대한 문화국민입니다”라며 우리의 자존심, 우리의 자부심, 우리의 긍지를 일깨우는 강력한 메시지를 선포한 사실이 감격스럽다.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한글이라는 문자를 창조하였고, 5천년 역사 속에서 꽃피워온 빛나는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 그러한 문화예술의 혼이 경제적 성장과 함께 되살아나, 영화와 드라마, 음악과 체육 등 다방면에서 문화적 역량을 과시하기에 이르렀으니, 대통령의 말씀마따나 우리가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좀 어깨를 으쓱해도 되지 않겠는가?

트럼프와 문재인, 한쪽은 사람을 죽이는 폭력을 통해 힘을 과시하면서 자기들 국민들, 젊은이들까지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은 문화의 위대성을 설파하며 문화인, 문화국가가 되자며 평화를 주장하고 있으니, 당신은 어떻게 이 두 지도자를 평가할 것인가?

지난 8일, 대검 검사급(검사장) 고위 공무원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가 있었다.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선출직, 재량적 정치지도자에 의해 부적절한 공권력 남용의 국민적 비난을 받아왔던 임명직, 기속적, 피명령직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권 통제가 이루어졌다는 평가이다. 국민을 향한 국가권력은 최대한 자제되어야 한다. 폭력배의 폭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명직 공무원의 권한 남용은 임명권자의 인사권 행사에 의해, 선출직 공무원의 권한 남용은 투표권자인 국민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 1월의 비는 동토의 땅에 생명의 싹틈을 예비케 한다. 문화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이 글의 첫 문장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시라, - 1월의 비는 따뜻하다.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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