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속도의 방향 통제, 패스트트랙, 황교안 대표의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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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속도의 방향 통제, 패스트트랙, 황교안 대표의 단식
  • 오시영
  • 승인 2019.11.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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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현대는 속도가 방향을 통제하는 세상이 되었다. 옛 성현들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가 빠른 것이 오히려 목적지로부터 멀어지는 잘못을 범하기 쉽다는 경구이다. 맞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속도에 충실한 이들은 현실에 바탕을 두는 반면 방향에 충실한 이들은 미래지향적 속성을 보인다. 그런데 현대사회의 과학 발전은 이를 무색케 한다. 속도가 방향을 통제하려 한다. 미시의 속도가 거시의 방향에 침투하여 방향이 바뀌기 전에 속도가 그 방향의 매 꼭짓점을 초고속으로 통과해 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속도는 방향이 어디를 지향하든 그 방향보다 빠르게 추월하며 방향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곧 속도의 빠르기가 너무 빨라 방향이 어디이든 상관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방향이 없다는 것은 현재에서 최단거리로 측정되는 직선의 목적지가 없다는 것이 된다. 목적지가 없다는 것은 결국 오늘 하루만 어떻게든 살아내면 된다는 오류에 빠지게 한다. 현대인들이 하나 같이 단세포적으로 변해가는 현상의 저변에는 위와 같은 속도와 방향에 대한 가치체계의 혼돈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속도의 방향 지배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앞으로는 정치지도자들이 미래를 제시하며 정치적 이슈를 선점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사회인들은 이러한 과학의 발달 속에서 속도가 방향을 지배하게 되어, 지배이데올로기가 그 영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아가고 있다. 그런데 정치지도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둔감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냥 자기들이 정해 놓은 목표를 향해 달려 갈 뿐 주위를 둘러보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사회는 정치가 현실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회가 될 것이고, 반면에 과학정치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지도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다 짐작할 수 있지만, 미래의 전쟁은 자동인공지능장치들이 수행할 것이다. 그게 로봇이 되었든 드론이 되었든 속도와 정확성을 몸에 장착한 인공병기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그러한 형태의 전쟁이 이루어질 것이다. 거리가 과학에 의해 극복되고, 공간이 인공위성에 의해 통제되는 그러한 시대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가 되고 말 것인지는 능히 짐작이 된다. 소리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기가 될 것이고, 전자파나 빛 또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신종무기가 될 것이다. 몸에 외상 하나 없는 사상(死傷)이 가능할 것이고, 인간 뇌를 지배하는 인공지능이 개발될 것이다. 사람 몸에 부착된 장치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괴력의 헐크들이 되어갈 것이다.

지난 27일 세계바둑 랭킹 1위의 신진서 프로기사가 현재 세계 최강으로 알려진 중국의 인공지능바둑 절예(絶藝)와 두 점 접바둑을 두어 대마를 잡음으로써 불계승을 거두었다. 이세돌 프로기사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4대 1로 패한 후 이제 사람기사는 인공지능바둑을 이길 수 없다는 좌절감이 바둑계를 휩쓸었다. 그 후 프로기사들이 인공지능과의 대국을 두는 것을 두려워하였는지 두려는 기사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킬 의도 및 호기심 등으로 인공지능바둑과 바둑을 두는 프로바둑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동안에 몇 몇 기사가 바둑을 두어 간혹 이기기도 하였으나 대부분 패했고, 그 승패 모두 마지막까지 바둑을 두어 계가를 하여 결정되었는데, 이번 신진서 프로의 절예와의 대국은 신진서 프로가 절예의 대마를 잡음으로써 절예가 스스로 도중에 패배를 인정하고 돈을 던져 불계승을 거둔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알파고나 절예는 그 동안 인간 프로기사들의 기보를 입력하여 생성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를 바탕으로 착수를 하는 형태로 개발되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한계는 그 동안 인간이 둔 기보 범위 내에서만 다음 착수를 분석해 낼 수 있을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게 된다. 그럴 경우 인공지능바둑은 그 동안 인간이 둔 모든 기보를 저장하고 있어 인간프로기사가 다시는 인공지능바둑을 이길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인간프로기사가 두 점 접바둑을 둘 경우에는 인공지능바둑이 반드시 이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보게 된다. 왜냐하면 인공지능바둑에 입력된 인간의 접바둑은 하수가 상수를 상대로 하여 두는 기보를 저장하였을 뿐이기에, 인간프로기사 최고수가 두 점을 두고 더 상수와 둔 경우가 없기 때문에 그럴 경우에 대한 대비가 인공지능에게는 학습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 경우에 인공지능바둑이 두 점 접바둑을 두는 인간프로 최고수에게는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인간프로기사는 인공지능바둑에 대해 두 점이면 해 볼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각 분야별 최고지능의 두 사람 이상이 협력한다면 미래의 인공지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과연 그러한 해결방법을 통해 인간이 인공지능기계를 통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희망을 보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의 지능이 인공지능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인간에게 적정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해결책을 찾을지 모르겠지만, 계산 속도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초고속의 장점을 살려 거시의 인간지능을 지배하게 된다면 앞서 속도가 방향을 통제하는 세상에서의 절망을 우리가 맛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나약함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8일 단식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다. 그가 의지를 가지고 버티고 있지만 불과 8일 단식에 스스로 무너져 내려 병원신세를 져야할 정도로 인간 본질은 약할 수밖에 없다. 패스트트랙의 주요쟁점법안인 선거법과 관련하여 필자는 개인적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물론 그 동안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고, 그런 연유로 지금의 300명도 많다는 비난을 받아도 싸지만,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감시해야 하는 국회로서는 300명의 국회의원만으로 제대로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필자의 오래된 생각이었다.

필자는 민사법박사학위를 가진 민법학자로서 수십 년 법률가로서 법을 직업으로 다루어왔지만, 민법과 민사소송법에 대하여 여전히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고 문제 해결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민법학자나 민사소송법학자로서의 개인적 능력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법률이라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법은 우리 대한민국 5,200만 국민을 규율하고, 나아가 우리 국민과 관련 맺는 70억 인구를 규율한다. 그런데 그러한 법률은 민법과 민사소송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수천 개에 달하는 모든 법률이 각각 다 그렇다. 그런데 그런 법률 하나하나를 소홀하게 다룰 수 없고, 다루는 과정에 노심초사하는 토론과 연구의 과정이 필요하다. 국회 또는 법무부에서 수시로 관련 법 개정이나 제정과 관련하여 관련 학회나 개별 학자에게 의견을 묻거나 자문을 구하거나 연구용역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특별히 개인 연구용역을 받아 몇 명의 학자가 팀을 짜 연구하기 전에는 관련법에 대한 몇 개 되지 않는 조항에 관한 자문이나 답변에도 엄청난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행정조직은 갈수록 방대해지고, 더불어 사회 또한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화 영향으로 사소한 법률 하나도 세계적 네트워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외국과의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고, 국내 이해관계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또한 일반국민에게도 불이익이 가지 않는 고순도의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분야별로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현재 우리 국회 시스템으로서는 그런 일이 말만큼 쉽게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국민이 바라보고 있는 티브이 속의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의 전부는 아니다. 어찌 하다 보니 그 동안 필자가 비판의 대상으로만 삼았던 국회의원들을 옹호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지만, 어영부영 농땡이 국회의원 몇몇을 제외하고는 나름 다들 열심히 입법과 행정부 통제 및 국정감사 등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대명제를 실현하고자 나름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사실 오래 전부터 현재의 국회의원 수를 대폭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왔다. 다만 그 속에 일정 비율의 여성의원, 일정 비율의 청년비율이 보장되어야 하고, 전문 직역별로 일정 수 전문가들의 국회 진출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법원에는 재판연구관이라는 직역이 있다. 현재 약 120여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보통 10년차 정도의 법관들이 주축이 되고, 그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부장판사와 판사 아닌 전문연구자들(대부분 박사 학위 취득자들이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각 대법관별로 세 명 정도의 재판연구관들이 전속적으로 소속되어 있고, 나머지 80명 가까운 재판연구관들은 특정 대법관에게 소속되지 않는 대신 공동 연구 과제들을 주제별로 연구하면서 필요할 경우 특정 대법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연구 주제를 소속 연구관들과 함께 연구하는 등 합리적인 운영을 통해 외국의 재판 사례나 유사 사례에 대한 법률 연구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재판활동을 돕고 있다.

국회도 이처럼 여야를 떠나 각 상임위별로 전문위원제를 보다 공동풀제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도 전문위원들을 풀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초당파적으로 이를 운영하여 각 상임위원별이 아닌 상임위원장 직속의 전문위원제로 운영한다든지 등 개선책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회의원들도 이제 정치가라는 우월적 선입관에서 벗어나 그냥 공직을 수행하는 공직자로서의 자세로 돌아가 겸손과 절제된 공직을 수행하였으면 한다. 물론 전시나 재난 때처럼 위기상황에서는 위기상황에 맞게 행동해야겠지만, 평시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국회사무가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아홉시에 출근하여 여섯시에 퇴근하는 일상적인 공무수행, 이를 통해 공무원들을 밤늦게까지 잡아두거나 무리한 자료제출요구로 공무원들을 늘상 야근케 하거나, 불필요하게 장시간 대기케 하는 등의 불요불급한 국회 횡포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현재 여야 간에 국회법 개정안 패스트트랙처리를 놓고, 상정된 법안 자체에 대한 통합된 안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여서 많은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쟁점은 결국 국회의원 정수를 둘러싼 문제라 하겠다. 지역구를 줄여 비례대표제를 늘리겠다는 것이 주요 쟁점인데, 지역구를 줄이는 것에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어 통과가 난망이다. 필자는 국회의원 수를 40명 정도 늘려도 무방하다고 본다. 지역구를 240석 정도로 유지하고, 비례대표제를 100명 정도로 하되, 예산 등을 고려하여 국회의원의 각종 세비를 15% 정도 인하하는 절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지역성을 확보하면서 예산 증가 없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사표(死票)를 막을 수 있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고, 복잡다단해진 현대사회의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한 내실 있는 입법 활동 및 행정부 통제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국회의원들을 너무 미워할 것만이 아니라(하긴 여태까지 해 온 행태를 보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기에 너무 과분하다는 것도 잘 안다) 그들이 일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할 필요도 있다.

십일월이 저물어간다. 이제 금년도 한 달 남았다. 어쩌면 이번 12월은 공수처법안, 검경수사권독립관련법안, 연동형비례대표제도입을 위한 국회법안 등 핵심 정치법안 통과를 앞두고 여야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어찌 되었든 법안은 통과될 것이다. 대한민국 권력구조에 엄청난 변화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속도가 방향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위 관련법안의 통과는 아직은 방향이 속도를 통제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할 것이다. 두 사람이 힘을 합하면, 두 점 접바둑을 두면 인공지능바둑 절예를 이길 수 있는 세상, 그러기에 아직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아볼 만한 세상이다. 소모품 아닌 개체로서의 한 자존으로서의 삶을......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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