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보시 檢출입제한’ 법무부 훈령, 초헌법적 언론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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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보시 檢출입제한’ 법무부 훈령, 초헌법적 언론통제
  • 법률저널
  • 승인 2019.10.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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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 연설에서 검찰 개혁을 거듭 강조하면서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형사사건 공개 금지에 관한 규정’도 10월 안에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법무부는 30일 피의사실과 수사상황 등 형사사건 내용의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의 훈령을 제정하고 12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규정에서 공개소환은 물론 압수수색과 체포, 구속 등 수사 과정에 대한 촬영도 허용되지 않도록 했다. 사실상 검찰청사 안팎에서 언론의 모든 촬영을 금한 것이다. 오보의 가능성이 높거나 공적 인물 등의 중요사건인 경우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지만, 이 경우도 각 검찰청에 설치한 심의위원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또 브리핑도 없애고 모든 검사의 언론 접촉도 금지했다. 특히 사건 관계인이나 검사 등의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낸 언론사에 대해선 검찰청 출입 제한 조치도 할 수 있게 했다.

법무부의 이번 훈령 제정은 법원 판결을 거쳐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검찰수사 단계에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피의자 인권을 훼손하는 일을 없애자는 취지다. 검찰이 소환되는 사람을 죄의 유무와 상관없이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는 악습은 사라져야 함은 마땅하다. 유죄 확정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법 원칙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그러하다. 그러나 문제는 왜 ‘조국 가족 수사부터’냐는 것이다. 전 정부의 적폐 수사에선 수사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듯 온갖 인격 살인을 저질렀던 검찰이다. 검찰은 전 대통령, 전 대법원장, 전 국정원장, 전 장관, 전 장군 같은 인사들을 거의 예외 없이 포토라인에 세웠다. 수십 년 국가에 헌신한 장군에겐 구속도 되기 전에 수갑까지 채워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폭력적인 검찰 행태를 비판하기는커녕 중단 없는 수사를 강조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조국 가족이 수사받게 되자 두 차례에 걸쳐 ‘인권 수사’를 주문했다. 그러자 검찰은 조국 아내에 대한 공개 소환 방침을 뒤집고 공휴일에 몰래 불러 특혜를 주고선 ‘앞으로 공개 소환은 없다’고 했다. 법무부의 이번 훈령도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법무부는 훈령 제정과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 등 여러 기관의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밝혔지만, 변협은 “의견 회신을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오보’ 대응 조항은 언론사에 배포했던 제정안의 초안에는 등장조차 하지 않던 내용이다. 이런 졸속 추진은 결국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점에서 ‘형사사건 공개 금지에 관한 규정’의 제정도 그 저의가 의심된다.

이번 법무부의 훈령 중 우려되는 대목은 검찰 수사와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 역할을 축소·위축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언론의 감시 기능이 무력화되면 ‘깜깜이 수사’, ‘봐주기 수사’가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오보를 낸 언론인의 취재를 막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오보나 인권 침해 기준이 무엇인지, 이런 문제를 누가 판단하는지에 관한 규정은 없다. 이현령비현령식이다. 가령,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보자 시절 “5촌 조카가 사모펀드 실소유주”라는 의혹 보도에 대해 법무부 청문회 준비단은 의혹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 입장문을 냈다. 당시 법무부 입장대로면 의혹 보도는 명백한 ‘오보’지만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훈령이 시행되면 앞으로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숨길 수 있게 된다.

법무부의 훈령은 근본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오보 낸 언론사 검찰 출입 제한’은 초헌법적이고 반민주적 발상으로 묵과할 수 없다. 오보에 대한 최종적 판단 주체는 사법부다. 그럼에도 국민 알 권리, 권력에 대한 견제·감시, 합리적 의혹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언론에 재갈 물리겠다는 이 정권의 독재적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훈령은 즉각 폐기하고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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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kyungilha 2019-11-01 11:06:33
오보가 단순한 실수에 의한 오보일 수도 있고 특정한 목적을 기진 오보일 수도 있습니다.
특정한 목적을 가진 오보일 경우 철되를 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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