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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정책과 법원 검찰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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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정책과 법원 검찰의 역할
  • 김종민
  • 승인 2019.11.08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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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동인
김종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동인

검찰의 ‘타다’기소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명백한 현행법 위반 사안으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검찰의 의견과 기술과 사회적 혁신을 반영하지 못하고 낡은 규제의 틀을 형사법적 잣대로 성급하게 들이대었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택시업계에서는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한 실질적인 택시 영업일 뿐 공유경제의 혁신이라는 주장은 허구라고 말하고 ‘타다’측에서는 변화하는 기술과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항변한다.

‘타다’의 유무죄 여부는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질 것이다. 그런데 ‘타다’논란의 이면에는 법원과 검찰의 역할과 한계는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사법적극주의 논쟁을 두고서라도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일본과의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타격을 받은 사례를 보더라도 검찰 법원의 수사와 재판의 독립성, 독자성이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영역인지 여부는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법원과 검찰이 정치경제적,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여 수사하고 재판하는 것은 항상 부당하고 용납될 수 없는가. 반대로 법원과 검찰이 일체의 이러한 고려 없이 오직 법의 잣대로만 엄격히 판단하고 그 파장이나 여파는 우리의 영역이 아니니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언제나 정당하다고 평가되어야 하는가.

2002년 서울지검 검사 시절 지금은 보편화된 서비스 레지던스 수사를 한 적이 있다. 관광호텔 협회에서 실질적인 호텔 영업을 하면서도 편법으로 각종 규제를 피해나가며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사업주체인 외국계 기업을 고발한 사건이었다. 기록을 읽어보니 과연 죄질이 가볍지 않고 연간 수익도 적지 않아 편법으로 돈을 버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엄벌할 사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싱가폴 국적의 지사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내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곧 깨달았다. 고발당한 외국인 지사장은 얼마든지 한국의 법규를 100% 준수하고 세금도 성실히 낼 수 있는데 한국에 레지던스를 규율하는 법규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법률을 위반하게 되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다른 외국에서도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법규 미비를 이유로 한국에서만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까지 받았지만 얼마 후 국회에서 관련 법규가 개정되어 합법화 되었다. 검찰과 법원에서의 수년간에 걸친 지루한 법정 공방과 결론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중요한 국가정책과 관련한 검찰 법원의 역할과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분명한 사실은 이와 관련된 형사처벌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행정법규 속에 지나치게 많은 형사처벌 규정이 들어와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회와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여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관련 법률로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국가와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법원과 검찰도 경청해야 한다.

형벌은 최후의 수단 ultima ratio 이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던 대학시절 형사법 교수님의 가르침은 검사 시절 내내 최고의 사건처리 기준이었다. 살인, 강도 같은 절대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불법행위가 아니라면 상대적으로 얼마든지 비범죄화 할 수 있는 행정형벌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융통성 있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검사의 기소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형사법 위반행위를 전부 기소해야 한다는 기소법정주의 도입 주장도 있지만 ‘타다’논란에서 보듯 결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기소편의주의는 원래 검사가 소추 여부를 적절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뜻인 만큼 검찰은 형사처벌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법원도 판결로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지나친 사법적극주의적 사고는 경계해야 한다.

‘타다’논란을 계기로 법의 존재의미와 법원과 검찰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여 국회와 정부에서 해결되지 못한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법원과 검찰이 개입하는 정치의 사법화, 정책의 사법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법원과 검찰은 주요 국가정책과 관련된 사안의 경우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성급하게 개입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고 형사처벌은 최후의 수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종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동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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