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양심의 엄격한 잣대를 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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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양심의 엄격한 잣대를 대야
  • 이상연
  • 승인 2006.08.04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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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대법원이 공개대상이 아닌 평판사들의 재산에 대해 실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내년엔 배석·예비 판사 600명이 조사 대상이 된다. 대법원은 이런 재산 실사를 3년마다 실시할 계획이다. 부정한 방법의 축재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법조 비리를 막기 위한 것이다. 최근 판사들의 비리의혹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고위법관이 법조브로커와의 검은 거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재산실사 강화 조치는 자정의 제도화를 위한 고육책으로 받아들여진다. 판사 993명의 재산을 실사한 결과 10%에 달하는 99명이 재산을 누락하는 등의 부실신고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법원행정처는 추후조치로 이들에 대해 소명을 요구하고 소명이 충분치 않을 경우에는 공직자윤리위에 회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원내부의 파장도 적지 않을 것이라 짐작된다. 부동산의 경우 본인도 모르게 조사가 진행됐던 터라 일부 판사들은 당혹스러웠을 것이고 '판사들까지 못믿는 지경이 됐나'하는 생각에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판사들의 '양심'조차도 실사를 하지 않을 수 없게된 상황은 판사들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하겠다. 그동안 크고 작은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마다 법관의 양심과 권위, 그리고 법률로 보장된 신분을 내세워 자정여론을 잠재워 왔던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오늘의 지경에 도달하지 않았나 하는 공감대가 법원내부에서 조차 형성 된 것이라 여겨진다. 법관재산에 대해서는 더 많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여론 때문에 비공개 대상인 평판사까지 실사대상에 포함 시켰다는 대법원의 입장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판사 개개인의 양심만 믿고 버티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대한변협은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계류 중이거나 집행유예 이상의 선고를 받은 변호사 9명에 대해 법무부에 업무정지 요청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사문화한 업무정지 청구권을 처음 행사한 것이다. 대한변협에서 사법사상 처음으로 '업무정지 요청'이라는 '강수(强手)'를 던진 것은 최근 불거진 법조비리와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들의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변호사들 내부 문제에 대해 엄격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앞서 변협은 개업을 앞둔 판·검사들에 대해 재직 시절 징계 경력 등을 확인하도록 등록심사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적격 변호사를 엄격히 걸러내겠다는 자정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운용이 허술하거나 법조인 개개인의 자정의지가 박약하다면 모든 것이 허사다. 법조인 스스로 자존심과 긍지 그리고 귄위를 세울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지켜 나갈 때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항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판·검사가 브로커에게 밥 얻어먹고 선물 받고 용돈 얻어 쓴다면 이런 판사가 선고하는 형량에 누가 승복하고, 이런 검사가 하는 수사의 공정성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남을 단죄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사법의 신뢰는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도 어렵다. 법관과 검사가 사법 신뢰를 지키려면 자신들에게 먼저 법과 양심의 잣대를 엄하게 갖다 대지 않으면 안 된다. 변호사 업계의 자정 노력도 법조비리 사건의 불똥을 우려한 일회성 대책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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