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28)-간신의 나라, 국민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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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28)-간신의 나라, 국민의 나라
  • 강신업
  • 승인 2019.09.0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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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역사적으로 간신이 정치를 흐리고 백성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고 나라를 망국에 이르게 한 예는 수없이 많다. 중국사만 보더라도 권력욕에 사로잡혀 자식마저 삶아 권력자에게 바친 춘추시대 제나라의 역아(易牙), 진시황의 유서를 조작해 권력을 훔친 조고(趙高), 양귀비 치맛자락을 잡고 궁에 들어와 제국을 농단한 양국충(楊國忠) 등 수많은 간신이 국정을 농락했다. 그 결과는 정가의 피바람이었고 나라의 혼란이었고 백성의 피눈물이었다.

그렇다면 간신은 어떤 자들이고 그들은 왜 위험한가. 먼저 공자는 간신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나누고, 첫째, 마음을 반대로 먹고 있는 음험한 자, 둘째,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데 달변인 자, 셋째,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 넷째, 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 다섯째, 비리를 저지르며 혜택만 누리는 자를 간신이라 했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간신에게는 브레이크가 없다. 간신은 그의 최종 목적인 절대 권력을 향해 무조건 질주한다. 방해되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한다. 간신은 무서운 존재일 뿐만 아니라 사악한 존재다. 간신은 또한 대개 비상한 두뇌와 계략의 소유자다. 역사상 수많은 현자와 충신들이 간신에게 허무하게 당한 것은 상당 부분 간신의 계략과 능력을 깔보았기 때문이다. 간신은 한 시도 게을리하지 않고 상대가 방심한 틈을 노리고, 기회를 잡으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간신은 또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덫을 놓고 함정을 판다. 간신은 한순간의 안락과 부귀영화를 갈망하는 인간의 저급한 욕망을 부추기고 마치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속삭여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간신 주위로 기생충 같은 소인배들이 꼬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력자가 권력을 사유화하여 마치 주머니 속 동전 취급을 할 때 권력자는 타락한다. 권력자가 자기에게만 충성하는 자, 즉 간신을 키우는 필연적 수순이 바로 권력의 사유화다. 따라서 간신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권력의 사유화를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권력자가 자신의 이해와 판단이 아닌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인사를 등용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자는 특히 큰 간신, 즉 권신을 경계해야 한다. 권신은 간신과 비슷하지만 차지한 권력이 권력자를 넘어서는 신하를 뜻한다. 물론 단순히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서 권신은 아니고, 직책보다 비정상적으로 큰 권세를 휘두르는 신하가 권신이다. 보통 정치계의 정간(政奸)인 권신은 그를 지원 두둔하는 자들을 들러리 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데 이런 역할을 하는 자들은 보통 언론계의 언간(言奸), 학계의 학간(學奸), 그리고 연예계의 예간(藝奸)들이다.

간신은 단순히 역사책에 나오는 먼 옛날 어느 왕국의 얘기가 아니다. 오늘날 민주공화국에서도 간신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간신은 권력자의 판단이 흐려졌을 때, 권력자가 오기를 부릴 때 어김없이 나타난다. 간신은 권력자가 가진 인성의 약점을 파고들어 권력자의 절대적인 신임을 등에 업고 국정을 희롱하고 농단한다. 간신이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은 권력자의 경각심이 부족한 때문이고 역사의식과 통찰력이 부족한 때문이다. 간신들은 현란한 세 치 혀로, SNS 손가락질로 정의를 위하는 척, 공정한 척해서 권력자의 마음을 사고, 관직을 얻어 국정을 주무른다. 그러면서도 간신은 보통 위선을 무기로 자신을 선(善)으로 상대를 악(惡)으로 규정하는 방법으로 뭇 사람들의 의심을 피한다.

대한민국은 권력자의 나라가 아니다. 또 그들 일파의 나라도 아니다. 권력자와 그 일파는 잠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이를 대리 행사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권력자는 간신에게 속아 간신이 국민을 희롱하고 국정을 농단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결국 국민과 역사에 책임지는 것은 간신이 아니라 그 간신을 등용하고 방치한 권력자다. 따라서 권력자는 오기를 부려 자신을 간신과 공동운명체로 묶어서는 안 된다. 권력자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은 간신이 아닌 국민의 목소리고, 권력자가 의지해야 할 것은 간신이 아니라 국민이다. 이 평범한 진실을 현재 대한민국의 권력자는 과연 모르고 있는 것일까?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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