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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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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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0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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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새벽기도와 잠자리기도

 

이승엽 선수가 400호 홈런을 쳤다. 401호, 402호 계속하여 홈런 소식이 들려온다. 일본 프로야구 진출 3년 만에 한일통산 400호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프로 데뷔한 1995년에 첫 솔로 홈런을 친 이래 11년 2개월 만에 이룬 대단한 업적이다. 야구의 묘미는 9회말 2사후부터라는 말이 있다. 세계인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축구경기는 전후반 45분씩이라는 시간제한이 있지만, 야구에는 그러한 제한이 없다. 물론 공수 각각 아홉 번씩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콜드게임제가 적용되지 않는 한 몇 날 며칠이라도 할 수도 있다. 양 팀의 실력차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경기시간은 길어진다. 실력이 약한 팀은 점수 차가 아무리 많이 나더라도 시합을 포기할 수 없기에 계속 얻어터지며 수비를 해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아니 아시아 야구 사상 연중 최다인 56개의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승엽 선수도 일본 프로야구 데뷔 첫 해에 겨우 14개의 홈런 밖에 치지를 못해 국민들을 실망시키며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지만, 지난해에는 30 홈런을 쳐 부활하더니, 급기야는 금년 시즌에 들어 전반기에만도 30홈런을 쳐 우리를 기쁘게 하고 계속하여 홈런행진을 하고 있다.


K-1 경기에서 최홍만 선수가 연전연승이다. 프로씨름선수에서 격투기 중의 격투기라고 할 수 있는 K-1 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간판 씨름선수가 민속씨름을 배신하고 돈에 팔려 간다며 비난을 한 사람도 있고, 그를 아끼는 사람들도 그가 성공할 수 있을까 우려를 했지만, 그는 보란 듯이 K-1에서 승리를 거듭하며 한국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물론 K-1 경기를 보고 있으면 사각의 링 안에서 인간이 얼마나 처절하게 박살날 수 있는지, 도망갈 길이 막힌 상태에서 실력 없는 자의 말로가 얼마나 비참한지 여실히 볼 수 있어서 작은 배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경기가 잔인하여 보다가 고개를 돌리게 된다. 자극의 점진적 극대화 현상이 심해져가고 있다.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끊임없이 자문자답해 보지만 잘 모르겠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하여 6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눈알이 뽑혀 나갔다. 머리통이 달아나고, 배가 터져 창자가 삐져나온다. 왜 내가 이렇게 폭격 현장을 잔인하게 묘사하는지 모르겠지만, 잔인한 현장을 우리는 똑 바로 직시하고 잘못된 것을 고쳐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잔인한 일에 대하여 지나치게 무감각해져버렸다. 우리는 티브이에서 방영되는 수많은 전쟁영화를 통해 하루에도 수백 수천이 죽어나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오히려 그러한 피 터지는 장면들에 흥분한다. 화염이 폭발하는 것도 더욱 장대하게,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도 더욱 처참하고 비참하게 보여주기 위해 감독들은 혈안이 되어 있다.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잔인함이 영상 그래픽 조작으로 가능해진 세상에, 우리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구분 짓지 못한 채 모두가 충동적 폭력에 세뇌되어 가고 있다. 


인간의 잠재적 능력은 무한하다. 개발하기에 따라 끝 가는 데를 모를 정도이다. 어떠한 악조건적인 환경에도 적응하면 또 금방 적응하기도 한다. 그러한 개발과 적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노력하고 인내해야 한다. 그렇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은 참고 인내할 줄을 모른다.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느리고 정지된 순간은 이미 고통이다. 노력하고 인내하는 대신 클릭 한 번으로 짜깁기가 가능한 세상에서 모두가 짜깁기의 명수가 되어 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기어이 사표를 내었다. 학자적 양심에 비추어 표절시비에, 연구비 이중 수혜의 문제 등 수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고, 끝내 취임 열사흘 만에 낙마하고 말았다. 언론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이 누군가를 목표로 삼고 죽이겠다고 작정하면 배겨낼 장사가 없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을 둘러싼 사태를 지켜보면 학자적 양심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러한 내용은 인준을 둘러싼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졌어야 할 내용이다. 청문회 때는 전혀 언급이 없다가 취임한 이후에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문제를 삼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도 자리보전을 할 수 없게 되고 맡은 일을 소신껏 할 수 없다. 오래 전부터 들어온 이야기이지만 경찰과 기자 앞에서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남의 정보를 캐내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꼬집는 말이다. 사람이야 원래 겉 다르고 속 다르니 그 누구를 믿을 수 있으랴만 앞에서는 슬슬 웃으면서 뒤에서 칼을 들이대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세태이다. 모두가 배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비극이다. 배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 성찰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 모두는 새벽에 일어나면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도해야 한다. 나의 하루가 절제된 삶이 될 수 있기를, 긍휼의 마음을 품고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탐욕이 아닌 행복한 삶이 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손을 먼저 내밀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하고, 나눔의 기쁨이 얼마나 큰 보람인지를 깨우쳐야 한다. 우리 모두 새벽기도의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하루를 반성하는 기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어느 종교에 속하느냐의 신앙의 문제를 떠나 인격의 문제이고, 인간 본질에 관한 문제이다. 공자도 하루 세 번 반성하라고 했다지만, 반성이 실종된 세상에서 거짓과 뻔뻔함만이 판을 치고 있고, 배신과 살육만이 난무하고 있으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진실을 흥정할 수 있는가? 실력을 부정할 수 있는가? 새벽기도하는 자의 공의를 어느 누가 무시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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