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26)-자유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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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26)-자유와 법
  • 강신업
  • 승인 2019.08.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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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역사적으로 국가 패망의 숨은 원인은 대개 위정자가 백성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때문이었다. 진나라는 상앙(商鞅)으로 대표되는 변법을 시행하여 강국이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백성의 자유를 지나치게 탄압한 나머지 진시황이 죽고 나자 억눌렸던 백성들의 분노가 분출되며 분열과 패망의 길을 걸었다.

진나라기 혼란에 빠졌을 때 군웅할거 하던 세력 중 진나라 수도 함양에 가장 먼저 입성한 유방은 이렇게 선포했다. “진나라의 복잡한 법들은 백성들을 폭압에 시달리게 했다. 나는 진나라의 모든 법을 폐지하겠다. 대신 세 가지 법만 시행하겠다.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고, 사람을 다치게 한 자와 도둑질한 자는 그에 따른 벌을 내리겠다.” 이 때 유방이 백성으로 하여금 지키도록 한 세 가지 법을 일컬어 법삼장(法三章 )이라 한다. 진나라의 가혹한 악법에 얽매여 고통 받던 백성들은 쌍수를 들어 환호했고, 이것은 뒷날 유방이 항우를 최종적으로 물리치고 천하의 패권을 잡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본질은 자유다. 인간의 자유는 천부적인 것이므로 그 누구로부터도 침해받을 수 없다. 자유란 구속에서 벗어나 임의로 선택할 수 있음인데,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이 존재자로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자유를 통해 비로소 존재자를 실존의 척도로 획득하게 되고 바로 여기서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다. 사실 자유는 단순히 인간의 속성이 아니라 인간을 비로소 인간으로 존립시키는 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인간이 자유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가 인간을 소유하는 것이다. 셀링(Schelling, Friedrich Wilhelm Joseph von, 독일의 철학자)의 말대로 인간 자아의 본질은 자유인 까닭에 자아는 자유가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도 사유될 수 없다.

취지가 좋다 해도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은 인간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자유의 제한은 심지어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우에도 그 이유로 허용되어선 안 된다. 정치철학자 존 롤즈(John Rawls, 1921 ~ 2002)는 무엇보다도 자유가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기본적 자유는 제한될 수 있지만 그것은 자유가 더 이상 평등하게 보장되지 않는 상황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일 때만 허용되는데, 즉 자유의 제한은 모든 사람이 향유하는 전체적인 자유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경우로 한정된다. 롤즈에 따르면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사회가 전체적으로 보다 큰 선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보다 큰 선을 위해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법에 의해 달성된 정의는 대개 자유를 희생한 대가다. 따라서 우리는 법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자유의 질식을 경계해야 하고, 공공의 질서라는 이름으로,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법을 집행할 때는 자유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함께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법의 이름으로 인간의 자유를 제한할 때, 특히 법의 피집행자가 사회적 약자일 때, 피집행자에 대한 존중 없는 차가운 법의 집행은 인간 자아를 말살하는 가혹한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마치 ‘모든 것에 대한 법을 만들고 모두를 법으로 규율하겠다’는 식의 법 만능주의 풍조는 인간의 자유를 크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자유와 자율 대신 복종과 강제를 강조한 법가사상은 대개 백성을 탄압하는 자유 압살의 도구가 되었다. 진시황이 비록 강력한 법을 통해 단기간에 부국강병을 이루었지만 자유 압살의 대가는 진나라의 허무한 몰락이었다. 이에 반해 유방은 법률의 완화를 모토로 내걸어 백성의 마음을 얻어 결국 천하를 얻었고 그가 세운 한나라는 기원전 206년부터 220년까지 중국 대륙을 지배한 나라가 되었다.

《제인 에어》의 작가 샬롯 브론테 (Charlotte Bronte)의 말은 인간의 조건을 아주 잘 드러내 보여준다. “나는 새가 아니다. 그렇기에 어떤 그물도 나를 묶어둘 수 없다. 나는 독립적인 의지를 가진 자유로운 사람이다.” 인간은 자유를 잃으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법에 의한 인간 자유의 한계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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