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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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을 생각한다
  • 최진녕
  • 승인 2019.10.18 11: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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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퇴했다. 장관 지명 66일, 임명 35일 만에 조 씨가 장관직을 사퇴하고 문 재인 대통령이 수리함으로써 조국 사태는 마무리 되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정치경제와 외교안보 등 국정전반이 총체적 위기 상황인데도 온 나라가 두 달이 넘도록 “조국수호”와 “조국파면”으로 나뉘어 극한 대립을 이어왔다. 국가적 비극이자 엄청난 국력의 손실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로 인해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로 두 동강 난 대한민국을 보면서도 “국론 분열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한 것일 뿐이었다. 두 달이 넘는 동안 대한민국은 진영논리에 매몰된 채 합리적 토론이나 소통을 거부하는 심리적 내전상태였다고 역사는 평가할 것이다.

문 대통령 적극 지지층은 조국 사태를 놓고 벌어지는 대결을 보수와 진보의 진영 싸움이자 계층과 세대의 갈등이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그게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라고 인식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했던 문 대통령.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자 ‘절제된 검찰권’을 주문하며 검찰을 연일 압박했다. 지지층들은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수사를 비난했고, 여당은 이를 부추겼다. 겉으로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를 표방한 집권 세력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계기가 됐다.

성난 민심은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급락으로 표출되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7~8일, 10~11일 전국 25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민주당(35.3%)과 자유한국당(34.4%) 지지율은 현 정부 들어 최소 격차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1.4%, 부정 평가는 56.1%로 각각 최저치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의 대선 지지율(41.1%) 이하로 떨어진 결과도 속속 나오는 실정이다. 지지층의 국정수행 평가 중 ‘매우 잘함’의 수치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지지한다는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 계속 줄고 있다는 의미다.

총선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와 민주당 모두 ‘조국 사태’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 큰 위기감을 느꼈고, 이러한 정치적 배경 속에 문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조국 장관의 사표를 받았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대통령의 취임사는 조국 일가의 이중성과 정부 여당의 맹목적 조국 살리기 속에 이제는 빛바랜 희극적 대사가 됐다. 조국 사태로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크게 훼손됐다.

정부여당은 조국 사퇴를 계기로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검찰 특수부 폐지·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인권보호 수사규칙 제정, 피의사실 공표금지 방안 등이 포함됐다. 사건관계인을 소환해 조사할 때 1회 조사가 총 12시간을 넘길 수 없도록 하고, 조사 후에는 8시간 이상 연속 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 심야조사는 오후 9시 이후 조사 대상의 자발적 신청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했다.

대검찰청도 16일 “검찰 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법무부와 협의해 인권보호 수사규칙을 조속히 마련하고, 대검찰청에 외부 인권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인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수사공보준칙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장관 사퇴와 무관하게 문 대통령이 지시한 검찰개혁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취지이자 검찰이 개혁의 저항세력이 아니라는 선언으로 읽힌다.

뭔가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문재인 정부가 외치는 검찰개혁의 철학과 방향성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은 특수부 축소와 형사부 강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검찰이 잘하는 특수부 수사는 검찰이 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하는 형사부는 축소하며, 경찰에게는 1차적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까지 부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검찰개혁 방향이 급반전했다. 조국 장관 수사가 본격화 되자 대통령과 장관은 전국 검찰청의 특수부 폐지, 형사부와 공판부의 강화를 부르짖었다. 도대체 이번 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은 무엇인가? 자기혁신이 개혁의 시작이다. 정부여당 어디에도 조국 사태에 대한 자기반성과 쇄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수의 국민들은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집권세력이 개혁과제 달성이라는 문패를 내걸고 벌이는 권력 지키기 놀음이 아닌가하는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중립성 확보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중한 수사다. 그것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며, 실질적 법치주의의 구현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각론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검찰개혁의 철학과 방향을 설득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개혁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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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의 본질은 2019-10-18 11:36:56
불공정한 제도들에 대한 국민들의 문제제기이기도 합니다. 대입제도 개선과 함께 법조인 임용제도의 보완 내지는 공정성 시비가 없는 제도로의 선회 부활도 필요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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