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34)-‘호날두 노쇼’ 법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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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34)-‘호날두 노쇼’ 법적 책임
  • 신종범
  • 승인 2019.08.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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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얼마 전 평소 SNS에 거의 글을 남기지 않던 한 지인이 축구 경기장에서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호날두의 경기를 직관하러 왔다는 글을 남겼다. 그와 아들은 한껏 흥분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글을 보고서야 세계적인 축구 스타 호날두가 우리나라에 온 사실을 알았다. 집에 와 방송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음에도 경기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부분 호날두가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호날두는 그날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몸풀기조차 하지 않았다. 기분이 상한 모습으로 벤치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호날두 없는 호날두 내한 경기”는 끝이 났다.

그날 경기는 유럽 축구 명문 구단인 유벤투스와 국내 K리그에서 선발된 선수들의 경기였지만, 경기가 끝난 후 경기결과나 내용에 관한 것들은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 호날두가 단 1초도 출전하지 않으면서 ‘호날두 노쇼’ 사건으로 불리우게 되었고, 유벤투스는 ‘유벤퉁수(유벤투스+뒷통수)’, 호날두는 ‘날강두(날강도+호날두)’로 명명되었다. 호날두가 최소한 45분을 출전한다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고, 6만 3000여명의 사람들이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최고 40만원에 이르는 티켓을 구매하여 경기장을 찾았으니 그 분노를 헤아릴만 하다. 경기장을 직접 찾지 않은 필자도 화가 나니 말이다.

‘호날두 노쇼’ 사건이 벌어진 이후 프로축구연맹은 사과문을 내고, 경기를 주최한 더페스타에 위약금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더페스타는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유벤투스와 사이에 호날두가 최소 45분 이상 출전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은 것이 사실이고, 자신들도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을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계약내용은 유벤투스와의 약정상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더페스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유벤투스는 이미 계약의 중요한 부분(호날두 출전)을 위반하였음에도 말이다. 더페스타는 유벤투스와의 위약금 약정에 따라 위약금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입장권을 구입한 사람들에 대하여 어떠한 조치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모 검찰 출신 변호사는 주최사 더페스타, 유벤투스, 호날두를 사기죄로 고발했다고 한다. ‘60억대의 편취사건’ 이라는 것이다. 사기죄가 인정되려면, 피고발인들이 공모하여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을 것임에도 출전할 것처럼 사람들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사람들에게 입장권을 팔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한 대국민사기사건이 될 것이다.

입장권을 구입한 일부 사람들은 주최사인 더페스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나선다고 한다. 이는 충분히 가능하고, 또 해야만 하는 소송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관계를 보면, 더페스타는 호날두가 소속된 유벤투스와 국내 K리그에서 선발된 선수들 간의 이벤트 경기를 주최하면서 호날두가 출전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고, 입장권은 다른 경기 입장권에 비해 고액이었음에도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호날두의 출전과 고액의 입장권은 서로 대가관계에 있었던 것이다. 입장권을 구입한 사람들은 돈을 지불함으로써 그 의무를 다했으니, 더페스타는 경기 당일 호날두의 출전의무를 이행하여야 했다. 민법(제390조)은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경우 채무불이행책임을 규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법문의 규정처럼 채무의 이행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완전한 이행이어야 한다. ‘호날두 내한 경기’에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았으니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이 아님은 명백하다.

채무불이행은 있으나, 채무자가 그 불이행에 고의, 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면 채무불이행책임을 면하게 된다. 더페스타는 유벤투스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위반하였고,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몰랐다고 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호날두 출전을 강제할 담보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고, 유벤투스의 무리한 일정 등을 보면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호날두를 더페스타의 채무(경기출전 의무)를 이행할 이행보조자(민법 제391조)라고 보면, 호날두의 고의적인 출전거부에 대한 책임은 더페스타 스스로 져야만 한다.

반면, 입장객들은 손해를 입증해야 한다. 입장객들은 호날두가 출전할 것이라는 홍보를 믿고 다른 경기에 비해 고액의 입장권을 구입하였지만, 호날두가 경기에 출전하지 않음으로써 손해를 입었음은 명백하다. 그 손해는 재산적 손해와 함께 정신적 손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손해를 직접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려우나, 민사소송법(제202조의2)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손해액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외국인이나 단체가 국내에서 행사를 하는 경우 불성실한 태도로 인하여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간혹 있다. 이번 ‘호날두 노쇼’ 사건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물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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