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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31)-절대통정(絶對統政)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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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31)-절대통정(絶對統政)의 종말
  • 강신업
  • 승인 2019.10.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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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너무도 유명해서 시중필부 누구나 인용하는 헌법 구절이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이 말은 공인된 화이트 라이(white lie)다. 사실은 대한민국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이 아닌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모든 권력은 먼저 국민 개개인에게서 대통령에게로 수렴된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권력은 온전히 대통령의 것이 되고, 그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든 대통령 맘이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권력을 줄 뿐 그 권력을 거두거나 통제할 방법이 없다. 대통령을 선출할 수는 있으나 선출된 대통령의 잘못된 권력행사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력은 과거 로마나 중국 황제의 그것을 능가한다.

오늘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왕을 능가하는 대통령, 제왕적 대통령(imperial president, 帝王的大統領)임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대통령은 불과 두 달 전 5기수나 파괴하며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검찰총장에 앉히고 ‘우리 총장님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를 해 달라’고 당부를 했다, 그런데 바로 그 검찰총장이 조국을 수사한다고 하자 느닷없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검찰개혁의 핵심인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그렇게 주장하던 대통령이 법에 따른 검찰권의 행사를 대놓고 가로막는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만 ‘국민’으로 칭하는 위험한 도박을 감행한 것이자 민주주의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무모한 시도다.

몽테스키외가 1748년 《법의 정신》을 통해 삼권분립의 원칙을 밝히고 절대왕정(絶對王政)에 쐐기를 박았지만 불행히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절대통정(絶對統政)이 계속되고 있다. 왕이 대통령으로 바뀌었을 뿐 1인 통치는 달라진 것이 없다. 과거 절대왕정이 인간을 종교·관습·제도의 주술에 묶어 비이성적 신정을 펼쳤다면 현재 절대통정은 진영과 적폐라는 이상한 논리로 대중을 감성적으로 종속시키고 시민 각자를 자신의 주체성이 아닌 계파성에 따라 행동하는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정치인에 조종당한 대중은 집단을 내세워 개인을 억압하고 심지어 국가기관까지 압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론과 그에 포함된 감정적 태도가 집단지성을 마비시키면서 의견을 조율하는 민주적 절차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상대방의 결정권을 침해하는 집단패권이 횡행하게 되었다. 미자각상태(未自覺狀態)에서 잠들고 있는 인간에게 이성의 빛을 던져 편견이나 미망에서 빠져나오게 한 계몽의 시대가 대한민국 정치계에는 아직도 열리지 않았다. 그나마 싹트기 시작하던 시민정신은 퇴락하고 미계몽비이성 집단광기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 대한민국을 좀먹을 뿐이다.

최고의 정치는 백성이 정치를 잊는 것이다. 최고의 선정은 백성이 왕을 잊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은 어찌나 복이 없는지 날이면 날마다 정치를 걱정하고 대통령을 걱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해야 하는 대한민국 정치는 분명 후진적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개혁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제왕적대통령제를 뜯어고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제왕적대통령제를 그냥 두고서는 대한민국의 후진성을 극복할 길이 없다. 사법개혁도 검찰개혁도 따지고 보면 제왕적대통령제개혁의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대통령학 전문가 함성득 전 고려대 교수는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정치적 실패 이유를 분석한 후 미래 대통령의 성공조건으로, 대박 치려고 하지 말고 작은 성공을 목표로 승리를 쌓아 나가고, 쓸데없는 정치보복을 하지 말며, 행정의 달인이 아닌 입법의 달인이 될 것 등을 들었는데, 함 교수 말대로 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러나 솔직히 말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성공하는 것을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팥으로 메주를 쑤는 것을 보는 것이 빠를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성공한 대통령을 바랄 것이 아니라 대통령제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국민에게 스트레스만 주는 대통령제를 유지할 이유가 무엇인가. 절대통정(絶對統政)의 종말은 하루가 여삼추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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