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34)-정경심과 조국, 욕망과 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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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34)-정경심과 조국, 욕망과 파멸
  • 강신업
  • 승인 2019.10.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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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그리스 신화 속 이카로스, 그는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만든 날개를 달고 미궁을 탈출하지만, 태양 가까이 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다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바다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 탑,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은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렸고 탑 건설은 결국 혼돈 속에서 막을 내리고 탑을 세우고자 했던 인간들은 불신과 오해 속에 서로 다른 언어들과 함께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2019. 10. 24. 정경심이 구속됐다. 표창장과 인턴활동증명서 등을 위조해 자녀 입시비리를 도모한 혐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상장회사의 주식을 헐값에 취득하는 방법으로 불법수익을 얻고 이를 차명으로 숨겨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참고인 등과 광범위한 접촉을 하며 전방위적 증거인멸과 증거조작에 나선 혐의가 모두 소명됐다는 것이다.

정경심은 수사를 받는 내내, 그리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서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모든 것은 검찰의 오해나 악의에서 비롯된 것일 뿐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두하면서도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는 그 흔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우리가 아는 상식과 경험칙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로고스(LOGOS)와 관계가 멀기는 조국도 마찬가지다. 조국은 교수의 정치참여를 ‘폴리페서’라고 비난하면서도 자신의 정치참여는 ‘앙가즈망’이라고 하는가 하면 엄연히 별개인 자신의 가족에 대한 수사를 검찰개혁의 이유로 삼는 비이성적 태도를 보였다. 무엇보다도 조국은 자신의 법무장관 임명이나 장관직 수행을 두고 정치권과 국민이 분열되고 나라가 극심한 혼란에 빠지는 데도 나 몰라라 하는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했다.

어쩌면 조국이나 정경심의 가장 큰 죄는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전도시켰다는 것이다. 세상의 척도를 팽개치고 자신들의 이익추구에 맞는 조국식 공정과 정경심식 정의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들의 척도로는 허위로 문서를 만들고 문서를 위조해서 딸을 의사 만들고 아들을 법조인 만드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들의 척도로는 민정수석이라는 공직자의 지위를 한껏 이용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법 투자를 하고 상장회사로부터 사실상 뇌물이라 할 수 있는 주식을 받아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도 얼마든지 허용되는 것이었다. 그들의 척도로는 범죄를 숨기기 위해 컴퓨터 하드 디스크를 바꿔치기하고 노트북을 빼돌리고 물불가리지 않고 주위 사람들을 이리 저리 회유하고 압박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었다.

정경심과 조국은 욕망을 좇다 파멸하는 파우스트 박사를 닮았다. 그들은 아마 인간과 계약을 맺고 혼을 손에 넣는 그 자, 털이 무성한 몸에 부리와 날개가 있고 인간으로 변신할 때는 가늘고 긴 턱수염과 두 개의 뿔, 박쥐의 날개, 당나귀의 말굽을 갖는 자, 여러 가지 학문에 능통하지만 항상 인간을 악덕으로 유혹해서 유혹에 응한 자가 악마의 계약을 맺게 하는 자, 하지만 종국에 악마의 손에 갈기갈기 찢겨서 마지막에는 지옥으로 떨어지고 마는 자, 이름하여 메피스토펠레스와 영혼을 파는 계약을 맺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경심과 조국은 어찌하여 뻔히 보이는 파멸의 불구덩이를 향해 달렸을까. 인간은 사실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것은 인간이 욕망하는 것이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욕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정경심과 조국은 그들이 욕망했던 것이 그저 욕망이었다는 것,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도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욕망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 것일까.

인간이 반드시 태양만큼이나 높이 날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반드시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탑을 쌓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 영혼을 팔아서라도 반드시 갖고 싶은 것을 가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 평범한 진리를 조국과 정경심의 욕망과 파멸을 보며 우리는 다시 한 번 마음속에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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