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1호 수혜자, 조국 배우자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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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1호 수혜자, 조국 배우자여서는 안된다
  • 최진녕
  • 승인 2019.09.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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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
최진녕 변호사

민주당과 법무부는 최근 당정협의회를 갖고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는 법무부 훈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 과정에서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수사 기밀을 언론에 유출했다며 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하자, 법무부가 잽싸게 후속 조치로 훈령 변경에 나선 것이다.

수사기관은 원칙적으로 피의사실공표죄의 입법취지에 따라 수사기밀을 유지하며 인권보호수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고위공직자 비리 등 국민의 관심이 큰 사건에 있어서는 국민의 알권리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조화로운 해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새 규정의 이름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한마디로 조국법이다. 이름부터 매우 권위적이다. 조국법은 말이 개정이지 실제는 기존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폐지하고 ‘공개 금지 규정’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법무부가 마련한 조국법 초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등 공인이 범죄를 저질러도 실명 공개가 어렵다. 초안에는 기존 ‘수사공보준칙’에 있던 ‘예외적 실명 허용 범위’ 조항이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기존 법무부 ‘수사공보준칙’에는 제17조 예외적 실명 공개 조항에서 사건 관계인이 공적 인물일 때에는 실명을 공개하도록 했다. 공적 인물에는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이나 정당 대표, 최고위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 △교육감 △치안감급 이상 경찰공무원 △지방국세청장 이상과 이에 준하는 국세청 공무원 △대통령실 비서관 이상 공무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장 △자산총액 1조원 이상 기업 총수 △금융기관장 △이 같은 직에 있었던 사람(전직) 등이 해당됐다.

하지만 ‘공개금지 규정’에 따르면 공인의 실명 공개를 포함한 사건 관련 정보 공개가 전면 금지된다. 기존 공보준칙에서는 △수사 의뢰 △고소·고발 △압수수색 △출국금지 △소환조사 △영장 청구를 포함한 체포·구속 여부 등에 대해서는 사건 단계별로 예외적으로 공보관을 통해 정보 공개가 가능했던 점과 차이가 크다.

조국법이 시행되면 사실상 기소 전에는 수사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게 된다. 기소 전 수사 사건에 대해 예외적으로 ‘수사 착수 사실’ 등만 공개하려 해도 법무부에 새로 설치될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언론이 검찰 관계자를 취재해서 보도하더라도 검찰에서 누가 사건 내용을 알려줬는지 대검찰청 감찰부가 감찰에 나설 수 있다. 인권 보호취지라지만 언론의 자유가 크게 제한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왜 하필 법무부는 지금 공보규정을 변경하려 할까. 영광스러운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일 조 장관 배우자는 공소시효완성 1시간을 앞두고 동양대 총장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근 딸 조 모 씨도 비공개리에 검찰 조사를 받았다. 가족펀드로 의심받는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하여 조국 장관이 공직자윤리법위반의 피의자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조 장관이 피의사실 보도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스스로 법무부 훈령을 엄격하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적인 의제를 형사 피의자로서 방어권 행사라는 사적 이익추구의 수단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재직 당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에 경종을 울린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수사기관이 기소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처벌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조국과 그 가족이 검찰의 수사 혐의를 받고 있는데 조국 장관이 나서서 훈령을 개정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송 전 검사장은 “훈령이 개정되면 우리 편에 유리한 수사는 피의 사실을 공표하고, 불리한 수사에서 피의사실이 공표되면 수사 담당자에게 감찰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정권을 상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수사 중인 검찰을 압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감찰권 강화가 의혹의 열쇠다. 조국법을 통해 조 장관은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검사 감찰권을 발동해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조장관은 법무부 훈령을 통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한 검찰청법을 무력화할 칼을 손에 들게 된다. 조국법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특급열차다.

절차상 문제도 크다. 검찰출신 김경진 의원은 “법무부가 2009년에도 지금 같은 (피의사실공표) 논란이 많았고 당시 학계, 언론계, 법조계, 시민단체 4개 축이 모여서 5번 이상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의견 수렴절차를 거쳤다”며 조국법의 입법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조국법이 논란이 되자 부랴부랴 민주당이 공청회를 여는 등 부산하다. 현행 공보규정을 만들 당시의 절반만이라도 인권보장과 알권리, 취재의 자유 등에 관한 치열한 논의의 장이 있다면, 시기의 문제는 별론으로 이런 논란 자체가 일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걸린 장관의 일방통행식 공개금지 규정은 그 자체로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조국법은 본질적으로 내용이 부실하다. 그 수혜자 1호도 조국 배우자여서는 안 된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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