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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열의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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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열의 금지
  • 송기춘
  • 승인 2019.07.26 10: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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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계엄령이 선포되고 언론에 대한 검열이 실시되었다. 신문은 가끔 어느 기사가 통째로, 또는 단어나 구절이 지워지기도 했다. 심지어 외국에서 발행되는 잡지도 검은 잉크로 지운 곳이 있었다. 당시 어느 주간지의 한국 관련 기사 가운데 당시 실권자인 전두환을 ‘strongman’으로 표현한 기사가 있었는데 이건 지우지 않아 외국에서는 전두환을 ‘독재자’라 표현하는구나 하고 잠시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검열을 담당하던 곳에서 이 기사를 못 볼 리 없지만 아마도 이 단어를 strong과 man에서 나오는 ‘강력한 지도자’나 실권자 정도의 의미로 해석한 결과라고 짐작된다. 영어 사전에 보면 이 단어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거나 위협을 하는 정치인’을 말한다고 하니 단지 유력한 정치인이나 실권자 정도의 의미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오해는 박근혜를 ‘The Strongman’s Daughter’로 표현한 2012년 기사를 둘러싸고도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이 기사를 ‘강력한 지도자의 딸’로 번역하여 홍보에 활용한 바 있다.

검열을 하는 것은 ‘나쁜’ 의견이 해악을 끼치므로 의견의 발표 전에 이를 여과하여 이로 인한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데 있다. 물론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혼란에 빠뜨리는 허무맹랑한 언설을 금지하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해가 될 만한 것은 아예 주변에서 없애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러한 욕구는 사실 검열을 일정하게 정당화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는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고 있다. 왜 그런가? 흔히 사상의 자유시장론에 기초해서 얘기한다. 타당하다. 그러나 이 밖에도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검열이 표현을 하는 사람과 이를 수용하는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표현을 하는 사람을 생각이 위험하고 부실할 수 있어 제대로 검증하지 않으면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나,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을 무지몽매하여 자칫 잘못된 의견에 현혹될 존재로 보는 것은 우리 법제의 인간에 대한 관점과 어울리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모욕적인 관점과 태도라 할 수 있다. 다른 의견이든 나쁜 의견이든 이를 충분히 여과할 수 있는 능력이 사람에게 있다면 이를 미리 금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니까.

둘째, 자유로운 사고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검열을 하는 자와 다른 의견은 나쁜 것으로 취급된다. 표현을 하는 사람은 검열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자유로운 생각을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 이는 생각의 범위를 차단하고 치밀함을 가로막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그러한 결과는 검열을 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셋째, 검열의 기준 자체가 가변적이고 때로는 불명확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천동설과 지동설의 다툼도 그러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다수가 옳다, 항구불변의 진리라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억압을 받던 것이 진리로 밝혀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검열은 자칫 진리와 진실의 발견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으로 진리와 진실을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넷째, 사회적 불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검열의 결과 사회에서 유통되는 의견은 표현을 하는 사람의 뜻과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 의견을 접하는 사람도 그 본뜻이 무엇인지를 짐작하려고 하고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뜻과 본심이 다른 것이 일반적이면 사람들은 항상 의심하고 말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게 된다. 사회적으로 불신이 만연하게 된다.

다섯째, 다른 의견도, 심지어 해악을 끼친다고 평가받는 의견도 건강한 토론과 논의과정을 통하여 시비가 가려지고 진리와 진실을 발견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름 또는 다양성의 존중이 중요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며 자유로운 의견의 교환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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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 2019-07-26 16:52:56
그냥 자유론의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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