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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36)-익명의 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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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36)-익명의 정열
  • 강신업
  • 승인 2019.11.08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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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큰일을 하려는 자는 누구든 먼저 사람을 모으고 조직해야 한다. 조직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바로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각자 역할을 맡되 그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조직을 지휘하는 지휘자와 팀원들 간 팀워크가 맞아야 함은 물론이다. 팀워크는 대개 조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정치에서 팀워크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중요하다. 정치는 단독 드리블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의 작업이고 여럿이 협업하여 결과를 내는 작업이다. 때문에 정치는 그 지도자만큼이나 참모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참모의 역할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것이 정치니 팀워크의 중요성은 특별히 따로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역사상 최고 수준의 팀워크를 보인 정치 팀은 유방과 그의 참모들이다. 그들은 동네 친구라는 미미한 조직에서 출발했지만 조직을 가꾸고 성장시켜 끝내 중원을 차지했다. 유방은 사실 역발산기개세도,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도, 실무를 감당해 낼 능력도, 전쟁에서 이길만한 병법 지식도 없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그는 오히려 변변치 않은 능력의 소유자였기에 자신의 무능을 유능한 참모로 보완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물에 비추고 자신의 모습에 취하는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라 참모들을 자신의 마음에 비추고 그들의 능력을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아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다. 그 결과 유방의 참모들은 각자 맡은 악기를 유능하게 다루는 숙련된 연주자가 될 수 있었다. 천하의 대계를 세우는 일은 앉아서 천리를 보는 장량이 맡았고, 양식과 군병 보급과 같은 구체적인 실무는 소하가 해냈고, 싸움은 전쟁의 신 한신이 맡았다. 번쾌는 유방 곁을 늘 지켰으며 하후영은 유방의 발이 됐다. 그 밖에 조참과 관영, 주발과 노관, 역이기와 수하가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내며 유방과 그의 참모들은 역사상 유례가 드문 아름다운 합주를 보여줬다. 그들은 전체 속에서 개인을 볼 줄 알았고, 자신보다 조직을 우선하며, 조급하게 서두르지도 느긋하게 게으르지도 않았다.

정치는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인 까닭에, 정치인은 결과를 도출해 내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기꺼이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정치 조직의 참모들은 늘 정중동의 자세를 견지하며 개인을 죽이고 전체를 살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조직과 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되 막상 행함에 있어서는 물위의 백조처럼 우아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정치 조직의 참모는 작열하는 태양처럼 뜨거운 정열을 가지되 수줍은 신부처럼 이를 감출 줄 알아야 한다. 참모는 ‘익명의 정열’을 가져야 한다.

청와대 조직에서 참모가 돌출 행동으로 팀워크를 깬다면, 그리고 또 참모가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나머지 분(分)과 격(格)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고스란히 대통령의 부담이 된다. 또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시름을 더하고 국민 간 분열을 낳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의도가 어떻든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참모의 보필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 된다. 소위 ‘참모 리스크’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바로 그 참모 리스크가 발생했다. 강기정 정무수석이 야당을 무시하고 국민의 대표로서 질의하는 국회의원에게 고성과 삿대질을 해대는 바람에 정국이 올스톱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국민의 대표를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그것도 국정감사장에서 질의를 하는 의원에게 고성과 삿대질을 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처신을 잘못하여 대통령에게 누가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참모는 뜨거운 감정을 갖고 일하되 얼음처럼 단정해야 한다. 청와대 참모는 헌법기관인 대통령을 돕는 보좌진일 뿐 직접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 아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야당을 무시하고 국민의 대표로서 질의하는 국회의원에게 고성과 삿대질을 해대는 청와대 참모가 배워야 할 것은 ‘익명의 정열’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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