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제받지 않는 괴물’될 공수처 밀어붙여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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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제받지 않는 괴물’될 공수처 밀어붙여서 안된다
  • 법률저널
  • 승인 2019.11.2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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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올라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부 들어와서도 우리가 첫해부터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을 제출했다”며 “지금까지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데 패스트트랙에 올라탔기 때문에 과연 법안이 처리될지 여부를 우리가 관심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법은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거듭 촉구하자 민주당은 국민 명령과 법 절차에 따라서 패스트트랙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과 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안건은 2주 뒤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신설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면 범여권 정당들과 함께 표결 처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을 바로 세우고 국회 의석 배분을 표심과 합치시키는 일은 여야를 넘어 정의와 공정,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당은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막기 위해 ‘패스트트랙 저지’에 당력을 쏟기로 하고 의원직 총사퇴까지 불사하는 결사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금 문재인 정권은 이런 양대 악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워서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선언하고, 비상 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패스트트랙이 원천무효이고,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반민주 악법이기에 우리는 모든 것을 걸고 막을 것이다. 민주당과 범여권 세력이 일방적 처리를 강행한다면 우리 헌정사상 겪어본 적이 없는 최대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을 경고한다”고 했다.

나아가 황 대표는 20일 선거법과 공수처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한 단식을 시작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 세 가지를 요구한다”며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극단적 저항 방법을 택했다. 황 대표는 “제 단식은 국민의 삶,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라고 맞섰다. 여권이 숫자의 힘을 믿고 일방 처리하겠다고 나서면 야당으로서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저항의 하나로 그의 무기한 단식을 폄하해선 안된다.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공수처 설치는 옥상옥이 될 뿐 아니라 ‘통제받지 않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민주국가에서 검찰개혁을 이유로 공수처를 도입하는 나라는 전 세계 유례가 없다. 특히 민주당의 공수처 법안은 대통령 가족과 측근, 고위 공직자 등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자는 원래 공수처 취지와도 동떨어져 있다.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변 출신을 수사관으로 대거 임명할 길까지 열어놓고 있다. 따라서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역행할 소지가 다분하다.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면 고위공직자가 양심과 소신, 법률에 따라 판단하지 못하고 정권의 시녀가 될 우려가 커지고 희대의 악법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공수처 법안이 동시에 상정돼 서로 모순된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 영역 축소, 인권 강화, 검찰에 대한 감찰 강화 등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일이지만, 이 부분도 기본 전제는 대통령 권력으로부터 검찰 독립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여당이 지금 검찰의 힘이 너무 세다고 하면서 공수처라는 또 다른 괴물을 탄생 시켜 수사권‧기소권을 주자는 것은 자가당착이자 자기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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