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단상, 피의사실공표죄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단상, 피의사실공표죄
  • 오시영
  • 승인 2019.07.26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변호사 / 시인

현대는 유튜브 1인 뉴스 전성시대다. 인기 유튜버들의 국민 관심사항에 대한 심층보도 및 속보전쟁이 치열하다. 유튜버들의 광고소득 수준이 유명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수십억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는 유튜버들이 생겨나다보니 돈이 생기는 곳에 유튜버들이 몰려들기 마련이라 보다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뉴스들마저 판을 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뉴스가 유튜버 개인 또는 소속 진영의 사상을 전파하고 이념을 공유하는 선전 또는 홍보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인강세대는 모든 것을 동영상, 즉 소리와 화면을 통해 흡수하는데 익숙하다 보니 뉴스 정보 역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신문이나 잡지처럼 글을 읽고 이를 해독하는 적극적 인간이 되기보다는 유튜버들에 길들여지는 소극적 인간이 되어 가고 있다. 이는 독자적 사고 능력의 결핍으로 난독증 내지 문해력 부족의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취임하였다. 그가 과연 검찰이 직면하고 있는 산적한 문제들을 얼마나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입법을 통해 해결되어야겠지만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 및 공수처설치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 개혁의지를 실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진행 중에 있는 적폐청산의 대상 수사를 조기에 종결지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가장 큰 숙제가 소위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여 국회 회의를 폭력으로 방해한 혐의로 고소당한 59명의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및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으로 고소당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사 및 기소 여부의 결정이라고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경찰의 소환수사에 자진하여 협조하고 있으나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정치보복이라거나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집단으로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윤석열 검찰총장은 피의자 국회의원들을 적법하게 소환하겠지만 최종적으로는 불응하는 이들에 대한 강제수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고 하여 피의사실공표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범죄는 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형법이 제정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단 한 명의 기소자가 없는 사문화된 범죄”였다는 점이다. 검찰, 경찰 등은 그 동안 수없이 피의사실을 “국민의 알 권리”라는 미명하에 공표하여 왔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시된 채 수사기관은 피의사실을 공표하여 왔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범죄사실을 공공연히 홍보하며 자신의 수사 치적을 자랑하기조차 하여 왔다.

피의사실공표죄는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경우에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쉽게 말해 검찰이 기소한 이후에는 이미 공소장이 법원에 제출되어 범죄사실이 어느 정도 객관화되고 증거 등이 수집되어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유죄의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을 반영하여 공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피의사실공표죄는 범죄를 사실상 초기수사하여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구속한 경찰이 1차수사를 종결한 상태에서 검찰에 송치할 때쯤 발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찰보다는 경찰이 위반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그리고 경찰과 검찰이 수사권을 놓고 경쟁하는 처지에 처한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경찰의 수사 공적을 검찰이 가로챌 수도 있다.”는 피해의식이 경찰에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경찰이 인지하거나 고소된 사건을 수사하여 사실상 범죄를 특정하고 증거 등을 수집하여 검찰에 송치하고서도 자신들이 어떠한 범죄를 수사하였다고 결과를 공표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으로서는 경찰이 어떤 내용의 범죄를 수사하는지, 즉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검찰은 자신들이 수사를 마무리하여 법원에 기소하면서 범죄사실을 공표할 수 있어 검찰이 기소(공판청구 후)와 동시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더라도 위 범죄 위반이 아니게 되어 자유롭게 범죄사실을 공표할 수 있게 된다. 이전에도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수사가 수백여 건 있었으나 기소되어 처벌받은 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난 22일 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상당히 의미 있는 결정을 하였다. 그것은 바로 울산지방경찰청에서 “약사 자격증을 위조한 가짜 약사 수사사건”에 대해 경찰 수사를 완료한 후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수사사실을 공표한 것에 대해 울산지방검찰청이 해당 경찰관에 대한 피의사실공표죄위반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피의사실공표죄의 위법성 및 수사 필요성 등에 대한 연구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연구 내용 중에는 피의사실공표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본 “삼양라면 공업용 우지 사용 사건”이라든지 “불량 자재로 만든 만두피 사건”이라든지 또는 “노무현 전 대통령 고가 시계 논두렁 투척 사건” 등등 무죄추정 원칙에 반하여 피의사실을 공표하여 기업이나 피의자의 영업 및 명예에 엄청난 피해를 준 사례들이 연구 검토되었고, 피의사실공표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는 공판청구 이후에 하더라도 충분하므로 이를 위반한 수사기관 종사자들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1953년에 위 죄가 규정될 때는 통신 등이 발달하지 않아 흉악범죄에 대한 전파가 대단히 느려 위와 같이 “공판청구 후”에 공표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현대는 인터넷, 통신의 발달로 초 단위로 빠르게 범죄사건이 전파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 충족 욕구 속도 또한 빠를 수밖에 없어, 공판청구 후(약 20일 정도 소요)까지 기다리다 보면 국민들로서는 어떠한 흉악범죄가 지금 시중에서 자행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여 범죄 예방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위 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울산지방검찰청은 위 가짜약사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수사경찰을 피의사실공표죄위반으로 수사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울산지방검찰청의 수사 의지도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와 같이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처벌 전례가 전혀 없음이 상징하듯 수사기관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미명 하에 피의사실을 공공연히 공표해 온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제한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헌법이 선언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이 사건 수사에 대해 울산지방경찰청은 표적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울산지방경찰청이 소위 “범죄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환부사건”에 대해 수사검사를 수사하려 하자 수사검사에 대한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울산지방검찰청이 위와 같이 한 번도 처벌받은 적이 없는 피의사실공표죄로 표적수사를 하는 것이므로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래고기환부사건은 울산지방검찰청이 불법 어획을 이유로 고래고기를 압수하였는데, 수사검사가 피의자 및 변호사 등과 공모하여 위 압수한 고래고기가 범죄로 취득한 물건임을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수억 원어치나 되는 고래고기를 환부해 준 것은 그 환부 이면에 부정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어 수사검사를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사건이다.

어찌 되었든 검찰의 경찰에 대한 피의사실공표죄 수사는 나름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이 수사의 시작은 경찰에 대한 것이지만, 대법원에서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판례가 확립되면 수사기관이 함부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횡포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피의사실 공표는 경찰보다는 검찰에서 더 많이 이루어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검찰의 칼이 검찰을 겨누는 자기모순에 봉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것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자신의 딸이 KT에 취업한 것에 대해 검찰이 딸의 취업을 자신이 뇌물로 받은 것이라고 공표한 수사검사를 경찰에 고소하였고, 경찰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였다는 점이다. 수사검사는 김성태 의원 딸의 KT 취업이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부정취업으로 당시 KT 사장이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증인으로 불려나가야 할 처지에 놓여 있었는데, 딸 취업 당시 여당 국회의원으로 권력이 막강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에게 증인 불채택 등의 협조를 구하면서 이에 대한 대가로 김성태 의원의 딸에 대한 부정채용을 하였으므로 뇌물이 된다며 뇌물죄로 기소한 후 이를 공표하였는데, 김성태 의원이 이를 수사검사의 피의사실공표죄위반이라며 경찰에 고소한바 경찰이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울산에서는 검찰이 경찰의 피의사실공표죄위반을, 서울에서는 반대로 경찰이 검찰의 피의사실공표죄위반을 수사하는 것이 마치 두 수사기관의 암투처럼 보여서 씁쓸하지만, 이처럼 예전에 처벌하려는 의지가 없어 사문화되어 있는 피의사실공표죄를 두 수사기관이 앞 다투어 수사하고 있는바,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춰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결국 피의사실공표죄는 공판 개시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유무죄가 결정될 것이지만, 인터넷 통신의 발달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충족 욕구 속도”가 엄청 빨라졌음에 비춰 시시각각 범죄사실에 대한 생중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과 피의자의 인권보호라는 양 가치가 어떻게 조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인지 경중을 가리기 어렵게 되었다.

피의사실공표로 인해 전국민 아니 전세계적으로 범죄사실이 급속하게 전파되는 세상에서 무죄인 경우 피의자가 입게 되는 피해는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삼양라면의 경우 라면 공업용 우지 사건으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어 그 이후 경쟁업체인 농심에게 맥을 추지 못하게 되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노회찬 의원 같은 경우에도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명예의 실추 및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결과를 가져온 전례도 있다. 이처럼 피의사실공표가 함부로 일어날 때 파생되는 후유증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핑 톰처럼 현대인들은 관음증에 내몰리고 있고,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않은 수사기관을 향해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다며 돌팔매질하기도 한다. 유튜버의 속도전이, 인터넷 매체의 파급력이 막강해진 현대사회에서 범죄사실을 확정하여 기소하기 전까지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찰거머리 같은 기자들의 취재경쟁 또한 치열할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새롭게 취임하였다. 국민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그 어느 검찰총장보다 큰 것 같다. 취임 후 그가 느낄 무게감은 상당할 것이다. 오래간만에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지지를 받는 검찰총장이 탄생했다. 이전에는 사실 누가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는지 일반 국민은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 아마도 전 국민이 이름을 기억하는 첫 번째 검찰총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름에 걸맞게, 기대에 걸맞게 검찰총장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일이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대로 법을 집행할 것이며, 그러면서도 법에는 눈물이 있음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현 정권에도 부정비리가 있으면 가차 없이 수사의 칼을 겨누기를 권면한다. 그리하여 현 정권의 비리가 현 정권의 검찰에 의해 단죄되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그리 되면 현 정권의 비리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지 않게 될 것이고, 다음 정권이 현 정권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단죄하여 국민 갈등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사라질 것이다. 물론 전 정권의 적폐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단죄하여야 한다. 결국 윤석열 검찰은 전 정권과 현 정권의 비리를 모두 척결해야 하는 십자가를 지게 되는 셈이다. 2년 임기를 제대로 채우기 위해서는 우선 윤석열 검찰총장과 모든 검사들이 스스로 청렴하여야 한다. 어떤 범죄나 비리에도 연루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스스로를 심판하는 자기 절제의 미덕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덥다. 팥빙수를 먹든지, 샤워를 한 번 더 하든지 해야겠다. 대한민국은 일본보다 훨씬 더 좋은 나라다. 아베의 불장난이 우리 국민을 애국자로 만들어 주어 참 고맙다. 어쨌든 덥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