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53) :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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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53) :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었다
  • 정명재
  • 승인 2019.09.03 12: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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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 시험합격 8관왕 강사)

세상을 살면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는 꿈이 없는 삶이었다.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먹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구에서 벗어나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의 목표를 누구나 세우게 된다. 누군가는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누군가는 명예를 갖는 것으로 지향점을 삼는 경우가 많겠지만 간혹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진다. 내가 누구였으며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일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공무원 수험생이 되기 전,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대도 이러한 고민을 거쳤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뉴스에는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것이 부정입학 또는 부정입사(不正入社)이다. 공정한 시험을 거치지 않고 부모의 인맥으로 이러한 부정한 일들이 자행되는 것에 우리는 분노하고 실망하는 일에 익숙하다. 대한민국의 정의(正義)가 살아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흙수저, 또는 동수저로 태어난 이들에게 공평한 기회란 많지 않다. 그래서 고민했고 그렇게 찾은 것이 시험이란 제도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문(門)인 공무원 시험이었다. 만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으며 필기시험과 면접을 통과하면 부모가 누구인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를 묻지 않고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공무원 시험을 처음 치른 것이 마흔 셋이었으니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시험을 볼 수 있는 제도가 공무원 시험이었다. 2008년 이전에는 9급 32세, 7급 35세로 시험 연령상한제가 있었지만, 2008년부터 공무원 시험 연령상한제는 경찰직, 군무원을 제외하고는 사라졌다. 또한 공무원 연금제도도 최소재직기간이 20년에서 10년으로 개정되어 지금은 10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 후 연금을 받을 수 있다. 40대 나이에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통해 미래를 꿈꾸는 분들이 많아진 이유이다.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일에는 늦음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실행하지도 않고 꿈을 꾸지도 않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을 막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만난 노량진 수험생들의 삶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삭막한 공간에서 무채색의 꿈을 꾸는 이들이 많다. 즐겁지도 않으며 즐거움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게임을 하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인터넷 서핑을 할 때, 그들의 눈빛은 빛나고 신나 보인다. 그러나 공부할 시간에 책을 들여다보고, 동영상 수업강의를 보는 눈빛은 애처롭기까지 할 만큼 지쳐 보인다. 정말 마지못해 앉아서 시간을 때우고 정말 마지못해 책에 눈을 돌리지만 이내 다른 생각에 빠지기 일쑤다. 잠시 자리를 비우면 몇 시간이 지나서야 책상에 앉는 일도 흔하다. 왜 공부를 하는지를 모르고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수험생으로 남아 살아가고 있다.

경찰 시험이 있던 토요일이었다. 내가 아는 세 명의 수험생 역시 시험장에 다녀왔다. 두 명은 장수생으로서 수험기간이 5년이 훌쩍 넘었고 한 명은 이제 막 초보수험생으로 시험장에 다녀오는 걸 즐기고 있었다. 마치 병사가 실전 전장에서 전투를 치르고 온 것처럼 말이다. 늘 떨어지는 경험에 익숙한 수험 장수생은 여느 때처럼 힘이 빠져서 돌아왔다. 시험이 어려웠고 또 떨어질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시험이란 늘 어려운 관문이고 마주하기 두려운 시간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또 한 명의 초보수험생은 시험지를 놓고 틀린 문제를 찾아 정리하기에 바쁘다. 시험장에 다녀오니 열정이 다시 생기고 공부의 재미가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시험 성적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기색이다. 그동안 시험을 준비했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며 시험을 무사히 치렀다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다.

우리가 겪는 일상의 어려움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많은 고민들은 누구에게나 예외가 아니다. 현실의 만족을 알고 안분지족(安分知足)의 마음으로 사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늘 부족하다고 느끼며 늘 자신의 자리에서 불만이 생기는 것은 마음 속 누구에게나 자리하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 가만히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라.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끌어안고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바로 지금 그리고 내일을 향한 의지와 열정은 간직할 수도 이룰 수도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실패했는가? 오늘 하루만 아파하도록 하자. 계속 고민하고 가슴을 쳐대도 속만 쓰리고 아플 뿐임을 나 역시 지나봐서 안다. 고민거리가 많은가? 오늘 하루만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 정리를 끝내도록 하자. 어차피 고민해서도 해결될 것이 아니면 고민할 가치가 없지 않은가. 고민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어렵다면 그냥 내버려 두어라. 시간이 약이듯 조금 지나면 이 또한 지나갈 일이 될 것이다.

조금 더 먼저 아파하고 조금 더 먼저 고민을 했던 수험 선배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조언하고픈 것이 하나 있다. 세상에 감사할 것이 많음을 잘 살펴라. 지금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크게 보는 것보단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보자. 남들보다 먼저, 더 빨리, 더 많이, 이렇게 무한경쟁을 하다 보면 인생은 고달프고 서글퍼지기 일쑤다. 나만의 개성으로 살아가는 젊음이었음에도 언젠가부터 시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바로 그대의 오늘이었을 뿐이다. 나는 수험생에게 공부를 잘 하는 방법, 빨리 합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에 앞서 재미있는 조언을 하곤 한다. 그렇게 되고 싶다면 밖에 나가서 고된 일을 먼저 해 보고 다양한 인생 경험을 쌓고 오라고 말이다. 힘든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라이더가 되어 배달을 하는 것도, 점심알바로 설거지를 하는 것도 모두 나의 경험이었으며 그간의 혹독한 시간들은 지금을 감사하게 누릴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음을 이제는 안다.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시험이란 관문에서 늘 무너지고 쓰러지는 시련 또한 언젠가는 값지고 소중한 거름으로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원동력이 됨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과거에 그랬듯이, 누군가도 과거에 나와 같은 생각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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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2019-09-07 16:01:27
항상 좋은 글, 수험생에게 힘이 되는 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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