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변호사시험 화장실 허용” 권고...법무부 “검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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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변호사시험 화장실 허용” 권고...법무부 “검토 예정”
  • 이성진
  • 승인 2019.12.0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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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적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로서 헌법상 보호가치”
변호사시험, 국가기술자격시험 ‘화장실 불허’에 기관 권고
법무부 “9회시험 현행대로…내년 2월 개선방안 마련 예정”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변호사시험에서 시험시간이 2시간 이내의 과목에 대한 응시자들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기관해석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지난달 27일 제18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변호사시험 중 응시자들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시험 운영 방법과 관련한 진정사건에 대해 일반적 행동자유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인격권 침해로 판단하고, 시험운영기관인 법무부 장관에게 시험운영 방법 개선 권고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올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예정자로서 2019년도 제8회 변호사시험에 응시예정이었던 A씨는 “변호사시험에서는 화장실 이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시험시간이 2시간을 초과하는 민사법 기록형, 사례형 시험의 경우에만 시험 시작 후 2시간이 경과하면 시험관리관의 지시에 따라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며 “수험생의 경우 20분 전 입실을 해야 하는데, 2시간이 넘지 않는 과목이라 할지라도 원칙적으로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즉 변호사시험은 4일간(1일 휴식) 총 10과목으로 진행되고 시험시간은 과목·유형별 1시간 10분~3시간 30분으로 다양하지만. 수험생은 각 과목 시험시작 35분 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하고, 매 시험 시작 20분부터는 이동이 금지된다. 시험시간 중에는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며 시험시간이 2시간을 초과하는 민사법 기록형(3시간), 사례형(3시간 30분) 시험의 경우 시험시작 후 2시간이 경과하면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

다만 시각 장애, 뇌병변 장애, 지체 장애 등 응시에 현저한 어려움이 있어 편의제공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응시원서 접수 시 ‘장애여부선택’란에 등록하고 장애인 등록증, 진단서 등 증빙서류를 제출한 경우에 한해 편의제공을 받을 수 있다.

법무부는 이같은 제한에 대해 ▲부정행위 방지 ▲시험의 공정성 ▲다른 응시자들의 집중력 보호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또 이것이 ▲수험생들 다수의 의견과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것. 아울러 ▲임산부, 장애인, 과민성 대장·방광증후군 등 화장실 이용이 불가피한 이용자는 이를 소명하면 별도의 고사장을 마련해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꼽았다.

법무부는 또 “화장실을 가는 경우 다시 입실할 수는 없지만 퇴실 시까지 작성된 답안지는 정상적으로 채점되고, 임산부 등 불가피한 경우 따로 고사장을 마련해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시험 중 수험생의 화장실 이용을 허용할 경우 부정행위나 다른 수험생들의 집중력 보호와 관련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피하게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생리적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헌법상 보호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대개의 시험은 그 종류를 떠나 누구에게나 신중하고 절실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므로,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특정 시험에서만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문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누구나 그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따라서 일반적으로 수험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시험방법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특히 “변호사시험의 경우 시험의 경쟁정도와 난이도, 5회 응시제한 등을 고려할 때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해당 과목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사실상 시험 전체를 포기하는 선택과 다를 바 없어 응시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인권침해로 의결했다.

이같은 인권위 권고결정에 대해 법무부는 내부적 검토를 거쳐 개선방향을 찾을 수 있으면 찾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권위 권고사항은 구체적 어떻게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제도개선을 해 달라는 뜻으로 안다”며 “다만, 다가오는 제9회 변호사시험에 대한 응시자 주의사항 등 공고문이 이미 나갔기 때문에 곧바로 이를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번 결정문에 의거해 내부적 논의를 충분히 거쳐 개선안을 마련, 내년 2월 중순경 인권위에 법무부의 입장을 송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자료: 국가인권위원회
자료: 국가인권위원회

한편 인권위는 지난해 8월 전기기능장 필답형 실기시험에 응시해 시험을 보던 중 화장실 이용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B씨, 같은 시험에서 소변을 참느라 시험에 집중하지 못해 결국 불합격한 C씨가 낸 진정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에게 국가기술자격시험 시 화장실 이용 제한으로 응시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현행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기술자격시험 종목은 494개이며 시험시간이 2시간 이내인 시험 종목은 시험 도중 화장실 이용을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예외적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배뇨 관련 장애가 있는 응시자는 사전에 진단서를 제출하면 시험 도중 화장실 이용 후 다시 입실하여 시험을 계속 볼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일반인의 배뇨 간격, 다른 기관에서 주관하는 자격시험의 시험 중 화장실 이용 제한 현황 등을 참고해 화장실 내에서의 부정행위 가능성 방지, 응시자가 소음으로부터 방해 받지 않도록 정숙한 시험장 분위기 조성 등의 차원에서” 시험 중에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인권위는 2015년, 2016년에 국가기술자격시험과 공무원 선발시험에서의 화장실 이용 제한 문제에 대해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각 시험 주관기관에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시행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인사혁신처 등은 권고를 받아들여 2017년도부터 일부 지방공무원 선발시험, 7급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 5급·7급 민간경력자 일괄채용 시험 등에서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것으로 시험 운영 방법을 변경했다. 또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공인회계사 1차 시험, 토익시험 등 다양한 시험에서 응시생들의 화장실 이용제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국가직·지방직 7급 공채시험에서 인권위 권고 이후 2017년부터 화장실 이용 제한을 완화한 결과, 실제 화장실 이용 인원은 원서접수 인원의 약 1%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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