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드론과 전쟁양상의 변화 : 기술발전과 제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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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드론과 전쟁양상의 변화 : 기술발전과 제도변화
  • 신희섭
  • 승인 2019.09.2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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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인 아람코의 석유시설이 공격을 받았다. 시아파와 수니파가 갈등하는 중동에서 석유시설이 공격받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격이 드론에 의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4일 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과 크루즈미사일들의 잔해들을 공개했다. 사우디 정부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18개의 ‘델타 윙’이라는 드론과 7개의 소형 크루즈미사일에 의해 이루어졌다.

9월 14일 공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원유시설들에 가해졌고 이 두 공장은 운영이 중단되었다. 16일 기준으로 일일 평균 570만 배럴의 생산이 멈춘 것이다. 이것은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1/2이며 세계 원유생산량 전체에서 5%에 해당한다. 세계 석유시장도 바로 반응했다. 한때 텍사스 산 원유는 15.5%, 브렌트유는 19.5%까지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드론으로 공격한 예멘 반군 후티 입장에서는 ‘저렴한’ 공격으로 높은 수익을 챙긴 셈이다. 작은 드론 몇 개와 소형 크루즈 미사일들을 가지고 스텔스전투기나 수행할 수 있는 파괴를 이루어낸 것이다. 경제마인드로 보면 수지맞는 장사를 한 것이다.

드론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최근 중동에서 치룬 전쟁들과 IS격퇴에서 무인기를 사용해왔다. 다만 국가가 아니라 반군이 이런 무기를 사용해서 이렇게 큰 피해를 준 경우가 흔치 않았던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전쟁양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 부분에서 주안점을 두고 볼 것은 ‘기술발전’과 전쟁의 ‘수행 방식’이라는 ‘제도’ 변화다.

지금까지의 기술발전 수준으로 볼 때 앞으로 드론은 더 많이 사용될 것이다. 전쟁수행에 있어서 드론이 가지는 몇 가지 유용성 때문이다. 첫째, 공격자인 사람이 다칠 일이 없다. 전쟁 수행에 있어서 병력 충원이 어려운 미국에게는 매우 중요한 혜택이다. 둘째, 은밀한 공격이 가능하다. 미국 무인기는 15,000m 이상의 높은 고도에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고 대공무기에도 안전하다. 게다가 소형드론인 경우 플라스틱으로 된 작은 크기로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다. 셋째, 저렴하다. 스텔스 전투기 같은 최신 무기를 만들고 구매하는 데는 대당 몇 천 억 원이 필요하지만 군사용 드론은 적게는 몇 억 원 정도로 구매가 가능하며 민간용 드론의 비용은 더 낮아진다. 넷째, 방어하기 어렵다. 공격용 드론은 작고 식별이 잘 안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대비를 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섯째 요인이다. ‘기술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드론 산업 전체가 성장하고 있다. 산업전체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과 같은 거대 민간 기업도 인공지능 드론과 관련된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과 같은 프로그램들에 비밀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전기 배터리 성능의 향상과 태양전지개발로 드론의 체공시간과 비행거리는 놀라울 정도로 길어지고 있다. 미국의 ‘MQ-9 리퍼’의 경우 고도 12,000m에서 15,000m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한 번 출격으로 1850km를 비행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군사용 드론 ‘차이홍(Rainbow CH)-5호’는 연속 체공시간을 60시간까지 늘렸다. 이 기종은 최대 중량이 1톤에 달하기 때문에 미사일을 6기 가량 탑재할 수 있다. 또한 벽을 투과해서 사물을 판별해내는 레이더까지 장착하고 있다.

반면에 드론 사용에 따른 우려도 있다. 첫째, 윤리성의 상실이다. 드론 공격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보면서 살상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게임처럼 화면에 나오는 인간을 보고 공격한다. 양심이 작동할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둘째, 전쟁 ‘수단’이라는 제도들을 붕괴시킨다. 전쟁은 국가가 ‘국가이익’이란 목적을 가지고 잘 훈련된 군대라는 ‘공식화’되고 ‘통제된’ 폭력을 사용하여 치루는 행동이다. 이 과정들은 나름의 제도화가 이루어져있다. 선전포고와 종전이란 시작과 끝이 있고 전쟁수단의 통제방식도 있다. 그런데 드론의 사용은 국가폭력의 독점성을 깨뜨린다. 민간이 사적이익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이 전쟁의 근원적인 동기인 목적에 변화를 주지는 않겠지만 전쟁 수행에 있어서 편익계산에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에 의한 전쟁’과 ‘국가에 의한 전쟁’의 구분은 약해질 수 있다.

셋째, ‘고기술’과 ‘저렴한’ 전쟁이 가능해진다. 앞으로 인공 지능을 탑재한 드론의 공격도 가능해질 것이다. 한편 더 원초적 형태의 공격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드론에 의한 공격은 저렴한 가격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국가들이 고비용의 군사무기만을 고집하지 않고 저렴한 전쟁방식에도 눈을 돌린다면 또 다른 형태의 안보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탐욕적인 민간인들이 돈벌이를 위해 더 저렴하고 더 치명적인 무기를 만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전쟁이 수행되는 과정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쟁수행의 방식이 바뀌면서 과거 전쟁수행과정의 제도들이 낡아빠진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움직임도 있다. 드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 격추용 그물 총이나 해킹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작고 소음이 적고 높게 나는 드론이라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는 다른 방식으로 지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큰 틀에서 전쟁수행의 새로운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드론에 대한 우려가 중동이라는 먼 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4년 북한 무인정찰기를 떠올려보라. 게다가 최근 드론 분야에서 가장 개발이 빠른 중국이 우리 주변에 있다. 전통적인 전쟁방식을 파괴할 수 있는 드론이 한국에서 그저 재미있는 논쟁거리만은 아닌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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