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교의 정치참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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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종교의 정치참여 논란
  • 송기춘
  • 승인 2019.12.27 10: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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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청와대 부근에서 어떤 종교인이 주도하는 집회가 계속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종교가 정치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느냐는 고전적(?)인 물음부터, 낮이고 밤이고 소음을 일으키는 집회가 제한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항의와 집회를 위한 모금이 기부금품법 위반이 아니냐는 질문도 제기된다.

유신체제가 서슬퍼렇던 1974년 당시 국무총리였던 김종필은 신약성서 로마서 13장의 구절(“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른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림이니 심판을 자취하리라”)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늘날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교역자나 신자 중의 일부 사람들이 종교인으로서의 본연의 위치와 영역을 벗어나서 정치적인 집단행동에 가담하거나 그러한 행동에 합류하라고 딴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는 것을 본인은 매우 걱정스럽게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 하나님으로부터 그 권위가 비롯되는 민주정부에 대하여 미워하거나 두려워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곧 악을 행하는 자일 것입니다. … 우리 정부가 기독교를 탄압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는 듯합니다. 본인은 그러한 비난은 그릇된 것임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유신체제를 감히 ‘하나님으로부터 그 권위가 비롯되는 정부’라고 참칭하는 것도 우습지만, 정치적인 행동을 하거나 이에 참여하라고 하는 것을 ‘종교인으로서의 본연의 위치와 영역을 벗어’나는 일로 비난하는 것은 종교에 대한 지극한 몰이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종교는 개인적 신앙이자 세계를 해석하는 눈이다. 종교의 관심사가 아닌 삶의 문제는 없다. 불국토의 건설이나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와 충돌하는 것들과의 싸움을 수반하므로 종교적 행동은 또한 정치적인 것이 된다. 그래서 종교의 관심사는 정치의 문제에까지 미친다. 종교가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정치적인 것으로부터 종교가 무관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인이나 종교단체가 세상의 문제에 관하여 발언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종교의 고유영역이나 고유한 행동방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집회라고 하여 다르지 않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종교집회에 대해서는 사전신고나 집회의 장소와 시간에 관한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그 자유를 더욱 강하게 보장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집회로 인한 소음의 발생 방지나 질서유지 등을 위한 경찰작용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종교집회도 법령에서 금지하는 수준 이상의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 종교집회에서 정치적 발언을 한다고 하여 그것이 종교집회가 아닌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집회가 금지되는 장소와 관련해서는 정치적 내용이 담긴 종교집회라도 집시법의 면제가 부여되는 종교집회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때도 생길 수 있다.

민주화 이후 권력을 둘러싼 지형도 바뀌고 정치에 대한 종교의 태도와 관심사도 바뀌었다. 요즘 정치적 행동을 하는 종교단체나 종교인들은 대체로 과거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유신체제나 독재에 저항하던 종교의 정치참여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던 부류에 속한다. 제기하는 이슈도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금지의 문제, 사학이나 복지시설의 자율성 주장 등이다. 어느 종교인이 주도하는 ‘광야교회’는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심지어 비리사학이나 복지시설에서의 인권침해 문제를 외면하는 종교단체의 자율성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종교의 안목을 가지고 세상에 대해 어떠한 발언인들 못하겠는가. 내가 보는 관점이나 취하는 태도와 다르다 하여 금할 일은 아니다. 기부금품법 위반 문제도 어쩌면 사소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법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공공선에 관한 문제이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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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2020-01-02 18:35:22
종교는 종교일 뿐 정치와 분리되어야 하는데 정치에 종교를 이용하는 사람이 무슨 종교인인가? 이제 그 사람의 행한 것들이 다 드러나고 종교계에서 멀리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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