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산개척단... 이 땅은 누구 것인가?
상태바
[칼럼] 서산개척단... 이 땅은 누구 것인가?
  • 송기춘
  • 승인 2019.11.29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br>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회명랑화’ 사업이라는 게 있었다. ‘부랑아 등’을 일소하여 사회를 맑고 밝게 한다는 것이었다. 1961년 군사쿠데타 이후의 일이다. 이들을 개간, 간척사업에 동원하여 사회는 명랑하게 하고 농사지을 땅도 넓히고 이들을 정착시킨다는 계획이었다. 마침 미국 공법(PL) 480호에 의한 잉여농산물 지원이 있었으니 사업을 많이 벌일수록 지원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전국에 140곳의 자조근로사업 작업장이 생겼다. 이 작업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영세민에게는 개간 사업이 종료되면 논은 2,400평, 밭은 3,000평 이상을 기준으로 분배한다는 계획까지 있었다. 이 점은 보건사회부의 ‘자조근로사업실시요령’뿐 아니라 다른 문서에서도 확인된다. 개간허가나 공유수면매립허가를 받은 곳이 자조근로사업장의 지정을 받으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노임으로 밀가루 3.3kg을 지급하니 개간 등 사업자는 그냥 땅 집고 헤엄치기 식으로 공사를 마치고 땅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었다.

이것은 국가가 벌인 사업이었다. 자조근로사업 작업장은 서산과 장흥에도 있었다. 이 둘은 대한청소년개척단이 운영하던 곳이다. 대한청소년개척단은 1961년 11월에 구성되었다. 서산작업장(서산개척단)은 국유 폐염전을 농경지화하겠다는 곳이었다. 말은 폐염전이지만 실은 염전으로 쓰던 곳은 아니었고 아무 것에도 쓸 데 없는 땅이었다. 단장을 맡은 민정식이 서울에서 68명을 데리고 내려갔으며, 행정기관, 군과 경찰이 ‘협력’하여 단원을 충원해 주었다. 경찰의 ‘후리가리’ 단속에 걸려 온 사람도 있었고,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사람도 있었다. 단원의 수가 많을 때는 1,70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운영은 폭력적이었다. 구타와 학대가 심했다. 탈출을 서로 감시하도록 했다. 맞아 죽으면 암매장을 했다. 단장이 지원되는 양곡을 빼돌려 먹을 게 부족했다. 이들의 정착을 위해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을 합동으로 시키기도 했다. 서울시장이 주례를 하고 피로연은 워커힐에서 열어주었다. 대한뉴스로도 홍보되었다. 단장은 인권선언기념일에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5년 뒤 단원들이 ‘봉기’하고 서산개척단은 해체되었다. 그리고 이 사업은 서산군이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이 사업완료시 작업에 참여한 이들에게 개간된 땅의 일부를 분배하는 것은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었다. 보건사회부의 자조근로사업 실시요령에서도 이 점을 분명하게 하고 있고, 이를 위해 1968년 만들어진 자활지도사업에 관한 임시조치법에서도 ‘사업시행으로 생긴 분배대상이 되는 토지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근로구호의 대상자에게 우선적으로 무상분배할 수 있다’(제6조)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개간에 참여한 단원들에게 땅도 가분배되었다. 그러나 이 법률의 시행령은 제정되지 않고 있다가 1982년 12월 이 법률이 폐지되었다. 원래 “이 법은 구호용 양곡(PL480-2에 의한 미국잉여농산물 등 외국원조용양곡)을 활용하여 영세민의 취로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임시조치로 제정된 것이나 1973년 이후 구호용양곡이 없어져 이에 의한 취로사업도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이 법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서산개척단 단원들이 땅을 분배받을 법률상의 근거가 사라지게 되었다. 강제로 끌려와서 죽도록 맞아가며 일하다가 지긋지긋한 곳을 떠나려 하다가도 좀 더 참고 일하면 내 땅이 생긴다는 희망 하나만 갖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날벼락같은 일이었다. 단원들은 자조근로사업의 지원이 끊긴 뒤에는 다른 곳에 가서 일하고 와서 가분배된 ‘자기’ 땅을 계속 개간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보는 반듯한 옥토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땅은 국유지로 남아 있다.

이들은 시효취득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하였으나 패소하였다. 가분배된 땅은 돈 주고 사라 하자 가분배조치가 무상이라는 확인을 구하였으나, 근거법률의 시행령이 없으므로 가분배조치가 무효라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 땅을 토지대장에 국유지로 기재한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었으나 각하되었다. 국유지를 ‘무단점유’한 데 대한 변상금 부과처분에 대해 다투었으나 패소하였다.

이들은 말한다. 너무 억울하다고, 여기서 일하면 땅을 주겠다고 가짓말을 한 국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고. 이 땅은 누구 것인가?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