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9대 1 경쟁 뚫고 수석 꿰찬 김무형씨…“더 큰 나무 되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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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9대 1 경쟁 뚫고 수석 꿰찬 김무형씨…“더 큰 나무 되라는 뜻”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9.12.16 19:3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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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형‧2019년 법원행시 수석 합격/안양외고‧고려대 법학과 졸업
김무형‧2019년 법원행시 수석 합격/안양외고‧고려대 법학과 졸업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계획 세워 날마다 실천한 것이 비결”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2019년 제37회 법원행시에서 최종 12명(법원사무 9명, 등기사무 3명)이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이 중 209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뚫고 수석의 타이틀을 꿰찬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김무형(30‧사진) 씨다.

선발 인원이 극소수에 불과해 합격하기가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만큼이나 어려운 시험으로 통한다. 이런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는 것도 큰 영광이지만 그것도 수석의 영예를 안은 김무형 씨는 “합격 여부도 예상을 못 했는데 수석을 하게 되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지금 맺은 이 열매에서 다시 씨앗을 키워 국민과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더 큰 나무가 되라는 뜻으로 알고 앞으로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다”고 수석 합격의 소감을 밝혔다.

안양외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법학 전공자였기에 부모님의 권유로 사법시험에도 한번 도전하려 했으나 법학에 적응하지 못해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포기하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은 아르바이트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현장에서 목격했던 이런저런 문제들이 책에서 봤던 문제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뒤늦게 법학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검찰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되면서 법원을 왕래할 일이 종종 있었다. 법원공무원이 담당하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고, 책임감이 막중하지만 그만큼 실천적인 결과가 나오는 매우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하게 돼 법원행시에 도전장을 냈다.

김 씨는 다시 시험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뒤 가장 먼저 실패의 원인부터 분석했다. 방대한 분량의 법학을 공부하려다 보니 계획을 너무 빡빡하게 세웠던 게 실패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상실감을 많이 느꼈고 동기부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라서 쉽게 포기했던 것.

이런 실패를 거울삼아 그는 “공부계획을 너무 빡빡하게 잡지 않고 하루에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분량을 날마다 세워서 천천히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자는 느낌으로 수험생활을 이어갔다”며 “덕분에 끝까지 버티게 되었고, 다행히 그가 준비한 부분들이 많이 출제되는 운까지 겹쳐서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수석 합격의 비결을 전했다.

법원행시는 ‘경향이 없다는 것’이 특징으로 불릴 정도로 경향 파악이 쉽지 않아 준비하기가 어려운 시험으로 꼽힌다.

1차의 경우 지난해는 헌법과 형법에서 개수형 문제와 조문 문제가 다수 출제되어 난도가 높았지만, 민법은 비교적 평이하게 최신판례 ox형태로 출제되었다. 반면 올해에는 헌법과 형법은 난이도가 다소 쉬워졌지만, 민법에서 그간 출제되지 않았던 사례형 문제가 출제되어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는 게 응시자들의 평가였다.

또한, 2차의 경우 민사소송법에서는 학설에 따른 결론까지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형법에서는 작년과 달리 쟁점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으나, 판례의 내용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볼 것을 요구하였고, 2문에서는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의 착오와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관한 문제도 출제되었다. 형법은 단문도 출제되었다. 이에 반해 형사소송법은 단문이 출제되지 않은 대신에 11문제가 출제돼 응시자들은 시간에 쫓겼다.

이런 출제경향 탓에 정형화된 공부방법을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김 씨도 “각자 자신만의 공부방법이 있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의 공부방법은 매년 경향이 바뀌는 시험에서 트렌드에 맞추어 준비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위험부담이 크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쟁점 전반에 대해 이해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인강’은 기본강의 위주로 들었고, 이해가 되지 않을 때에는 다른 기본강의를 듣기도 했다. 강의를 들을 때는 먼저 설명을 들은 후에 일시 정지를 하고 책의 해당 부분을 읽었고,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다른 책을 찾아서라도 최대한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하루 분량의 강의를 들은 후에는 다시 책을 읽어서 기본강의를 듣는 동안 정독으로 2회독을 채우려고 했다. 이후 객관식 문제집이나 사례집을 풀고 책을 다시 읽는 방법으로 공부했다. 회독 수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의문들은 다른 책을 찾아보거나 아니면 대법원판례해설과 같은 평석들을 찾아보면서 해소했다. 다만 이런 방법으로 공부를 할 경우에는 책을 읽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져 회독수가 부족하게 되는 게 단점이었다.

수석 합격자는 어떤 교재를 선택했을까? 궁금해하자 김 씨는 “1차는 <헌법집중>, <민법강의>, <형법요론>을 기본서로 봤다”며 “연습문제는 <법행 바이블>, 최신판례는 <최신판례 바이블>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차에서 총 120문항 중 18문항(헌법 5개, 민법 8개, 형법 5개) 틀려 평균 85점으로 합격했다. 김 씨는 기본서를 천천히 읽다 보니 회독 수가 부족해서 고득점을 받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지만, 합격선(80.8333점)보다는 5점가량 높았다.

하지만 책을 천천히 정독하면서 판례를 사례문제 풀듯이 접근하려고 노력했고, 변호사시험 기출문제를 같이 풀어본 덕분에 민법 사례문제를 맞힐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2차의 경우에는 먼저 7월까지는 기본서를 계속 읽었고 사례집은 풀지 않았다. 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사례문제를 연습하면 제대로 된 논리를 세우지 못한 채 해설지의 논리를 따라가기에 급급하게 돼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이다.

대신 7월까지 기본서를 정독하는 동안에 책에 있는 판례의 원문들을 될 수 있으면 많이 찾아보면서 사실관계를 나름대로 사례화해서 흐름을 쫓아가 보려고 연습했다. 본격적인 사례집 풀이는 1차 시험이 끝난 후에 시작했다. 2차 시험이 있기 전까지 기본서 1회독과 사례집 1회독을 했다. 형법 사례집은 시간이 부족해서 끝까지 풀지 못했지만, 1차를 준비하면서도 형법은 사실관계 파악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보다 집중적으로 정리해둔 덕분에 비교적 좋은 점수가 나왔다.

2차 답안작성은 사례집을 풀 때 하루에 적어도 200점 분량은 실전과 똑같이 연습했고, 그 후 목차를 잡으면서 키워드를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해설을 보면서 틀린 부분을 찾아 따로 정리하며 공부했다.

답안작성에서 먼저 조문을 쓰고, 조문의 일반적인 의미와 사안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적시하였고, 이에 대한 판례의 견해와 논거를 최대한 많이 쓰려고 했다. 판례를 제시할 때는 가능한 한 판례의 내용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했으며, 특히 책에 키워드로 표시된 부분을 기준으로 앞뒤로 한 줄씩 더 보고 답안지에 쓰려고 했다. 판결문 중에 생략된 논리적 연결고리가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도 가능한 한 최대한 적시하려고 했다. 사안포섭은 판결이유 중의 사실관계를 분석하면서 연습했다. 분량은 5.5쪽에서 7.5쪽 정도로 작성했다.

면접은 <법률저널 커뮤니티>에 올라온 스터디 모집 글을 보고 스터디에 참석해서 준비했다. 그는 “발언 내용보다도 타인 앞에서 발언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 자체가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처음 뵙는 분들 앞에서 말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매우 긴장했는데, 스터디를 계속하면서 친해진 이후에는 비교적 편안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면접에서 중요한 점을 묻는 말에 김 씨는 “1차시험과 2차시험이 정답을 찾는 시험이라면 면접은 가능한 여러 가지의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따라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다가 본인의 생각과 다른 견해를 택하게 되어 횡설수설하는 것보다는 본인의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뒤늦게 공부를 한 탓에 스트레스도 많을 법했다. 그래서 그는 가능한 한 스트레스 받을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도 가끔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잠시 책을 덮어두고 밖에 나가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곤 했다. 공부 외적으로 스트레스가 생긴 경우에는 되도록 회피하려 했다.

그에게 어떤 공직자가 되고 싶으냐는 물음에 김 씨는 “법원공무원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되, 한편으로는 책임감에 짓눌리지 않도록 항상 정진하여 자기계발을 거듭하는 그런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수험생에게도 한마디 해 달라는 말에 그는 ‘완급조절’을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시험인 만큼 부담도 심하고 항상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중간에 퍼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며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세우기보다는 가끔은 긴장을 풀어서 힘든 와중에도 즐겁게 그리고 끝까지 버틸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합격의 꿈을 이루기까지 함께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먼저 그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다고 말씀드렸을 때 힘든 형편에도 그저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제가 부모님의 입장이었다면 과연 지원을 해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음에도 오히려 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며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어 그는 “취직해서 여러모로 도와준 동생에게도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동생 자신도 힘들게 회사에 다니는 와중에 제가 고민이 있으면 항상 도와주어서 큰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오면 자다가도 깨어나서 반겨준 삼월이(5세, 닥스훈트)에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공부하다가 지겨워서 연락할 때마다 귀찮아하지 않고 바쁜 와중에도 이야기를 같이 나눠준 친구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도 전에 포기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를 맺게 되었음에 감사하며, 앞으로는 제가 받은 은혜를 나누는 그런 공직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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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2021-01-23 21:38:06
33세면 진입하기 늦은 나이인지 궁금해서 나이가 궁금합니다

축하드려요 2020-01-22 15:52:04
정말 축하드려요!!

사시는 대체 왜 없애가지고.. 2019-12-18 21:14:43
저분도 법대 들어가도 법학에 흥미를 못느끼다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시험을 준비했다는데 당연히 사법시험이 있었으면 실력으로 겨루어서 서울법대 출신들조차 제치고 사법시험에 최상위권으로 합격해 법관의 길을 갔을 것이다. 오죽 돈스쿨이 되지도 않는 온갖 돈으로 만든 스펙판에 금수저들로 개판이었으면 저분이 경쟁률 수백대 1의 저 어려운 법원고시를 도전했겠는가? 그래도 돈스쿨 출신 법관보다도 밑이다. 공정성을 강화하고 실력과 노력이 우대받는 방향으로 가기는커녕 도리어 반대로 금수저인데 돈스쿨도 못가면 바보라는 자조섞인 말들이 하늘을 진동하는 현실로 만들어놓는 이런게 정말 나라가 맞는지조차 의문이다.

법행 2019-12-18 08:59:28
수석 축하 드립니다. 스터디는 따로 안하셨나요? 사례집은 어떤거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ㅇㅇ 2019-12-18 08:14:23
합격 축하드립니다. 혹시 실강없이 인강으로만 시험을 준비하셨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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