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국정치 갈등에 대한 외부적 규정력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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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정치 갈등에 대한 외부적 규정력의 크기
  • 신희섭
  • 승인 2019.08.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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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br>​​​​​​​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재미있는 주장을 들었다. 한국의 정치적 갈등은 한국을 둘러싼 조건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첫째, 북한이 있고 둘째, 동북아시아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4개의 강대국으로 둘러싸여있기 때문에 국내적으로 이념갈등을 완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내부의 정치성향이 문제가 아니라 외부조건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매우 재미있는 주장이다. 외부조건에 의해 국내정치가 규정된다는 것. 즉, 한국의 지정학이 한국의 국내정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유럽에서 폴란드도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다. 그러나 독일과 러시아라는 두 개의 강대국만이 폴란드에게는 위협이 될 뿐이다. 그런데 19세기 조선이 경험했듯이 한반도는 중, 일, 러시아라는 지역 내 강국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이라는 역외 세력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아왔다. 이러한 구조는 21세기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 정치는 극단적이 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좌와 우가 극단적으로 나갈수록 지지를 받는다. 마치 안보경쟁처럼 일방이 극단화를 추구하면 반대진영은 자신의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극단의 논리를 더 강화한다. 극단화 경쟁. 
   
눈여겨 볼 수 있는 것은 많은 시민들이 한국 정치가 극단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지만 극단적인 주장을 방관하거나 어떤 경우 동조한다. 정치적으로 중간이 약화되다보니 중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회주의자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또한 중도적 차원에서 ‘합리적 입장’을 견지한다고 하면 도피자로 비난받기도 한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극단주의와 함께 한국의 극단화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자석처럼 양극단은 상대방을 서로 밀어내기 때문에 통합이 불가능하다. 가치관 투쟁을 하는 정치영역에서 궁극적인 통합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정도에서의 통합은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한국정치는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외부 조건의 규정력이 크다면 한국정치의 현재적 갈등은 현재 진행형일 뿐 아니라 미래까지 지속될 것이다. 북한을 어떤 존재로 규정할지가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어떤 존재로 규정하고 이들 중 누구와의 외교관계를 강화할 것인지에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살펴보자. 피터 구레비치(P. Gourevitch)는 '역전된 제 2 이미지‘라는 개념으로 국제관계가 국내정치를 규정한다는 점을 정리해주었다. 지정학이나 국제경제 상황이 국내 정치 체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안전을 보장받은 영국은 육군 대신 해군력에 집중하였다. 이런 조건이 영국 내에서 명예혁명과 같은 자유주의 혁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반면에 프러시아와 같이 대륙에서 지정학적 경쟁이 강한 국가는 육군이 강하고 이 강력한 육군은 전제군주의 권력을 강화했다. 
   
한국의 외부규정력은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는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사례가 될 것이다. 지정학(geopolitics)이 그리고 지경학(geoecononmics)이 너무나 강력하게 한국을 쥐고 흔들기 때문이다. 
   
‘외부조건이 한국정치를 결정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지만 두 가지 점에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첫째, 외부 규정력 만으로 보면 정치적 갈등의 책임자가 사라진다. 정치적 갈등은 잠복하는 성향이 있다. 이것을 끄집어내 가시적이고 조직적이게 만드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마치 자동차처럼 권력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동기(motive)가 운전대를 잡고 이념(ideology)이 가스관을 터주고 수사(rhetoric)가 첨가제가 되면 갈등은 폭발하게 된다. 그런데 지정학 조건은 이때 정치적 동기와 이념과 수사에 명분을 준다.
   
둘째, 어떠한 정치적 갈등도 결정론적이지 않다. 현재 한국은 1945년 해방정국이나 1960년 4.19 이후 정국과 닮아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정치가 늘 이 주제로만 갈등했던 것은 아니다. 농촌과 도시를 중심으로도 싸웠고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간의 대립도 있었으며 지역주의로도 싸워왔다. 이것은 특정 갈등이 변경되거나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정치적 갈등은 잠재적이고 잠복적인데 이것이 표면화되었다는 것은 잠재적인 갈등을 누군가 동원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갈등이 감소되려면 정치적 동원이 안 먹혀야 한다. 더 이상 이 갈등의 동원이 그다지 장사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이 갈등을 주도한 이들이 손을 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판단을 내리는 시민들이 중요하다. 한국 정치가 맘에 들지 않아도 정치현상을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보려는 노력과 정치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베리타스 법학원 전임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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