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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습권 침해 아랑곳없는 ‘폴리페서’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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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습권 침해 아랑곳없는 ‘폴리페서’ 대책 세워야
  • 법률저널
  • 승인 2019.08.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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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 근무로 휴직 상태였던 조 전 수석이 서울대에 복직하면서 또다시 학생의 학습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민정수석 근무로 휴직 상태였던 조 전 수석이 팩스로 복직원을 제출했다”며 “행정 절차를 거쳐 8월 1일부로 서울대 로스쿨 교수직에 복직 처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수석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되면서 서울대에 휴직을 신청했다. 지난달 26일 교체 인사로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 되자 다시 복직을 신청한 것이다. 공무원 임용 기간이 끝나면 30일 내로 대학에 복직을 신청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직으로 처리된다.

조 전 수석이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복직함에 따라 법무부 장관 등 공직에 다시 갈 경우 또다시 휴직할 수 있게 됐다. 조 전 수석이 복직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면 서울대 교수직을 잃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 복직함에 따라 그럴 가능성은 없어졌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 임명을 염두에 둬서 서둘러 복직을 신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다면 다시 휴직 신청을 내는 게 가능하고, 교수 신분도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표를 내지 않고 아무런 제재 없이 복직이 허용되다 보니 ‘폴리페서’가 늘어나고 있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실상 ‘보험’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교수들은 공직 진출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교육소비자인 학생들의 학습권은 고려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대 커뮤니티에서도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을 하면 공석이 길어지기 때문에 서울대 로스쿨 교수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글쓴이는 “민정수석을 하는 것도 다 좋은데 학교를 오래 비우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안식년이라서 강의 문제가 없다고 말씀하신 걸 보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는 걸 잘 알고 계신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또 “안식년이 3년 이상 갈 수 없고 이미 안식년도 끝난 것 아니냐”며 “법무부 장관을 하면 최소 1년을 더 비울 텐데 평소에 폴리페서를 그렇게 싫어하던 분이 너무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조 전 수석이 전공인 형법 강의를 하지 않아 로스쿨 학생들과 교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질적으로 개설 강의 수가 줄고 한 명의 교수가 많은 학생을 가르치는 상황에서 충실한 교육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퇴직하지 않는 이상 휴직 상태인 교원을 대신해 추가로 교수를 뽑을 수 없어 그 피해는 학생 몫이다.

조 전 수석은 2004년 4월 12일 서울대 대학신문에 ‘교수와 정치―지켜야할 금도’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조 전 수석은 당시 기고에서 “출마한 교수가 당선되면 국회법상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30일 교수직이 자동 휴직되고 4년 동안 대학을 떠나 있게 된다”며 “해당 교수가 사직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 동안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교수의 장기 휴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글을 썼던 조 전 수석이 공직생활을 이유로 2년 넘게 학교를 비우게 되자 학생들이 조 전 수석도 교수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누구보다 폴리페서를 비판하는 데 앞장섰던 그가 막상 정무직을 맡은 이후 학교에 돌아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자 학습권 침해를 받은 학생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염치가 있다면 휴직이 가능해도 장기간 연구실을 비우는 것이니 스스로 사퇴하는 게 보기에 좋다”며 학생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장기간 자리를 비우며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폴리페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교수의 공직 발탁이 많아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권리는 소외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논공행상의 임명직에서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폴리페서까지 휴직과 복직을 허용할 순 없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국공립대학 교수가 정무직공무원으로 임용될 경우 무조건 ‘휴직’ 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학사 계획 및 안정적 운영에도 차질이 생기고,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폴리페서 논란을 끊고 학생들의 권리도 보호하기 위해 휴직이 아닌 ‘사직’ 처리를 하도록 법 개정이 하루 빨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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