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길을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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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길을 열어주세요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9.07.19 10:4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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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지난 14일 2020학년도 법학적성시험이 치러졌다. 기자는 중앙대 법학관을 찾아 수험생들을 만났다. 이번 법학적성시험은 도입 이래 가장 많은 지원자들이 몰렸고 응시생도 처음으로 1만 명을 돌파했다. 응시생들은 긴 시간 어려운 시험을 치른 피로가 역력한 모습이었지만 지친 표정 속에서도 로스쿨에 진학해 법조인이 되겠다는 희망과 의지가 느껴졌다.

법조인이 되겠다는 희망이 가득했던 시험장에서의 모습이 로스쿨 제도의 명(明)이라며 다음날 기자가 목격한 것은 로스쿨 제도의 암(暗)이었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3년이라는 시간과 등록금, 생활비, 수험비용 등의 막대한 금액이 투자된다. 여기에 그 기간 동안 경제활동을 할 수 없기에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더해진다. 이건 그야말로 최소치다.

법학적성시험 성적이나 로스쿨 입시를 위해 요구되는 스펙이 부족해 수년간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거나 일단 입학한 한 후에 반수를 하는 사례 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여러 사정으로 휴학을 하거나 변호사시험에 바로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 추가되는 시간과 비용이 더해지면 법조인이 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큰 노력과 시간, 비용을 투자했는데도 ‘5년간 5회’라는 응시제한에 걸려 평생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면? 법학적성시험이 치러진 다음날 국회에서 열린 ‘로스쿨 도입 취지 구현을 위한 변호사시험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바로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자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A씨는 여유롭지 않은 형편에 산을 팔아 로스쿨에 진학했다고 했다. 그가 로스쿨에 진학한 것은 신앙에서 비롯된 소신 때문으로 인권이 특성화 분야인 지방 사립대에 들어가 공익법 수업을 다 듣고 관련 학회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했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한 성과를 발휘할 기회를 잃었다. 아직도 학자금 대출 3천만 원이 남아 있다는 A씨는 수험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1년의 3분의 1 이상은 수험비용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했던 것.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국 변호사시험에 평생 응시할 수 없는 오탈자가 되고 말았다.

오탈자가 되기까지 흐른 시간은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던 그를 갈 곳 없는 방랑자로 만들었다. 그는 “오탈자라고 실력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탈자 타이틀에 30대 후반이라는 나이로 로스쿨에 가서 변호사 타이틀 못 달고 왔다고 사기업에서도 좋아하지 않는다. 의지할 곳이 없다. 공기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로 나아갈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기자는 A씨의 사연 외에도 수많은 안타까운 사연들을 들어왔다. 자녀가 희귀병에 걸렸거나 수험생 본인이 큰 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오탈제로 인해 수험에도 어려움을 겪고 건강을 해치는 등 오탈제의 피해자가 적지 않다.

기자는 항상 ‘고시낭인’이 문제라고 하는 입장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가져왔다. 이번 토론회에서 박한희 변호사가 말한 것과 같이 ‘국가인력의 낭비를 방지한다’는 이유는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인생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결코 될 수 없다고 본다.

당연히 오탈제에 대해서도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일이다. 실력이 없더라도 무조건 합격시켜달라는 게 아니지 않나. 다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차단된 이들에게도 도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국가인력 낭비의 방지’가 오탈제를 정당화할 수 없듯이 그저 막연한 우려에 불과한 ‘로스쿨 제도의 흔들림’도 법조인의 길을 차단당한 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입구는 더 활짝 열어야 한다. 로스쿨의 취지가 다양성이라면서 입구는 참 어지간히도 꽉 틀어막고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마음껏 도전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 결국 꿈에 닿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강제적 금지’가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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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적성시험 2019-07-22 16:18:14
솔직히 리트라는 시험도 별 효용이없는 시험이다. 15년도에 리트 75나왔다고 엉엉 울던 스터디원이 있었는데 갑자기 표정이 밝아져서 나간 적이 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인원 사법연수원 다음주에 입소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떠나 지금 어엿한 법무팀 과장직 수행하더라. 반면, 어느 방에서는 리트 130맞았다고 자랑질하던 수험생이 있었는데 4탈 째에서 법학 문제가 무섭다며 빤스런해서 지금 5수한다. 이런 법학수험과는 관련없는 시험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웃긴것이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법학시험으로 정말 법조인의 자질이 있는지 평가받을 수 있는 예변시가 도입되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원영 2019-07-22 07:55:05
로스쿨의 일원화 제도 하에서,
모든 이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고 볼수없다
사회 각층의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기존 사법시험이 문제였다면,
로스쿨과 새로운 예비시험과 신사법시험으로 투트랙으로 운영하면 해결이 될것이다
오탈자 문제가 심각하다...
빠른 결단을 바란다

aaa 2019-07-21 13:58:52
수만명씩 고시준비한다고 신림동 사교육시장 + 관련 생태계에 흘러들던 돈을 주체못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일부 사람들은 어딘가 있겠지.

고형 2019-07-20 01:05:29
사시는고시낭인 없앤다고 폐지하고 로스쿨은 기회제공한다니....오탈제도는 낭인방지한다고 공개적으로만들때 반대해야 지금주장이 납득가지요!만들땐 찬성해놓고 막상떨어지니 오탈폐지라니요....속보입니다! 정당하게 실력으로 법조인되세요 날로 사자직업해먹을려고말고요 기회제공은 예시 사법시험 이면 해결됩니다!

ㅇㅇㅇㅇ 2019-07-19 15:50:18
법률저널은 항상 오탈제 폐지하자면서 정작 합격률 상승은 얘기안하지 ㅋ
맨날 하는 얘기는 예비시험 ㅋㅋㅋㅋㅋ 아니면 오탈 폐지
고시생 숫자가 늘어나야 무가지인 법률저널 신문 구독자가 많아지니 그런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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