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중국몽(中國夢) : 강자(stronger)와 지도자(leader)간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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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중국몽(中國夢) : 강자(stronger)와 지도자(leader)간의 거리
  • 신희섭
  • 승인 2019.12.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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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최근 지인이 이런 질문을 했다. “중국은 중국몽(中國夢)을 이룰까?” 이 질문에 나는 단호히 대답했다. “이룰 수 없다.” 이 대답은 타당할까?

우선 한 가지 사안에서 그 타당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2019년 12월 18일 시진핑 주석이 마카오를 방문했다. 마카오의 중국 반환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시주석은 반환 20주년간의 성과를 자축했다. 자축의 핵심은 ‘일국 양제’의 원활한 작동에 있다. 그런데 ‘일국 양제’ 그 자체가 중국 체제운영원리의 약함에 대한 방증이다. 하나의 국가 안에 사회주의를 자본주의와 공존시킨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강함과 사회주의의 약함’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중국이 중국몽을 달성할 수 있는지는 우선 중국몽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달려있다. 중국이 강대국 차원에서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이 세계를 이끄는 패권 국가가 되는지가 정해져야 중국몽 달성 가능성의 평가가 의미 있다. 시진핑 주석이 말하는 중국몽은 마오쩌둥 시기 ‘국가 건설’이라는 중국몽과 덩샤오핑 시기 ‘경제발전’이라는 중국몽과는 확실히 다르다. 시진핑 주석이 꿈꾸는 중국몽은 ‘중국이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실현 가능성(Feasibility)’ 차원에서 구체적 양태가 미국을 견제하는 정도의 양극적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미국을 넘어서는 패권이 되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한다고 해도, 중국이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이런 목적은 달성되기 어렵다. 중국은 강자(stronger)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도자(leader)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키신저나 아이켄베리와 같은 석학들은 공통적으로 중국이 패권 국가가 될 수 없는 이유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을 든다. 미국이 유례없는 패권 질서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힘 뿐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민주주의와 시장질서를 강조하면서 이를 국제제도 안에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권력(power)이론을 통해서 단순화할 수 있다. 정치학에서 권력(power)은 ‘물리적 힘(force)’과 ‘정당성(legitimacy)’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내정치에서 중앙정부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진다. 그런데 국제정치는 다르다. 국제정치에서 ‘물리적 힘(force)’은 개별국가들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합의된 정당성은 없다. 즉 어떤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한 권력을 사용했을 때, 권력사용에 대한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힘이 강해진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만든 이데올로기로 질서를 운영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운영원리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정당하다고 받아들이기를 요구한다. 이것에 성공하면 강대국은 세계질서를 만드는 국가 즉 패권국가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중국은 ‘물리적 힘’을 가진 강대국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질서를 이끄는 패권 국가가 되기 어렵다. 다른 국가들을 이끄는 힘 즉 ‘정당성’은 미래에 대한 비전과 현재 질서를 이끌어 가는 논리와 가치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정치나 마찬가지로 국제정치에서도 지도자(leader)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실제 그럴지 보자. 중국이 제시하는 중국식 민주주의에는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필수적인 원칙이 없다. 로버트 달이 규정한 최소적 차원의 민주주의 조건인 ‘자유’로운 시민들의 ‘참여(participation)’와 ‘경쟁(contestation)’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제시하고 있는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정치경제운영 원리는 19세기의 후발주자인 프러시아 모델의 복사본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유마저 부정하는 중국에서는 질서 유지를 위해 강력한 국가만이 존재한다. 이번 홍콩사태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최근 외교 행보는 중국이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뿐 아니라 현재도 다른 국가들의 존경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륙 국가 중국은 해양력을 키우면서 지정학적인 팽창을 하고 있다. 나의 지도교수님이신 강성학 교수님의 지론처럼 이러한 중국의 행동은 과거 나치 독일이나 군국주의 일본의 행동방식을 닮아가는 퇴행적인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THAAD문제 때 보여준 것처럼 중국은 강대국으로서의 품위도 없다. 중국의 고압적인 외교 행태는 주변 국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중국의 힘은 더 강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인 문명체계를 갖춘 국가들로부터 존중받기는 어렵다. 이는 중국식 정치체제의 특성에 의해 보강된다. 공산당 유일당 체제인 중국식 정치체제는 다원성이 없다. 미국과 비교해보면 명확하다. 미국은 다원적인 국가로 트럼프 대통령 같은 지도자도 나올 수 있지만 지도자가 바뀌면 국가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 다원적 체제에서는 링컨 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다원성과 위대함에 대한 역사 교육을 받으면서 미래 지도자가 자란다. 반면에 중국은 그런 다원성과 위대함을 배우면서 미래 지도자가 성장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다원화되고 변화하는 미래 인류를 이끌고 갈 위대한 지도자를 중국체제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은 ‘자유’와 ‘시장’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 현재가 그런 것처럼 한국의 미래 역시 자명하다. 트럼프 정부의 다양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에 기초한 한미관계가 한국 외교의 주춧돌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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