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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21)-판사와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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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21)-판사와 사명
  • 강신업
  • 승인 2019.07.19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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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과연 판사의 판결은 정확한가. 진실과 정의의 관점에서 오류가 없는가. 수사기관이 예단과 편견을 갖고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하더라도 법원에서 이를 바로 잡아 줄 것인가. 민사재판의 당사자가 거짓 주장을 하고 증거를 조작하더라도 법원에서는 매의 눈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솔로몬의 지혜로 법리를 파악하여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해줄 것인가. 어쩌다 재판을 한 번 받는 사람이나 소송 대리를 직업으로 하는 변호사나 소송에 임하는 사람이 늘 갖는 의문이다. 아니 어쩌면 기소를 하는 검사나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조차 벗어나지 못하는 의문일 것이다.

우리는 물론 우리의 판사들이 한 손엔 저울을 한 손엔 칼을 들고 눈가리개를 한 정의의 여신처럼 어떤 편견도 갖지 않고 저울처럼 공정하게, 칼처럼 엄정하게 사실을 판단하고 법리를 적용해 올바른 판단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판사가 오판을 하는 사례는 너무도 많다. 미국의 경우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DNA 분석을 통해 오판이 확인된 사례들은 1989년부터 2011년까지 약 20년간 268건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확인된 오판 사례들의 원인은 목격자의 범인 오인 지목, 허위 자백, 법과학 증거 분석의 문제 및 부적절한 법정 증언, 경찰 및 검찰의 직권 남용, 부적절한 변호인에 의한 것이었다. 민사재판에서는 아마도 오판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입증책임이니 하는 것으로 무마하고 판결의 결론을 정당화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대법원에서 판결에 근본적 불신을 갖게 하는 황당한 판결문이 나왔다. 2019. 5. 3. 선고된 한진중공업 통상임금 소송 상고심 판결문은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 최고법원의 판결문인지를 의심하게 했다. 대법원 판결문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오타로 가득했고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았다. 최근 10년 내 4조원의 매출도 거둔 적이 없는 한진중공업의 매출액을 ‘5조원 내지 6조원 상당’으로 표기했는가 하면 또 5억 원 상당의 추가수당 비중을 매출 5조원의 0.1%라며 잘못 계산한 채 판결했다. 해당 사건은 실적이 공개된 상장 대기업 판결인데다 언론의 관심이 쏠린 탓에 뒤에 판결문 경정을 통해 사실관계가 바로잡히긴 했지만 위 판결문은 과연 대법원 판결이 대법관들의 엄격한 심리를 거쳐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판결문조차 오타가 수두룩하고, 기본적인 사실관계나 계산조차 틀렸다면 과연 법관들이 수천 페이지 많게는 수만 페이지 이르는 사건 기록을 꼼꼼하게 넘겨보고 판결을 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일종의 불가침의 영역, 즉 ‘성역’이다. 항소·상고로 다툴 수 있는 1, 2심과 달리 사실상 다툴 방법도 없어 그야말로 지면 끝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판단에서 판사가 무성의하게 심리해 잘못된 결론을 내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면 그 피해는 무고한 국민에게 돌아간다.

판결문 열람은 제한돼 있고 대법원 판결은 심리도 비공개로 이루어지는 까닭에 재판당사자들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결정이 되는지도 알지 못한다. 때로는 수천억의 돈에서 때로는 사람의 생명에 대한 박탈까지 그야말로 생사여탈의 문제를 그저 대법관의 권위에 기대 그 판단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판사는 ‘목숨 걸고 재판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법정에서 판사가 입장하면 일어나 존중과 경의를 표하는 이유도 그들이 짊어진 짐이 그만큼 무겁고 고되기 때문이다. 판사가 월급날이나 기다리며 설렁설렁 재판하면 누군가 억울하게 집을 잃고 땅을 잃고 자유와 생명을 잃는다. 따라서 능력도 안 되는데, 아니 그보다도 사실은 일하기 싫은데 월급받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어디 나가 행세하기 좋아서 내키지 않는 판사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사명감이 없는 판결은 이미 죽은 판결이다. 그런 판결로 오판을 한다면 이미 그건 법을 빙자해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꼴이고, 우연히 결론에서 옳다 하더라도 그런 판결은 이미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판사의 사명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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