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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법치주의와 도덕주의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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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법치주의와 도덕주의와 민주주의
  • 신희섭
  • 승인 2019.10.1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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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br>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불편’하던 것이 ‘불쾌’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짜증’나는 상황이 되었다. 조국사태로 칭해지는 한국 정치 말이다. 시민들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었다. 정치인들은 4월 총선만 계산한다. 정당들이 각자 주판알을 튕기는 사이 광장의 시민들의 투쟁은 더 격렬해지고 있다. 국가가 두 동강나는 듯하다.

민주주의 수호나 특정 대통령이 아닌 한 사람이 이렇게 나라를 뒤흔드는 것은 사상 초유다. 게다가 너무 오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짜증을 느끼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당파의 증대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그 증거다.

이 상황이 왜 짜증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법치주의와 도덕주의 그리고 민주주의가 얽히고설킨 현 상황은 복잡하다. 복잡한 상황일수록 단순화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최대한 단순화해보자.

시작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정치학자인 벤자민 긴스버그와 마틴 세프터는 미국정치를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로 설명했다. 이 이론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과거와 달리 정당 간의 이념적 선명성이 약하고 유권자들의 안정적인 지지가 없어진 최근 미국 정치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에서의 경쟁을 피하고자 한다. 그래서 선거경쟁기간동안에 확보한 스캔들을 언론에 풀어서 상대 정치인을 공격한다. 언론을 통해 ‘드러내기(revelation)’를 하면 경찰이 ‘수사(Investigation)’하고 검찰이 ‘기소(prosecution)’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정치적 경쟁이라는 원 수단이 언론과 검찰이라는 다른 수단에 의해 대체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치에 미국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지만은 않는다. 미국처럼 정치인들이 언론과 검찰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언론과 검찰이 자신의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는데 스스로 나서기 때문이다.

현 조국 사태는 법치주의의 한 축을 이루는 검찰개혁에서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정책적으로 중시한다. 여기에는 과거 노무현정부의 실패경험도 한 몫 한다. 그리고 시기가 늦어버린 검찰개혁의 적임자를 조국 민정수석으로 잡았다.

대의 차원에서 볼 때 검찰 개혁은 중요하다. 한국 검찰은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견제를 받지 않는다. 검사와 판사와 국회의원을 포함해서 고위공직자를 수사함으로서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를 만드는 것은 한국 정치의 중요 과제이다. 지금은 ‘산업화’와 ‘민주화’ 다음의 ‘공정성’ 담론이 중요해진 시대다. 이런 시대에 특정 권력자들에게만 견제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특히 검찰에 대한 권력 견제는 확실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을 통한 권력의 분리가 중요하다. 경찰이 수사를 하고 검찰이 기소를 담당하고,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을 주면 경찰이 검찰을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관행화 된 현재 검찰-경찰의 권한구조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다음으로 검찰자체의 문제도 있다. 현 검찰 개혁논의에서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의 변경이 핵심 쟁점처럼 보인다. 기소독점주의에 의해 검찰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는 기소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아가 검찰 특수부는 인지 수사가 가능하다. 즉 고소와 고발이 없이도 특정 기업을 수사 할 수 있다. 특수부 출신의 전직 고위 검사는 전관예우를 받아 고문 등으로 취업되어 지분에 참여하는 등 기업과 결탁이 이루어진다. 이어 현직 후배 검사들에게 자신이 결탁한 기업과 경쟁하는 업체의 수사를 청탁한다. 혐의? 먼지털이식 저인망 수사과정에서 어떠한 혐의라도 나오기 마련이다. 실례를 보자! 삼양라면의 우지 파동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사례처럼 수사 결과 무혐의로 밝혀지거나 재판과정에서 무죄로 확정되더라도 수사와 재판을 거치는 과정에서 ‘탈탈 털린’ 경쟁 기업은 사업망을 모두 잃어버리고, 전직 검사와 결탁된 기업은 자연스럽게 경쟁기업의 시장을 이어받게 된다. 이를 통해 성장한 기업을 통해 검사는 퇴직 후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되고, 현직 검사들 역시 이러한 부정한 행위에 자신의 미래를 기대하며 협조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수많은 유명 검사들이 이러한 잘못된 관행의 수혜자들이었다. 이러한 직권남용적 수사를 견제하고 처벌할 장치가 현행 제도하에 존재하는가? 제 식구 감싸기 검찰구조에서 단 한번이라도 “검사가 수사하는 게 무슨 잘못이며, 이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는가?”라고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전직 영감님들에게 기소가 이루어진 적이 있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검찰이 한 축을 이루는 법치주의는 시민의 자유를 확보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다면, 시민의 자유를 위협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에도 위협이 된다. 따라서 검찰 역시 견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검찰 개혁’이라는 대의 앞에 큰 걸림돌이 놓인 것이다. 조국장관 사태가 그것이다. 즉 ‘검찰개혁’의 수장과 그 가족들의 ‘위법 여부’와 ‘도덕성 문제’가 ‘검찰개혁’ 자체의 발을 건 것이다. 과연 도덕성시비가 있는 이 사람이 검찰개혁이라는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라는 심난한 문제제기가 된 것이다. 여기에 자기조직을 보호해야 하는 검찰에서 관련 혐의들이 나오고 언론은 연일 이것을 확대재생산하면서 ‘조국사태’는 ‘조국쟁투’가 된 것이다.

검찰개혁과 법치주의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위법성 시비와 도덕성 시비가 생긴 당사자가 공정성 개선의 적임자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이번에도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도대체 그 어느 인사가 법무장관에 앉아 이러한 중임을 수행할 것인지도 의심스럽고 검찰 개혁은 영영 물 건너 갈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반면 야당 정치인들은 위법성과 도덕성을 문제 삼으면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라는 떡고물을 얻고자 한다. 대안은 없고 고성만 오간다.

이 상황을 짜증나게 하는 마지막은 정치가 사라져 시민들 간의 투쟁을 만드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할 일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정치는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검찰개혁’이라는 대의가 ‘국론 분열’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가치인지를 사회적 합의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검찰개혁과 함께 분열된 국론을 다시 통합하기 위한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통령이 다른 정당대표들과 함께 검찰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조국장관 사퇴를 맞교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분열된 국민들이 더 원하는 것은 좀 더 나은 삶이다. 검찰개혁은 이러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 개혁의 문제이다.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다. 이 정도 지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 검찰 개혁과 더 공정한 사회에 대한 국민적 지지 획득을 무기로 야당과 합의를 하고 도덕성 문제는 제거하면 된다. 그러면 탄핵 이후 도덕성을 강조한 현 정부의 기조와도 부합한다. 만약 야당 의원들이 검찰 개혁의 합의를 위반한다면 4월 총선에서 그 책임추궁을 선거 전략으로 삼으면 된다. 지금처럼 싸우는 것 보다는 검찰개혁을 하는 편이 국민들도 더 낫다.

의회에서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직수사처’ 설치와 ‘검경권한 조정’에 관한 합의가 병행되어야 한다. 국회는 싸우라고 만든 제도장치다. 정작 싸워야 할 곳에서 싸우지 않으니 광장으로 시민들이 나서는 것이다. 법치주의와 도덕주의의 종착역 없는 투쟁을 민주주의가 해결해야 한다. 더 이상 시민들을 짜증나지 않게 만들기 바란다. 그것이 민주주의에서 선출된 지도자의 역할이다.

끝으로 사족이지만, 정의롭지도 않았고 도덕적이지도 않았던 그간의 정치권이 도덕과 정의를 강요만 당했던 국민들 앞에서 도덕과 정의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정치적 욕심만 채우는 것도 참 가증스럽지 않은가?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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