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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38)-비도덕적 사회와 군자(君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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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38)-비도덕적 사회와 군자(君子)
  • 강신업
  • 승인 2019.11.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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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인간의 선의는 과연 사회에 얼마나 유익한가. 개인은 얼마나 도덕적이며 사회는 또 얼마나 도덕적인가. 개인이 도덕적이라고 할 때 사회 역시 개인의 도덕의 총합만큼 도덕적인가. 라인홀드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이에 대한 답을 추구했다. 니버는 집단 간 관계의 수립은 윤리적이기 보다는 정치적이라고 본다. 가령 개인들 사이에선 도덕적 설득과 조정을 통해 상호 양보와 합의가 가능하지만 집단 사이에선 도덕에 기초한 합의가 아닌 정치적 합의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버는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선 선의에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정치·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강제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니버가 주장하는 핵심은 개인의 도덕적·사회적 행위는 사회 집단의 그것과 엄격히 구별되는데, 개인은 자신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타인의 이해관계도 고려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이익을 버려 타인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니버가 말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지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개인과 사회가 다르다는 것에 일정 부분 동의할 수 있고 사회는 인간과 달리 ‘마음’이라는 것이 없으므로 선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제도와 시스템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일정 부분 인정 된다하더라도 제도와 시스템 역시 인간이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개인과 사회를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분획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 지점에서 공자의 사회에 대한 처방을 소환할 수밖에 없다. 춘추전국시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공자가 스러져가는 사회를 위해 내린 처방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인간이 타락하면 시스템 또한 무너지기 마련이다. 정치적 결단도, 사법적 판단도 종국엔 인간의 일이다. 때문에 가장 강한 시스템은 인간 시스템이다. 인간과 인간이 상호 매개되고 이해될 때 개인의 도덕은 사회의 도덕이 되고 개인의 선의는 사회의 선의가 된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는 결코 존립을 위협받지 않는다.

공자는 개인과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니버와 달리 인간과 사회를 유기적인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부조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군자(君子)’라는 인간형을 제시한다. 군자는 공자가 도덕적 개인에 머물지 아니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사회인으로 등장시킨 개념이다. 여기서 군자는 꼭 신분이 높고 배운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옳다고 믿는 바를 지키기 위해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지 않는 사람,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 타인과 무리 없이 공존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의 부족한 점을 끊임없는 반성과 성찰로 극복해 나가는 사람, 타인의 슬픔과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군자다. 즉 군자는 개인의 이익에 앞서 타인의 이익을, 나아가 사회의 이익을 도모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군자가 되는 것은 개인적 성취인 벼슬보다 훨씬 높은 사회적 성취고 이기적 성취가 아니라 이타적 성취다.

군자가 많은 사회는 뭇 별들의 운행처럼 조화롭다. 공자의 군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로 요약되는 정명론(正名論)과 더불어 개인윤리를 사회윤리로 치환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사회의 각 구성원이 각기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온전히 수행한다면 세상은 질서 있고 평화로운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공자의 군자론과 정명론은 결국 안정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근본적인 요소를 물질이 아닌 ‘가치’에 두고 상호 ‘신뢰’를 통해 진정으로 튼튼하고 아름다운 국가를 만들기 위한 시도다.

현대의 라인홀드 니버나 춘추전국시대의 공자 모두 개인과 사회의 조화는 엄연한 숙제였다. 그건 오늘의 대한민국도 다르지 않다.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 지, 개인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사회는 개인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그 방법은 무엇인지, 숙제는 오롯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다. 다만 공자의 군자론과 정명론은 니버의 개인과 사회의 도덕적 배치를 해결하는 좋은 수단임에 분명하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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