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13) / 미국 민사 소송과 문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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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13) / 미국 민사 소송과 문서 제출
  • 박준연
  • 승인 2019.09.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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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박준연</strong>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소송 상대방에 소송과 관련된 문서를 제출(production)하는 업무의 대부분은 팀의 주니어 변호사, 패러리걸, 로펌의 IT 분야 소송 지원(litigation support)팀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 업무가 다른 변호사 업무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클라이언트의 관련 문서를 제출하는 것은 상대방의 관련 문서를 제출받아 클라이언트를 효과적으로 대리하는 과정과 떼어놓을 수 없다. 또한 소송과 관련된 문서라도 여러 가지 이유, 특히 비밀 유지 특권(privilege)와 관련된 문서는 제출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 과정에서 특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 문서를 의도치 않게 제출하지 않도록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방 민사소송 소송 규칙에 따른 소송 당사자간 협의

미국 연방 민사소송 규칙 26조 (f)항은 민사소송의 디스커버리 (증거 개시) 계획을 세우기 위한 소송 당사자들 간의 협의를 규정하고 있다. 각 소송 당사자가 어떤 관련 자료(최근 민사소송에서 대부분의 자료가 전자파일 형태라는 사실을 감안하여 전자 저장 정보(ESI, electronically stored information)라고 한다)가 어디에, 어떤 형태로 보존되어 있는지, 어느 정도의 분량인지,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여 리뷰한 다음 언제 제출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이러한 연방 규칙을 바탕으로 몇몇 법원에서는 각 소송 당사자를 대리하는 변호인들이 전화 회의가 아니라 직접 만나서 26조 (f)항에 따른 협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형식적인 협의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직접 성의를 가지고 협의에 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협의를 통해 상대방의 ESI와 그 제출 기간 등에 대해 파악함과 동시에 클라이언트의 ESI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전자 디스커버리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회사를 통해 ESI 수집과 제출에 대한 전문적인 견해를 미리 갖출 필요가 있다. 협의 준비를 위해 클라이언트에 확인해야 할 사항, 협의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는 정보 등에 대해서는 세도나 회의(The Sedona Conference)에서 자세한 체크리스트(Jumpstart Outline)을 발간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협의를 통해 소송 당사자들이 합의한 내용은 스케줄 명령(scheduling order), 비밀 명령(confidentiality order)나 전자 디스커버리 프로토콜(e-discovery protocol) 등의 형태로 문서로 기록한다. 또 몇몇 법원에서는 소송 팀 중에서 디스커버리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전자 디스커버리 연락 담당자(e-discovery liaison)로 지정하여 소송 당사자들간 협의를 진행하고 또 해당 법원에 보고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과정에서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이다.

관련 자료의 유형

소송과 관련이 있는 ESI는 흔히 사용하는 이메일, 워드나 파워포인트, 엑셀 등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 파일, PDF 파일이나 이미지, 비디오나 오디오 파일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나 휴대용 기기 등에서 사용하는 상용 어플리케이션 자료나 SQL 형태로 존재하는 데이터베이스 파일, 소셜 미디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또한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데이터 등으로서 존재한다. 또한 자료의 상태에 따라서 즉시 접근 열람이 가능한 자료(active data), 보존된 상태로 즉시 접근, 열람이 어려운 자료(archival data), 또 더 이상 접근과 열람이 불가능한 기타 자료(residual data) 등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메타 데이터는 흔히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로 알려져 있다. 누가 언제 그 문서를 작성하였고 언제 수정하였으며 어느 파일 경로에 저장되었는지 등의 정보를 포함한다. 디스커버리 과정에서 메타 데이터가 소송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연방 민사소송 규칙26조 (b)(2)항은 합리적으로 접근 가능한(reasonably accessible) ESI와 그렇지 않은 ESI를 구별하고 있다. 네트워크 파일, 서버 이메일, 개인의 PC, 휴대 전화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저장된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합리적으로 접근 가능하다고 본다. 휴대용 전자기기는 업무를 위해 지급된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BYOD(bring your own device) 정책에 따라 업무 목적으로 사용된 개인 보유 기기에 저장된 ESI 역시 합리적으로 접근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ESI에 대해서는 제출하는 소송 당사자가 ESI 수집, 데이터 처리와 리뷰, 제출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만약 소송과 관련된 ESI를 찾는 과정에 시간과 인력이 소요된다면 어떨까. 소송의 관할권 지역에 따라 판례를 확인해야 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이 역시 합리적으로 접근 가능하며, 제출하는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자기 백업 테이프(magnetic backup tapes)나 판독하기 어려운 데이터, 삭제 후 남아 있는 일부 데이터, 추가 정보가 거의 없는 복사본(duplicates) 등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접근 가능하지 않으며, 따라서 제출할 의무도 없다고 본다. 이때 그 소송 당사자가 합리적으로 접근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을 진다.

제출 형태

연방 민사소송 규칙에 따르면 소송 당사자는 ESI가 통상적으로 보존되어 있는 형태로(as kept in ordinary courses) 혹은 상대방의 요구에 따라 분류하여(labelled to correspond to the requests) 제출할 수 있다. 또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추출되어 직접 판독할 수 없는 데이터의 경우, 엑셀이나 csv 파일 등의 리뷰 가능한 형태로 제출해야 한다. 제출을 요청하는 소송 당사자는 제출 형태에 대해서도 요청할 수 있다. 특정 파일을 네이티브 파일 혹은 pdf나 이미지 파일 형태로 제출할지, 그리고 문자 검색이 가능하도록 OCR된 상태로 제출할지 여부는 소송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또 제출받은 파일을 리뷰를 위해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 하기 위해 로드 파일(load files)이 필요한 경우 이의 제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당사자들간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해당 법원(판사)의 의견을 묻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제출을 요구하는 측은 왜 해당 자료가 소송과 관련하여 의미가 있는지를, 제출에 반대하는 측은 왜 해당 자료 제출에 부담이 큰지, 제출하지 못할 다른 사정이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몇몇 법원은 엑셀 파일에 대해서는 이미지나 pdf 파일이 아닌 네이티브 파일로 제출하도록 미리 규칙으로 정하기도 한다.

제출의 예외

문서 제출과정에서 제출이 제외되는 문서는 변호사-의뢰인 비밀 유지 특권이나 소송 준비 자료에 대한 보호 특권의 대상이 되는 문서, 또 관련 법조항에 따라 민감한 개인 정보, 건강 정보 등이 있다. 문서에 따라서는 아예 제출하지 않거나(withhold), 일부 내용을 삭제하여(redact) 제출하고, 또 법원의 비밀 보호 명령(protective order)을 통해 문서 제출을 제한하기도 한다.

소송과 관계되는 대량의 문서를 다루다 보면, 제출하지 않아야 할 문서를 의도하지 않게 제출(inadvertent production)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 경우 소송 상대방에게 문서를 반환, 삭제 혹은 격리하도록 요청한다. 소송 상대방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법원의 결정을 따르는데, 법원은 의도하지 않게 제출된 문서의 분량, 문서 리뷰에 관련한 절차의 적절성 등을 검토하여 결정을 내린다. 요건을 만족시키지 않는 경우, 의도하지 않은 제출이라 하더라도 특권의 포기(waiver)로 여겨져 상대방은 해당 문서를 소송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소송 전략을 담은 중요한 문서가 이런 식으로 제출되어 특권 포기로 여겨지는 경우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또 의도하지 않은 제출 문서를 받는 소송 대리인도 해당 관할권 지역의 윤리 규칙에 따라 변호사-의뢰인 간에 법률 자문을 위해 행해진 커뮤니케이션이나 소송 준비 자료 등을 발견하는 즉시 자세한 내용 검토를 중단하고 상대방에 이 사실을 통보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는 경우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문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문서를 대신하여 제출하지 않는 근거, 관련자 성명, 일자, 문서 주제 등을 정리하여 제출하기도 하는데 이를 프리빌리지 로그(privilege log)라고 부른다. 많은 부분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자동 추출하여 리스트로 만들지만, 이를 요구되는 정보에 비추어 맞는지 확인하는 수작업도 있기 때문에 많은 부담이 따른다. 몇몇 법원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한 문서를 일괄적으로 프리빌리지 로그로 작성하는 카테고리 로그(categorical log)를 허용하기도 한다.

문서 제출의 미래?

문서 제출의 준비 단계인 문서 리뷰 과정의 많은 부분을 TAR(technology-assisted review)로 대신하게 되었다. 문서 제출에서 특히 시간, 비용이 드는 프리빌리지 리뷰에도 TAR을 적용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으나, 문서의 관련성 판단에 비해 프리빌리지 판단(특히 법률 자문을 받는지에 대한 정성적 판단)에는 TAR의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TAR의 정확도가 최근 몇 년 사이에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그 정확도를 리뷰 과정에서 높이게 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TAR이 문서 제출 과정의 부담을 많이 덜게 될 날도 멀지 않았을지 모른다.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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