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37)-의회민주주의와 연동형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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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37)-의회민주주의와 연동형비례대표제
  • 강신업
  • 승인 2019.11.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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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비례대표제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1949년 공화국 수립 이래 줄곧 비례대표제를 시행해왔다. 하원 의원을 선출할 때 사용되는 이 방식을 ‘인물화된 비례대표제’라고도 하는데, 유권자는 1인 2표제로 자신이 사는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와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에 각각 1표를 투표한다. 이에 따라 우선 다수대표제 원칙에 따라 지역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들 가운데 최다 득표를 얻은 후보자가 당선되고, 다음으로 정당을 지명하는 투표에서 각 정당이 얻은 지지율에 따라 각 정당에 의석이 배분된다.

가령 42%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한 A 정당이 68%의 선거구에서 승리하고, B 정당은 38%의 정당 지지를 얻고 32%의 선거구에서 승리하고, 나머지 C, D, E 정당은 합쳐서 20%의 정당 지지를 받았지만 선거구에서는 한 곳도 승리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각 정당은 선거구에서 승리를 통해 얻은 의석 외에도 정당 지지율에 따라 여분의 의석을 얻게 된다. 그 결과 정당 투표 지지율보다 선거구에서 승리한 후보자 비율이 높은 A 정당은 여분의 의석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B 정당은 32%의 선거구에서 승리했지만 정당지지율은 38%를 기록했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몫의 의석을 추가로 할당받는다. 마찬가지로 총 20%의 정당지지율을 확보한 소수 정당 C, D, E 또한 선거구에서는 의석을 얻지 못했지만 총 20%의 의석을 할당받는다. 이때 여분의 의석은 각 정당이 선거 전에 발표한 명부에 기재된 후보자에게 돌아가고, 이미 명부에 기재된 후보자는 1순위, 2순위 식으로 정당에 의해 순서가 매겨진다.

한편 국회에 패스트 트랙에 올라가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와는 달리 비례대표를 75석으로 고정하고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가 적용되게 한 것이다. 배분 방식은 우선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총 300석 중 정당별 총의석수를 배분하고, 그렇게 배분받은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빼고 남은 의석수의 절반을 각 정당에 비례대표로 배정한 뒤 비례대표 75석 중 남은 잔여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배분하는 것이다. 이때 각 정당은 총 비례대표 의석수가 확정되면 내부적으로 석패율제, 즉 지역구에서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운용할 수 있다.

한편 비례대표제를 오해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비례대표제는 다수대표제와 달리 선거를 통해서는 특정 정당이 단독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다수당 정부를 구성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물론 이 말은 틀리지 않는다. 독일 선거를 살펴봤을 때 특정 정당 한 곳이 하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비례대표제의 장점이다. 독일은 이 제도 덕분에 정부의 중도적인 성격이 강해지고 극단적인 국론분열을 막을 수 있었다. 이 제도 아래에서는 그 어떤 정당도 독단으로 정부 정책을 결정할 수 없어 설득과 타협을 통한 정치가 필수적이다.

오늘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정치 발전 여부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행사를 막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5년 임기로 뽑힌 대통령이 마치 영구집권자나 되는 것처럼 권력을 독단적으로 행사하고, 집권당이 거수기가 되어 이를 충실하게 뒷받침하면서 사실상 의회의 견제가 사라지게 된 것이 대한민국 정치 비극의 주요 원인이다.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정치를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도하는 정치가 아닌 의회가 중심이 되는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 정치는 그동안 거대양당제하에서 집권당은 청와대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야당은 극한투쟁을 반복하는 통에 국론이 분열되고 국정이 마비되는 악순환을 겪어 왔다. 문재인 정부의 독주와 20대 국회의 무능은 우리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도 이제 정치 후진국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 선진 의회민주주의 꽃을 피워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이번에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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