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51) : 시험이 끝난 후의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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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51) : 시험이 끝난 후의 생각들
  • 정명재
  • 승인 2019.08.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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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 시험합격 8관왕 강사)

지난 주 국가직 7급 시험이 있었다. 2015년 국가직 7급 시험에 합격하여 공직에서 일했던 게 생각이 난다. 필기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이후 면접시험을 통과하여 처음 발령을 받은 곳이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었다. 2개월여의 공부를 하여 합격하였던 터라 조금은 낯설고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았을 것이다. 처음 생긴 직렬로써 방재안전직 7급 최초 선발시험이었다. 그렇게 공무원 생활을 잠시 하였고 그렇게 그곳을 나와 지금은 노량진에서 수험생을 위한 강의와 교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시험이란 어떤 의미일까를 자주 생각해 보곤 하였다. 그것이 공무원 시험이건 자격증 시험이건 시험이 주는 의미는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나를 향한 결심이며 나와의 싸움이 결국 시험이란 생각에 이른다. 흔히 합격을 하고 나면 주변에서 많은 찬사와 격려를 받지만 무엇보다도 기쁜 건 자신이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자존감과 만족스러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합격을 하지 못해 몇 년간을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수험생들의 표정에서는 회색빛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크게 기쁠 것도 크게 슬플 것도 없는 무표정과 냉소적인 미소를 자주 접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이 이들에게 필요한가를 늘 고민하게 된다. 고독하고 힘든 수험생들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는 오로지 합격이라는 비상구이다. 그래서 노력하였고 그렇게 숱한 밤을 지새우며 찾은 길을 그들에게 알려주었고 인도하였다. 비상구로 향하는 계단은 합격한 이들에게는 천국의 계단으로 이르도록 유용하게 쓰였지만, 그들은 이후 자신들이 올라온 그 계단을 야멸차게 버려버린다. 인간의 욕심으로 자신만의 이기심으로 합격한 이들이 뒤에 따라오는 연약한 수험생들을 돕는 일은 없었다. 노량진에서 5년의 강의를 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베푸는 합격생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 없을 것이라 확신할 수밖에....

강사의 일을 하기 전, 나의 직업은 자영업이 많았다. 길거리 노점상으로 호떡과 오뎅도 팔아 보았고, 치킨점과 식당을 하며 오토바이 배달을 한 적도 많다. 그렇게 이것 저것을 전전하며 하루살이를 견뎌야만 했다. 공무원 수험생 중에서도 경제적인 이유로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고 건축현장에서 돈을 모아 공부를 하려는 수험생이 꽤 있다. 삶의 희망을 위해 선택한 시험이었고 인생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도전한 일이었으니 그 과정에서의 겪는 험난한 여정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여겼으면 한다. 나 역시 고되고 힘든 시간을 겪고서야 변화를 위한 고민을 하고 도전을 하게 되었으니 그대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단순함과 무지함으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어려움과 고통이 따르지 않는 새로운 길은 없다. 그래서 힘든 일을 만날 때마다 처음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던 마음속의 결심을 떠올려야 한다. 습관처럼 말이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흔히 허무함이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 시험을 잘 치렀다고 해서 이러한 허무함이 찾아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나를 향해 오직 합격을 위한 노력을 하였으니 다른 곳에 눈을 돌릴 겨를도 없었을 것이고, 단순한 생활에서 오는 규칙에서 잠시 벗어났어도 무엇을 할지를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이 끝나면 이렇게 막연한 두려움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나 역시 이러한 시간을 견디는 게 힘들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러나 잠시 조언을 하자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보라. 홍대의 거리를 거닐거나 동네 시장이라도 걸어보길 권한다. 늘 갇힌 공간인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도서관에 자리를 지키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한편의 영화가 끝나고 바로 다음 영화를 보는 경우 정리가 잘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시험이 끝나면 지난 시험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고 지난 시간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공부법이란 생각을 많이 하는 방식이다. 생각이 정리되면 행동이 따르기 쉽고 목표가 흔들리지 않는 법이기에 그러하다.

최근 올해 국가직 9급 시험에 합격해 지난주부터 일을 하기 시작한 영길이와 식사를 함께 하였다. 고용노동부에서 일을 하는데 재미있다고 한다. 장애를 안고 있어 장시간 앉아있는 일이 조금 고되지만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일을 배우는 게 좋다고 한다. 그래 누구든지 공무원 시험을 볼 수 있다. 그래 누구든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공직에 입문할 수 있는 것이다. 영길이는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늘 다른 사람의 관심과 무관심을 안고 살아온 친구이다. 나는 이 친구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 길로 공직입문을 추천하기도 하였다. 국어, 영어, 한국사, 행정학, 사회를 가르치며 시험의 달인이 되길 원했지만 그는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교회에 노래모임에 방황을 이유로 그리고 장애의 아픔을 이유로 늘 도망가는 연습을 하였다. 그렇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에게 공부재미를 알려주려 노력하였다. 그렇게 그는 4월 필기시험에 합격을 하였고 지금은 공무원이 되었다.

일상은 늘 비슷하게 시간은 무심히 흘러갔지만 분명 변화는 있었고 우리는 그 변화를 목도(目睹)하고 있다. 약자가 강해질 수 있도록 현실의 불편함이 미래에는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지금이다. 언제까지나 회색빛 옷으로 그대의 마음을 감추려하면 안 된다. 원래 그대의 색깔은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이었을 것이지만 잠시 잊고 있을 뿐이다. 시험이 끝나면 잠시 평안의 시간으로 자신을 인도하고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내가 누구이고, 내가 누구이길 바라는지를 자문하고 찾으라. 합격생의 여유로운 미소를 만난 오늘, 나는 행복하다. 내가 바라는 세상에서는 공부가 어려운 것이 아닌, 재미있고 행복한 공부로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수험생을 만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노량진 서재에서 내가 꿈꾸는 세상을 향해 도전하고 노력한다. 다음에는 그대의 노력과 땀의 시간을 들려주고 기쁨의 눈물이 가득한 스토리를 만날 수 있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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