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인사청문회 취지 비웃는 문 대통령의 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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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인사청문회 취지 비웃는 문 대통령의 독선
  • 법률저널
  • 승인 2020.01.0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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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21세기 두 번째 10년의 마디를 맺는 해이다. 으레 새해가 되면 누구나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하다. 희망과 보람으로 가득한 새해를 바라는 마음 또한 한결같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보다 걱정이 앞서는 새해 아침이다. 올해도 지난해 국내외 정세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극심한 분열을 경험했다. 협치란 걸 찾아볼 수 없는 난장판 국회는 국민에게 갈 데까지 간 모습만 보여줬다. 나라는 두 동강이 나고 정치권은 연일 막장극의 추태를 보였다. 그 분열의 중심엔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반대편보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대통령이었던 탓이다.

경자년에도 문 대통령의 독선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국민 분열은 더 극단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여 희망보다 걱정이 앞서는 새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오전 7시 새해 첫 ‘결재’를 통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추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불과 사흘 만이자 국회에 제시한 재송부 기한이 종료된 지 7시간 만의 임명이다. 그야말로 국회를 무시하는 ‘속전속결’ 임명이다. 이는 형식적으로 법을 지켰다 하더라도 실질적 의미에서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후퇴다. 문 대통령의 인식에 통합이나 협치, 실질적 민주주의란 단어가 과연 있는지 의문스럽다. 법치(法治)는 정치적 수사(修辭)로 포장할 일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뤄내야 하는 과제다.

한국당은 부적격 판단에 따라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추 장관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을 하루라도 빨리 무력화하고 장악해서, 권력 범죄를 은폐하겠다는 조바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창수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추 장관 임명 강행은 올해도 독선과 오만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고 가세했다. 바른미래당 강신업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전광석화 같은 이번 임명은 사실상 법을 어긴 것이다. 형식적으로 법을 지켰다고 해서 모두 법을 지킨 것은 아니다”라며 “인사청문 보고서 없는 추미애 장관 임명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이고, 국회의 권위와 권능을 철저하게 무시한 것이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절차민주주의를 형해화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정부 들어 추 장관까지 인사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23명으로 역대 최고다. 이는 이명박 정부(17명)와 박근혜 정부(10명) 노무현 정부(3명)가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사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앞으로 이 기록은 더 경신될 것이고, 협치는 안중에도 없는 문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국회의 재송부 기한이 공휴일인 1일을 빼고, 31일 단 하루였다는 점을 보면 문 대통령이 사실상 국회 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국회를 존중하는 시늉조차 없는 것을 보면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법 강행처리에 힘입어 올해는 문 대통령의 ‘독단’이 더 심화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은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 기준을 엄격하게 세웠다고 자처한 문재인 정부다. 그러나 실상은 자격 여부를 떠나 그저 대통령과 코드만 맞으면 누가 뭐라 하든 임명을 강행하는 역대급 표리부동의 행태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삼권분립의 제도적 실천을 위해 국회에 부여된 권한으로 국회가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를 견제하는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가 시행한 지 올해로 꼭 21년째지만 여전히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데다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는다고 해도 고위공직자를 임명하는 데 법적인 걸림돌이 전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인사청문회 실효성을 높이고 대통령의 인사 전횡을 막기 위해 하루속히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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