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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79 / ‘감정’ 명칭이 그렇게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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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79 / ‘감정’ 명칭이 그렇게 중요한가?
  • 이용훈
  • 승인 2019.07.12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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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예수쟁이인 필자가 사람 이름 때문에 피식 웃을 때가 있다. 성경 위인들 이름을 딴 사람이 그 이름과 영 딴판인 삶을 살고 있어서다. ‘모세’, 그는 이집트 왕자 자리를 박차고 민족 번영을 도모한 자다. ‘드보라’, 그녀는 왕정시대 이전에 외세의 압제에서 민족을 구해 낸 철의 여인이다. ‘엘리야’, 그는 선지자 중 단연 돋보이는 인물로, 몇 년 간 비도 내리지 않게 한 능력자다. ‘에스더’, 그는 페르시아 왕비의 자리를 걸고 민족을 살린 여자다. ‘요한’, 그는 왕에게 직언하다가 참수당한 자다. ‘바울’, 그는 개종했다는 이유로 암살당할 위험을 수차례 겪은 자다. 간 크게 이런 인물의 이름을 붙인 부모는, 자녀가 위인의 신앙을 본받기 바라는 간절함에서 작명했겠지만, 신앙 없는 자녀는 성장해서 이름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싶어 한다. 이름 값 못할 바에야 개명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7월 8일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현 국토부장관이 한 발언이 기사에 등장했는데, 이것도 큰 틀에서는 ‘이름’ 논란이다. 한 의원이 한국감정원 명칭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장관이 ‘한국감정원이 하는 일과 명칭이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적당한 명칭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국토부 산하 기관의 명칭을 변경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국토부장관이 내비친 것이다. 이 일이 있기 전, 감정평가사협회가 한국감정원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한국감정원은 ‘왜 내 이름 갖고 난리냐’ 대응했는데, 국토부 수장이 이런 발언을 했으니, 한쪽은 쾌재를 부르고 한 쪽은 뭐 씹은 표정일 게 뻔하다.

2008년은 공기업 구조조정이 한창이었다. 성과평가를 바탕으로 민영화대상으로 분류된 곳도 있고 기능을 조정할 기관으로 떠밀린 곳도 있다. 후자가 한국감정원이다. 내용이 정확하지 않겠지만, 민간이 하는 일에 숟가락 놓지 말고 공기업이 할 업무를 찾아가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필자가 속한 평가법인과 한국감정원이 2015년까지 경기도 어느 도시개발사업의 감정평가를 공동으로 수행했었다. 이런 일은, 이제 그만하라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찾은 일은 성공적이다. 홈페이지에 보면, 주요업무로 소개한 영역이, 부동산가격공시, 부동산조사·통계, 부동산시장관리, 감정평가시장관리, 보상수탁, 도시재생사업, 녹색건축, 부동산R&D, 시세정보 제공까지다. 부동산가격공시업무는 대표적으로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공시업무를 가리킨다. 수백 억 원의 예산이 매년 배정되는 일. 부동산조사·통계에도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이 배정된다. 그런데 여기서도 ‘시세정보 제공’업무가 좀 어색하다. 업무의 성격을 ‘아파트, 연립주택 및 다세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시 담보기초가격과 임대차 현황 등을 조사하여 제공함으로써 금융기관 등의 대출업무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업무특징 중 하나로 ‘저렴한 수수료로 고객부담 경감’한다고 적었는데, 아무리 봐도 민간이 할 일인데, 왜 이 일을 공기업의 업무라고 홍보하고 있는지 의구심은 가득하다.

초지일관 한국감정원 홍보기사를 많이 냈던 한 일간신문에서 최근의 아파트 공시가격 논란을 보도하면서 ‘이런 잘못 하고도 민간에 이 업무를 내주지 않겠다고 버티는 모습이 밥그릇 타령 아니냐?’는 조소를 담았다. 장관의 발언 한 마디에 사명 변경은 생각지도 않던 한국감정원장도 ‘감정평가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지만 여전히 관련 업무는 하고 있다, 아직 업무에 대한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실제 사명 변경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기간을 정해 놓지 않았으면 버티기 전략으로 한 때의 눈총은 피해갈 수 있다.

한국감정원이, 중요한 일 그리고 꼭 필요한 일 많이 하고 있는 것에 동의한다. 꼭 있어야 하는 기관인 것에도 이의 없다. 조사업무 일이 많아, 과로에 시달린다는 얘기도 들었다. 전국 지점에 순환 근무해야 하는 직원의 고충도 여전하다고 알고 있다. ‘감정’업무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게 됐으면 이름 바꿀 때 되지 않았느냐는 말이 불편하겠지만, 한국감정원이 혹 틈이 생기면 현재 ‘시세정보’ 유료 제공서비스처럼 유사한 업무로 ‘감정’업무를 침탈하려는 의도를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민간업계에서는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생각해 볼 일이다.

‘한국감정원’은 누가 보더라도 ‘감정’하는 기관이라고 오해할 만하다. 더 좋은 이름 있으면 이번 기회에 개명해도 좋지 않을까. 작명소까지 갈 필요 없다. 사내 의사 수렴으로 좋은 이름 후보는 차고 넘치게 튀어나올 터. 떠밀려 이름 바꾸느니, 적극적으로 현재 기관 업무의 성격을 여지없이 드러낼 촌철살인 그 한 단어 찾는데 나설 일이다. 개명이 돼도, 이전 이름에 밴 그 오랜 기간의 기여와 공로, 아는 사람은 다 기억해 줄 것이다. 솔직히 ‘한국감정원’이 뭐 그리 예쁜 이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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