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66) :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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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66) : 수고했어, 오늘도
  • 정명재
  • 승인 2019.12.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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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 시험합격 8관왕 강사)

12월이 되었다. 한 해가 무척이나 빨리도 지나간다는 사실과 내가 이루려고 했던 일들의 성과와 미완성을 깨닫는 시간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12월은 왔다. 1월의 달력을 넘긴 게 엊그제 같은데 다시 2019년이 저물어간다.

공무원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그대에게 오늘 편지 한 장을 보낸다.

수고했어,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노량진에서 만난 우리는 수험생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었지. 너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다. 조금은 남루한 표정과 흐릿한 말투로 막연한 미래를 이야기하던 너. 독서실에서 보낸 긴 시간과 시험에서 불합격을 맛보며 인생의 고민과 씨름하며 살아왔다던 지난날을 이야기했지.

수험생이 되면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단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너를 보듬어 안고 너의 작은 몸짓 하나, 이야기 하나에도 신경 쓰던 때가 있었을 거야. 그렇지만 이제 너는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할 때가 된 거지. 늘 편식만 하고 좋아하는 일만 하고는 살 수가 없단다. 때론 그렇게 힘이 세고 늘 걱정말라며 자신하던 부모님도 가끔은 힘에 부쳐 네게 이야기했을 거야. 시험은 잘 준비되고 있는지를 가볍게 물었지만 그때마다 기다림의 시간을 재고 있었을지도 몰라. 자신들의 역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바로 부모님이란다. 모든 부모님의 마음은 똑같아.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자식들이 잘 되길 바라는 헌신의 마음은 모두 같을 거야.

12월이야. 우리와 함께 공부했던 많은 이들은 합격의 이름으로 이곳을 떠나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지. 그렇지만 너와 나는 아직 이곳에서 할 일이 있는지 늘 붙어 다니는구나. 지난 달, 너는 생활비를 걱정하며 새벽 일찍 옷가지를 챙겨 건설현장에 나가기 시작했지. 그게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언제까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도 미안하긴 하지. 주말이면 훌쩍 등산을 떠나는 네 마음에 무엇이 들었을까 가끔 궁금하긴 하다. 확실히 알 순 없어도 느낄 수는 있을 것 같아.

수험생활은 시작한 지도 3년이 넘었구나. 긴 시간일까, 아님 이 정도는 보통일까? 우리가 만나고 떠나보낸 친구들은 참 많지만 유독 너 그리고 성희와 세민이만 오랜 기간 노량진에서 나를 찾고, 나를 위로하는 친구로 남았구나. 너도 알다시피 나는 노량진에 터를 잡은 게 벌써 8년이 되어간단다. 나도 처음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이곳에 머무를지 몰랐다. 한 2~3년 정도를 생각했던 것 같아. 무슨 일을 하건 그 정도면 감(感), 그래 느낌이란 게 있잖니?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아직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더라. 너를 포함해 수험생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함께 고민을 했을 거고 그 해답을 함께 찾자며 떠난 여행이라고 생각해. 이 여행이 이렇게 오래 그리고 멈추지 않고 계속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갔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내가 밤샘을 하며 책을 쓸 때, 강아지 몽실이와 그리고 네가 곁에 있어줘서 심심하지도 않았고 외로움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몽실이도 떠나고 다시 내 자리에서 나는 그때처럼 책을 쓰고 수험연구를 하고 있다. 나도 때론 너처럼 훌쩍 어딘가를 향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많은 계절이구나.

수험생활을 하는 게, 인생의 페이지에 하나의 기록을 남기는 작업이라고 생각해.

나도 가끔은 돌아볼 때가 많단다. 그럴 나이이기도 하지. 동네 골목을 지나는 아이를 보면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던 아버지를 떠올려. 몽실이와 꼭 닮은 아이가 지나가면 한참을 물끄러미 보게 되고, 호떡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게를 지나면 내가 예전에 만들던 호떡가게를 떠올리지. 너는 어떤 풍경을 보고 있니? 산이고 들이고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니 자연의 풍광이 훨씬 크고 웅장할 것 같은데, 내가 보는 일상의 풍경보다는.

네가 하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간다 해도 모든 것이 제각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니까. 나는 수험생을 도와 합격으로 이끄는 일을 하고 있지.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보다는 내 스스로에게 부여한 책무라고 여기며 살았단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길을 가보려고 마음먹은 것도 내 결심이었고, 외롭고 지친 이 길에서 아무도 없는 서재를 매일 밤 지키는 것도 내가 스스로 한 결정이었다. 그냥 시작했어, 처음에는. 끝이 어디인지 알 수는 없었을 때니까. 그렇게 1년, 2년 시간이 흘러 6년이 되었다. 노량진에 아주 작고 후미진 내 책상과 컴퓨터. 이게 내 꿈의 공간이었고, 누군가를 합격자로 만들어준 꿈의 공장이었지.

참, 바보 같은 인생이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이유가 뭔지 알아?

누가 시켜서 이 일을 한 게 아니고,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어서야.

후회한들 무엇하고, 뉘우친들 무엇이 바뀌는 게 없잖니. 그래서 후회하진 않으려 해. 너도 말이지, 후회는 하지 마렴. 인생은 연습이란 게 없고 하루하루가 그냥 우리의 인생이란다. 시험공부를 처음 할 때는 모든 게 막막해. 처음 만난 수험서는 마냥 두껍고 알지 못하는 용어로 두 눈이 휘둥그레졌었지. 그래도 하나씩 둘씩 개념을 알고 이해하고 암기하는 작업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세상에 어려운 공부는 없단다. 노량진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막노동을 하고 식당 배달을 할 때가 있었어. 책이라고는 1년이 지나도 시집 한 권이나 볼까? 그렇게 글자와 공부와는 거리가 먼 나도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많았어. 실패의 두려움, 늦은 나이에 선택, 가보지 않은 미래, 경제적 압박감 등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시간은 늘 걱정과 불안감을 안은 채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부를 할 때만은 모든 게 평화롭고 고요해지더라. 공부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걱정이 없어지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책에 길이 있었고, 책에 답이 있었던 것 같다. 공부에는 많은 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하단다. 인생과 공부는 비슷한 면이 아주 많더라고. 인생의 쓴맛을 아주 많이 본 경험이 공부에도 녹아 들어가더라. 인생이 힘들다고 말하면서 공부가 쉽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고 망상인 게지. 그런데 인생을 살아가는 게 힘들지, 공부하는 건 아주 쉬웠어. 돈을 버는 일이 힘들지, 공부하는 건 아주 즐거웠단다. 그 이유가 궁금하지?

공부는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였거든. 새로운 지식을 쌓는 일은 유익함이었고, 그동안 몰랐던 지식을 알아가는 것은 즐거움이었다. 너도 한번 해 보렴. 내가 가 본 그 길에서 너도 한번 해보렴.

먼 여행을 떠나 다시 돌아올 네게 편지를 마친다. 수고했어, 민철아.

수고했어,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늘 마음에만 묻어든 이야기 하나, 네가 옆에 있어줘서 참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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