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개천용들의 절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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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천용들의 절망 시대
  • 이성진
  • 승인 2019.11.15 10: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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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그대 삶이 아무리 남루하다 해도, 그것을 똑바로 받아들여 살아가라. 결코 피하거나 욕하지 말라. 햇빛은 부자의 저택에서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집의 창가에도 비친다. 봄이 오면 그 문턱 앞에 쌓인 눈 역시 녹는다.”

1800년대를 살다간 미국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남긴 말이다. 그 시대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진 못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결코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히는 글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그 가족의 각종 ‘불공정’ 의혹들로부터 불거진,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이라는 담론은 장관 사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뜨겁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모의 신분으로 인해 태어남과 동시에 노비, 또는 하층민으로 살아야 했던 반인권주의를 척결하기 위해 현대사회는 헌법을 통해 자유와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지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평등, 공정을 가장한 위록지마(謂鹿止馬)가 여전히 흥행한다.

누구는 태어나자마자 수백억 원을 상속받는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돈을 모아도 불가능한 수십억대의 아파트가 그들에게는 그저 투기의 대상물에 불과하고, 가지지 못한 이들과 그 후손들에게는 소위 넘사벽일 뿐이다. 거짓 특근으로 국민의 혈관에 빨대를 꽂는 공무원들의 비리행각들이 들려오고, 각종 비리와 불법에도 고액의 연금을 계속 수령하는 전직 고관대작들도 있고, 스승은 자라나는 제자들에게 갑질을 하는, 분노스러운 보도가 끊이질 않는다. “감은 공관병이 따야 하고, 골프공 역시 사병들이 줍는 것이 맞다”고 막말을 늘어놓는 장군 출신이 있는가 하면 노동자들을 시종 대하듯 안하무인 재벌 갑질 소식도 전해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는 헌법 가치를 몰각하는 행태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푸시킨의 ‘삶’은 그저 낭만적 시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아무리 바동거려도 조건과 재력, 권력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사회”라며 분개하는 이 땅의 청년들. 그들을 향해 ‘개천용을 바라지 말고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만족하며 살아라’ ‘민중은 개·돼지와 같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라는 말로 확인사살까지 서슴지 않는 사회.

결과에서의 공정은 말할 것도 없고 기회에서부터 평등이 원천봉쇄 당하는 사회여서 일까. 취업준비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시험과 각종 자격시험에 달려들고 있다. 공시족, 고시낭인이라는 서러움을 받아도 이렇게 불나방이 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연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저변에 깔려 있어서다.

좀 더 나은 삶을 향해 사다리를 오르려하지만 이젠 그 사다리마저 앗아가는 현실을 기성세대들은 결단코 경시해선 안 되지 않을까.

“똑같은 시간을 일해도 시급차이가 많이 나면 투잡, 쓰리잡을 뛸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진작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급이 높은 직장을 구하면 되지 않았냐, 노력이 부족하다고 묻는다면 공부할 시간도 부족했다. 맞벌이 가정이라 엄하게 키워주는 부모가 없었다든지, 학원비가 없었다든지, 부모가 아파서 학업을 포기하고 알바를 했다든지, 아니면 집이 너무 멀다든가.” 최근 한 노동전문 변호사가 SNS에 올린 글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 빌어먹을 세상에 공평한 것이 하나도 없다”며 불공정의 우리사회를 우려했다. 기자 역시 같은 심정이다. 햇빛은 가난한 집의 창가에는 결코 비치지도, 봄이 와도 그 문턱 앞에 쌓인 눈 또한 결코 녹지 않을까 봐 걱정이다. 오르려는 ‘사다리’만이라도 허투루 걷어차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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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용이 나는건 후진국뿐이다 2019-11-21 09:22:35
개천 용이 나는건 시대의 발전에 따라 불가능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극단적인 계층이동이 부자연스러운 것도 당연한 것이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계층이 고착화되는 것도 안타깝지만 자연스러운 것이고요.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자본주의적 체제가 자리잡혀 있는 한 그것이 잘못된 건 아니죠. 이건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특성에 의한 것입니다.

ㅇㅇ 2019-11-15 11:31:54
개천용이면 이미 성공한 걸 말하는데 왜 이 사람들이 절망하는지 ㅋㅋㅋ 제목이 부적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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