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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54) : 가을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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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54) : 가을의 문턱에서
  • 정명재
  • 승인 2019.09.10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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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 시험합격 8관왕 강사)

계절이 바뀔 때 즈음이면 언제나 찾아오는 생각이 있다. 시간이 참으로 빠르게 지났다는 것과 그동안 내가 계획한 일들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올해는 유난히 바쁜 일정이 많았다. 상반기에 서울시 추가채용 7급 시험과 강원도 추가채용 9급 시험이 있었기에 4월 이전부터 교재작업과 강의로 바쁜 날들을 보내야 했다. 하루도 제대로 쉬어 본 일이 없을 정도였으니 무슨 일을 그리도 많이 하려 했는지 지금에 이르니 무언가에 미쳤던 것 같다. 간혹 돈키호테와 나를 동일시하려는 이들이 많았다. 이상적인 무언가에 사활을 걸고 불철주야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이러한 칭찬(?)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으로 살아온 것은 부정하진 못하지만, 그간의 일들을 스스로 정리하면 진정 재미있어서 여기까지 버텨온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다른 이유는 찾지 못하겠다.

조선시대 송강 정철(鄭澈)은 ‘장진주사’라는 시조로 유명하다. 장진주사(將進酒辭)는 권주가이기도 하지만 인생무상을 노래한 시조로도 유명하다. 한 잔 먹새 그려, 또 한 잔 먹새 그려. 이렇게 시작하는 시조로 국어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시조이기도 하다. 시조 후반부에는 인생은 무상하기에 무덤가에 꽃과 풀이 우거진 후에 후회한들 소용없다는 교훈을 준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무슨 가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수험생을 늘 곁에 두고 사는 인생이기에 그들의 한숨을 느끼고 그들의 탄식을 들어주는 입장에서 좋은 이야기 하나를 늘 고민하곤 한다. 그들이 던진 고민거리를 한 방에 해결할 재주가 있다면 좋으련만 나 역시 늘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라 내 범위를 벗어날 때도 많았다.

추석이 다가오는 계절이면 수험생의 눈빛은 먹먹해진다. 고향에 들고 갈 선물꾸러미 하나 없어도 마음 한 구석 걱정거리 가득 담아 가기는 못내 송구하고 아쉬운 것이다. 언제부턴가 자신감도 배짱도 두고 온 세월이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자식이 되어야 한다고 수없이 되뇌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감도 없어졌다. 시험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고 미래에 대한 확신도 줄어들었다.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속으로만 켜켜이 쌓이는 걱정만 늘어가는 것이다. 나는 이렇듯 마음이 약하고 여린 수험생들 틈에서 그들의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괜찮다. 흐린 가을 하늘을 쳐다보는 그대의 눈빛은 여전히 찬란하고 빛난다는 사실을, 꿈이 있는 너는 분명 밤하늘 빛나는 별이었고 그대의 긴긴 밤을 기억하는 하늘에는 그대의 꿈이 여전히 살아 숨쉰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긴 한숨을 내쉬고 다시 그대의 길을 재촉해야 한다. 늘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아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아파하는 것, 실패하는 것, 고민하는 것이 인생의 시간이다. 1%의 가능성에 99%의 믿음을 더하라. 내가 경험한 것도 다르지 않았다.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합격을 논하기란 어려웠던 시간이 있었다. 시간이 부족했고 경제력은 열악했으며 조력자 역시 없던 시절, 나는 수험생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누구도 나의 일이 성공하리라 믿지 않았다. 오로지 나만이 확신을 가지고 임했다. 단기간에 합격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였다. 시간이란 주어진 것으로 잘 활용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었고, 없는 경제력은 아끼면서 버틸 수밖에 없었지만 꿈과 희망의 끈은 한 번도 놓지 않았다.

가을이면 참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살아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지난주에는 돌아가신 아버지께 성묘를 다녀왔다. 늘 가을에는 아버지를 만나고 온다. 그 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어서도 내겐 늘 아버지의 이름이, 어머니의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름다운 시간을 고스란히 기억하지만 한 분은 내 곁에 없다. 청춘이여, 그대의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는가. 실패와 좌절을 안고 살아본 사람만이 청춘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것이고,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자. 시험! 그래 인생은 늘 시험의 연속이었다. 중·고등학교를 견뎌내며 시험이란 제도에 진저리를 치며 피하고 싶은 것으로 정의할 수도 있겠지만 공무원 시험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평생직장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나의 아버지를 보았고 나의 누나와 오빠를 보았을 것이다. 자영업자 부모님을 둔 어느 수험생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버지의 꿈이 내가 공무원이 되는 것이었어요. 부침(浮沈)이 심한 자영업에 집이 흥했다가 망하는 현실의 환난(患難)에서 그는 부모님의 꿈과 자신의 미래를 동일시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이러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위해 달려가는 수험생에게 시험이란 제도는 새로운 인생을 열 수 있는 관문이라 생각한다. 지식을 쌓아 시험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일을 통해 합격자가 되는 것이다. 또한 지식이란 한낱 사회적 약속으로 학자들이 정의한 일에 불과한 것이다. 법과 제도를 통해 사회적 약속을 정하고 이를 규정한 것들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단순 작업이다. 내가 경험했고 내가 가르친 수험생들이 증명하였듯이 일정한 시간에 그 기술을 연마하면 누구나 이러한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번 주는 민족의 명절 추석(秋夕)이다. 수험생에게 추석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내 주변의 많은 수험생들은 추석 명절이지만 고향에 가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 시험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 그러하지만 마음이 무거워서 피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가을의 문턱에서 추석이 주는 메시지를 잊어선 안 된다. 꼭 다음 추석 때에는 고향에 내려와야 한다는 약속을 해 주길 바란다. 가을 하늘은 그대로지만 멋지게 변한 내 모습을 다음 추석에는 보여줘야 한다는 약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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