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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45)-영창(營倉)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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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45)-영창(營倉) 폐지
  • 신종범
  • 승인 2020.01.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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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영창(營倉)’을 검색하면 사전적 의미로 “법을 어긴 군인을 가두기 위하여 부대 안에 설치한 감옥”이라고 나온다. 사회에서 감옥은 보통 범죄를 저지르고 구속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수용하는 ‘구치소’나 징역 또는 금고형을 집행하기 위한 ‘교도소’를 의미한다. 사람을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용하기 위하여는 법관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영창’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법관의 판단이 없이도 갈 수 있다.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은 병(兵)이 명령을 위반하거나 의무를 게을리한 경우 등에 있어 자신의 판단으로 ‘영창’에 보낼 수 있다.

‘영창’은 장소적 의미도 있지만, 법률적으로는 병에 대한 징계처분의 한 종류다. 군인사법은 병에 대한 징계처분으로 강등, 영창, 휴가 제한, 근신을 규정하고 있다(제57조 제2항). 이 중 ‘영창’은 부대나 함정(艦艇) 내의 영창, 그 밖의 구금장소(拘禁場所)에 감금하는 것으로 그 기간은 15일 이내로 하도록 하고 있다.

‘영창’은 갑오개혁 이후인 1896년 1월 24일 칙령(勅令) 제11호로 육군징벌령(陸軍懲罰令)이 제정, 공포되면서 마련되었다. 그 후 국방경비법, 국군징계령, 군인사법 등에 각 규정되면서 ‘중영창’과 ‘경영창’의 구분이 없어지고, 부사관에 대한 영창처분이 폐지되었으며, 영창처분시 반드시 인권담당법무관의 적법성 심사를 받도록 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이처럼, ‘영창’ 제도가 개선되어 왔지만, 법관이 아닌 자의 판단으로 신체를 구속하는 것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영장주의에 반하고, 병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복무규정을 위반한 의무경찰을 영장없이 영창에 구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전투경찰대설치법에 대하여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합헌의견은 영창 처분 사유를 제한하고 있고, 징계 심의와 집행에 있어 징계대상자의 진술권, 불복절차 등이 마련되어 있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헌법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는 형사절차가 아닌 징계절차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위헌의견은 헌법 제12조 제3항은 형사절차 이외의 국가권력작용에 대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고, 공권력의 행사로 신체를 구속당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구속이 형사절차에 의한 것이든 행정절차에 의한 것이든 신체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행정절차에 의한 구속에도 영장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하였다.

비록, 위헌의견이 더 많았음에도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후 ‘영창’의 위헌성을 인식하고, 입법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었다. ‘영창’을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군인사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동안 ‘영창’ 폐지에 소극적이었던 국방부가 ‘영창’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마침내, ‘영창’을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에 이르렀다. ‘영창’ 제도가 마련된지 무려 123년만에 일이다.

군인사법 개정안은 ‘영창’을 대신하여 ‘군기교육’을 새로운 징계처분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체를 구금하는 대신 ‘인권교육’과 ‘대인관계 역량교육’ 등을 통해 징계효과를 얻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안에 대하여 ‘영창’이 폐지되면 군기강이 해이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영창’ 처분이 병사들에게 위하력을 갖는 것은 신체의 구금에 있지 않고(의무복무하는 병의 입장에서는 군 복무 자체가 신체의 구속이기 때문에 ‘영창’ 처분이 신체 구금의 효과만 있다면 좀 더 좁은 곳에 일시적으로 갇혀 있는 것에 불과하다), 영창처분일수가 군 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아 그 기간만큼 복무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병역법 제18조). 개정안은 ‘군기교육’을 새로운 징계처분으로 규정하면서 논란 끝에 ‘영창’ 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았던 것과 같이 군기교육을 받는 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위하력을 유지하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날 ‘영창’ 폐지를 담은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구시대의 유물 중 하나인 ‘영창’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 같다. 이를 계기로 우리 군이 법치와 인권을 바탕으로 더욱 강한 군으로 성장하였으면 좋겠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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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b6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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