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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25)-한일갈등과 파국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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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25)-한일갈등과 파국방지법
  • 강신업
  • 승인 2019.08.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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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바야흐로 과잉의 시대다. 감정의 과잉, 대응의 과잉. 과잉은 대개 무리 속에서 일어난다. 떼 지은 메뚜기가 무섭듯이 떼 지은 인간 무리가 에너지를 분출할 때 그 기세는 가히 파괴적이다. 무리 속에서는 감정의 사회전염이 쉽고 소위 군중심리가 형성돼 개인 차원에서는 불가능한 일도 쉽게 자행된다.

한일갈등이 점차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국과 일본 여기저기서 감정의 과잉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은 한국인대로 일본인은 일본인대로 각기 상대를 헐뜯고 비하하는 일이 벌어진다. 정부 간 갈등이 급기야 국민 대 국민, 나라 대 나라라고 하는 집단 차원의 갈등으로 전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개인의 이성은 늘 집단의 비이성에 굴복하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자칫 양국 국민들 사이에 이유 없는 적대감과 혐오감으로 증폭돼 급기야 상대국 국민에 대한 공격이나 테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개인에게서 광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집단, 당파, 민족, 시대 등에는 거의 예외 없이 광기가 존재 한다”라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 집단은 자칫 비이성적 광기를 만들고 다시 이를 개인에 전파하는 방식으로 파국을 조장한다. 이것이 우리가 집단감정의 과잉, 집단광기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라인홀드 니버(1892~1971)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집단은 과연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사회는 궁극적 정의를 성취할 수 있을까”라는 궁극적 문제를 제기하고, 합리성의 진전이나 종교적 선의의 확장에 의해 개인의 이기심이 점진적으로 제어되고 이 과정에서 사회와 집단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니버에 따르면 모든 사회 집단, 가령 민족, 인종, 국가, 계급 등은 개인에 비해 비도덕적인데, 그 이유는 모든 집단은 이성과 자기극복 능력이 개인보다 훨씬 결여돼 있고,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은 개인적 관계에서보다 집단에서는 더 심한 이기적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한 집단에 속한 개인 간 관계를 도덕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쉽진 않아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집단과 집단의 갈등은 도덕적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민족 간이나 국가 간 갈등이 무력사용이나 전쟁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감정은 이성보다 사회전염이 빠르다. 때문에 감정은 무리 속에서 쉽게 전달되고 이동하며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흡입하여 덩치를 키우는데, 이는 마치 태풍이 작게 시작하지만 점차 이동하며 세력을 키워 엄청난 비와 바람을 일거에 쏟아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리 속에서 형성된 집단감정 속엔 보통 폭력성과 증오가 내재되어 있어 정치인 입장에선 집단 감정의 덩치와 파괴력을 키워 쉽게 정적을 제거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은 SNS나 언론을 통해 혹세무민하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람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시도를 한다. 그들은 선동적인 뉴스는 전염성이 강하고 즉시성과 파괴력을 갖기 때문에 정보가 사실인지 거짓인지에 따른 이성적 대응보다는 그 정보가 추구하는 감정적 대응을 조장하기 쉽다는 점을 알고 있다. 때문에 그들은 개인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집단광기를 불러낼만한 이슈를 선점하고 거짓 선전선동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한다.

특히 권력자들이 권력유지를 위해 자주 사용하는 선동방법은 과거를 현재로 불러내는 것이다. 미래는 경험하지 않은 영역이므로 평가의 분열이 있을 수 없지만 과거는 이미 발생한 역사적 사실이므로 그 평가는 이미 분열과 갈등을 내포한다. 때문에 권력자가 과거를 현재로 끌어오는 것은 대개 불길하고 음험하다. 권력자는 늘 자신의 권력유지에 도움이 되는 역사적 사실을 부각시켜 아전인수식 평가를 하려 든다. 그리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나라와 나라 사이에 분열을 야기한다. 그렇다면 한일갈등의 해법은 어쩌면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것은 양국 국민 모두가 양국 권력자가 불러온 과거에서 눈을 떼고 개인의 이성을 최대한 작동시켜 한일 양국이 가야 할 미래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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