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군복무하며 18개월만에’ 변리사 1차 수석·동차합격한 유창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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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군복무하며 18개월만에’ 변리사 1차 수석·동차합격한 유창준씨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9.11.09 09:3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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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판례 표현’만 활용한 답안이 합격의 비결”
“국내 지식재산권 분야 최고 전문가 되는 것이 꿈”

2019년 제56회 변리사 1차수석 및 동차합격 유창준씨홍성고등학교 졸업/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2학년
2019년 제56회 변리사 1차수석 및 동차합격 유창준씨
홍성고등학교 졸업/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2학년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주경야독(晝耕夜讀)’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을 읽는다는 의미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사자성어에 약한 편인 사람이라도 모르기 힘들 정도로 널리 알려진 말이지만 용어의 익숙함과는 달리 실제로 주경야독을 실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물며 그 공부가 막연한 지식 쌓기나 자기수양이 아니라 합격을 목표로 하는 수험이라면 어떻겠는가. 하루 종일 일을 하느라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상태에서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시험 공부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일이라는 게 군복무라면? 최근에는 군복무 환경이 많이 개선돼 나름 개인 공부를 할 수도 있다고 하고 그 중에서도 의무소방은 상대적으로 개인 시간이 더 많다고는 해도 어지간한 의지가 아니면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이뤄낸 이가 있다. 최연소 합격자와 같은 97년생의 어린 나이에 군생활을 하면서 2019년 제56회 변리사 1차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한 데 이어 2차에 동차로 합격하는 쾌거를 거둔 유창준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유씨는 충남 홍성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부터 변리사 시험에 도전할 생각을 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에 진학한 유씨는 변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군 입대 시기를 조절해 2017년 7월 의무소방으로 군복무를 시작, 올해 전역과 동시에 합격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군생활 초기인 2017년 11월부터 자연과학개론에 대비하기 위해 일반 물리학 책을 눈으로 읽었고 본격적인 공부는 2018년 2월부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약 18개월이 지나 올해 7월 27일부터 28일까지 치러진 2차시험에 합격하면서 유씨는 전역과 동시에 합격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것과 동시에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이루게 됐다.

성과가 놀라운 만큼 뭔가 특별한 공부법이 있지는 않을까 궁금증이 들었다. 유씨의 변리사 수험은 민법개론을 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는 “민법은 양이 매우 방대해 휘발성이 크기 때문에 분량을 정해 매일매일 봤다. 처음에는 이 많은 내용을 다 숙지할 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지만 회독수가 늘어날수록 내용이 암기가 되어 갔다”고 했다. 실제 시험에서도 97.5점으로 고득점했다.

산재법은 절차적인 내용이 많아 처음 접근할 때는 어려웠지만 특허법의 핵심적인 절차들을 정확히 숙지한 후 상표법과 디자인보호법에 확장시킨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특히 2차에서도 공부해야 하는 내용이기에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1차 기본서를 보고 객관식 문제집을 푼 후에는 2차 서브집도 시간을 내서 읽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보람이 있어 실전에서는 특허에서 한 문제를 틀린 외에는 모두 맞춰 97.5점을 획득했다.

자연과학은 ‘목표 정하기’를 가장 먼저 했다. 물리와 지구과학은 9개, 화학과 생물은 7개 정도를 맞히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물리와 화학과 같이 문제풀이에 적응력이 필요한 과목은 1차시험 2달을 남기기 전 시점을 기준으로 미리 준비를 했다. 매일 자연과학을 공부하되 물리와 화학 중에 한 과목을 반복해서 공부했으며 약 6개월에 걸쳐 하루에 1시간씩 공부를 하면서 PEET 문제집을 2회 풀었다. 1차시험이 2달 남았을 때부터는 물리, 화학은 변리사시험 대비용 문제를 풀었고 동시에 지구과학과 생명과학 공부를 시작했다. 지구과학은 변리사 대비용 인강을 들었고 생명과학은 수능특강 1, 2의 문제를 풀었다. 본시험에서는 처음에 잡았던 목표를 모두 초과달성해 물리, 생명과학, 지구과학은 10문제를 모두 맞혔고, 화학의 유기파트에서 모르는 문제가 나와 1개를 틀렸다.

그는 “1차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산재법 중 특허법이었다. 타임테이블을 그려봐도 신규성, 확대된 선출원 주의 등을 구별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주로 X, X', Y, y 이런 문자들의 조합으로 발명을 표현하는데 이게 도대체 어떤 발명을 말하는 것인지 와 닿지 않았던 점이 힘들었다”고 했다.

산재법에서 만난 난관은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출제경향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었다. 유씨는 “기출문제를 풀어보니 그렇게 기술 내용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필요가 없고 구성요소의 조합이 어느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지, 새로운 구성요소가 부가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후로는 발명을 이해하는 태도보다는 특정 사안에서 나오는 판례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더욱 집중했다.

2차 공부에서는 “많이 써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서술형 시험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유씨는 스터디원들과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에 쓰기 스터디를 했다. 그는 “이렇게 최대한 많은 답안을 써보는 게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합격권 내에 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수험 노하우를 소개했다. 

유씨가 2차시험에서 획득한 점수는 민사소송법 65.33점, 특허법 49.33점, 상표법 49.66점, 회로이론 67.33점이었다. 민사소송법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가장 애를 먹은 과목이기도 했다. 유씨는 “시험 준비 전 많은 수기들을 읽었을 때 동차기간을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민사소송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1차 준비기간에 미리 2차 민사소송법을 공부했다. 이론 기본강의와 사례강의를 들으며 어느 정도 큰 그림을 잡은 후 2차에 들어가게 됐음에도 민사소송법은 여전히 큰 고비였다고.

그는 “민사소송법이 어렵다는 것은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보다는 암기를 통해 써야 하는 문구의 양이 매우 많다는 것”이라며 “이런 고비를 극복하기 위해 암기를 정말 열심히 했다. 정말 고통스럽게 암기하다보니 어느 정도 답안지를 쓰는 방법을 익히게 됐고 민사소송법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2차시험을 준비하면서 특히 중시했던 답안작성에서는 ‘판례와 교과서의 표현’만을 활용하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유씨는 “‘교수님이 이 답안지를 본다는 어떻게 채점할까?’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했다. 교수님은 정말 많은 양의 답안을 채점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답안을 읽을 수는 없다고 생객했다. 그렇다면 교수님이 평소에 자주 다루시는 판례 및 교과서 표현들을 그대로 활용하면 부드럽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고 합격권을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문구를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으로 만들어내는 문장이 아니라 판례와 교과서의 표현만을 활용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했고 실제 답안지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판례 표현을 활용하기 위해 casenote 판례 사이트를 통해 많은 양의 판례를 읽었다. 유씨는 “판례는 보통 해당 사안에 적용되는 일반론부터 구체적인 사안의 해결에 해당하는 문구로 구성돼 있는데 항상 등장하는 일반적인 판례 문구 또한 가볍게 읽고 넘기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간접침해 요건과 같은 정말 유명한 판례 문구도 간접침해 판례를 읽을 때면 대충 읽지 않고 항상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이번 2차시험 특허법 문제 3번으로 출제된 최신 판례 문제에서 판례만 1페이지 전체를 채워내기도 했다. 그 결과 특허법 3번의 다른 소설문 2개의 답을 모두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배정된 30점 중의 절반인 15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민사소송법에서도 판례를 많게는 반 페이지씩 채워서 답안을 썼다. 아는 판례 문제가 나왔을 때는 과감히 목차를 단순화하고 판례를 있는 힘껏 다 써놓았다”고 자신만의 답안작성 노하우와 효과를 아낌없이 털어놓았다.

수험기간은 매우 짧았지만 위기나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씨는 시험을 한 달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민사소송법을 너무 모르겠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얘졌던 경험을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법원의 직권 여부와 관련해 약 20페이지 분량에 해당하는 부분을 도저히 모르겠어서 결국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는 안보고 틀리겠다’며 아예 없는 단원으로 취급했다고.

군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는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위기도 있었다. 유씨는 “5월에 전역 예정이라 4월부터 말년휴가를 다녀오면서 2차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전역을 앞두고 이틀 동안 행사지원을 갔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시기이고 시험을 앞두고 있었기에 공부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 걱정됐지만 전역하는 순간이 되기 전까지는 군인이었기에 행지원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야속하게 화창한 봄하늘을 보면서 ‘다른 2차생들은 지금쯤 열심히 암기하고 있을 텐데 난 뭘 하고 있나’ 생각하며 한숨을 푹푹 쉬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좋은 의미에서 기억에 남는 추억은 전역한 날의 일이다. 전역일이라고 해도 말년휴가 때 잡아둔 자취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학원에 가서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말이다. 그는 “그 날 학원이 밤 10시 정도에 끝났는데 전역하고 부모님께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려 속상했지만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올해 바로 합격하면 그것만한 효도가 없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귀가했는데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이 놀랍게도 서울에 올라오셨다. 그 때 부모님과 밤늦게 고기를 구워먹으며 소소한 전역 축하 파티를 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짧은 만큼 밀도가 높았던 수험생활을 마치고 꿈을 이룬 지금, 유씨는 ‘국내 지식재산권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변리사로서 실무 역량을 쌓아가면서 특허법에 대해 계속 공부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며 그의 남다른 수험생활이 합격이라는 값진 결실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항상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우리 부모님 비롯한 가족들에게 너무 사랑한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또, 공부기간 18개월 중 16개월은 의무소방으로 복무하면서 공부하였는데, 군생활 하면서 개인시간에는 공부도 할 수 있게 배려해주신 부여소방서 직원분들, 같이 군생활 하면서 공부한다고 민폐가 되었을텐데 항상 응원해주고 많은 힘이 되어준 부여소방서 의무소방대 선후임들에게 너무나 큰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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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9 14:57:20
녀석 잘생겼네ㅎㅎ

ㅋㅋ 2019-11-09 20:17:56
서울대공대변리사합격후 로스쿨진학>>>>>>>>>>>>>>>>>>>>>>부모의 통곡의 눈물>>>>>>>>>>나이탓만 오질나게하는 리트 80도안나오는 개백수 사시충

ㅇㅇ 2019-12-05 14:36:09
충격적이네 제일 어렵고 좋은 변리사를 의무복무하면서.. 서울대는 다른 세계네

최시명 2019-11-30 11:17:52
제목만 보면 군대 생활 열심히 안한거 처럼 보여질수 있겠네요. 결국 군대 여건에 따라 바뀌는 군요. 결국 실력도 운도 좋아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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