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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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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평등주의와 노예주의

 

탈냉전시대의 여파로 미국의 독주가 20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그렇지만 이제 서서히 미국의 독주시대는 막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구소련연방이 무너지면서 연방으로부터 분리된 러시아의 힘만으로는 구소련연방과 같은 힘을 대외적으로 행사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미국은 세계 최강국으로 세계의 여론을 주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옛 영화를 되찾고자 주변국 외교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고, 하루가 다루게 욱일승천하고 있는 중국의 태동은 경천동지할 만하다. 브라질의 경제가 호전되고 있고, 인도 또한 IT산업에 기초한 전반적인 경제력 상승상태에 있다. 유럽연합은 또 어떠한가?


중동은 여전히 반미와 친미국가로 나누어져 이스라엘에 대립각을 세운 채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세계는 다극화체제로 서서히 진입하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정보의 공유현상이 일반화되면서, 미국이 여론을 주도하는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위와 같이 새롭게 부상하는 국가들의 사회적 인프라가 아직은 미국의 일반적 우월성을 따라잡을 수 없는 처지이지만, 점차 개선되어가고 있고, 무엇보다도 모든 세계인의 의식에 평등주의가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노예근성, 노예주의라는 단어가 뇌리를 떠나지 않고 맴돈다. 인간의 의식이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여전히 예전의 종속관계에 얽매여 평등주의를 부르짖는 사람들과 달리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일부 사람들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지식인층에 의외로 노예주의에 순치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음을 느끼고 놀랄 때가 많다. 좋게 말하면 보수주의일 수도 있고, 체제옹호주의로, 예전처럼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화해평등주의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뒤집어 놓고 보면 예전의 상전이 좋고 예전의 생활이 좋으니 그냥 그대로 살자는 것이다. 순치된 노예주의는 변화되는 세상에서 자기 주체성의 함몰현상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종석 통일부장관에 대한 격려성 발언을 두고 또 다시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에 오류가 있다고 말하면 안 되나? 라는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는 그의 표현을 보면서 쓸데없는 외교마찰을 불러일으킬 말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측과 할 말을 하자는 것은 당연하다며 옹호하는 측으로 나누어지는 사회현상을 또 다시 보게 된다. 하기야 같은 지붕 아래 사는 부부조차도 의견이 불일치하고 부자지간도 견해의 대립이 있을 수 있으니 4,800만 국민의 의견이 하나로 일치될 수야 없겠지만, 양쪽의 말이 다 일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지금 정신이 없다. 본인이 보기에는 불필요한, 일으키지 말았어야 할 이라크 침공사태를 유발한 후 미국은 정말이지 제 정신이 없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돈이 바닥나고, 미국의 전국력을 쏟아 부어도 전쟁이 자기들 뜻대로 풀려나가지 않으니, 발을 빼지도 못하고 더 처박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북한문제에 손을 쓸 겨를이 없어 말로 해결하자고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미 그러한 상황을 알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 그 사이에 러시아는 미국에 딴지를 거는 중남미 최대 산유국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에게 약 10억 달러 상당의 무기판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외신이다. 미국 국무부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기판매를 재고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으나, 돈 되는 일에, 미국의 발목을 잡는 일에 은근히 신이 난 푸틴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디 러시아뿐인가, 세계 최고의 무기수출국은 미국이고, 그 중의 상당량을 우리 한국과 이스라엘에 판매하고 있으면서도, 미국은 다른 나라가 또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무기에 대하여는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는 그 외에도 시리아, 레바논, 이란 등 중동국가에도 끊임없이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물론 중국도 은근히 이에 가세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강대국들은 무기 수출로 짭짤한 경제적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세계의 분쟁을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들이 수출한 무기로 중무장한 국가들이 서로 전쟁을 하고, 강대국은 이들을 말리면서도 또 다시 무기를 수출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고, 아주 웃기는 짬뽕이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은 늑대소년처럼 살아온 게 수십 년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가장 큰 사상자를 낸 한국전쟁, 동족상잔의 아픔과 고통을 겪었다. 그 후에 베트남전쟁이 있었지만  지금 베트남을 보면 너무나 조용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이다. 미국의 시각으로 보면 공산주의와의 전쟁에서 패배했을지 모르지만, 베트남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월남과 월맹이 통일되어 하나의 국가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처음에는 사회주의 정책 위주로 국가경영을 하였지만, 결국에는 시장경제를 접목하였고, 현재는 전국민이 경제개발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은 조용히 국력 신장에 온 힘을 기울이며 평화로운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모스크바 삼상회담의 결과 남북이 찢어졌고, 6.25 전쟁으로 인해 상처가 더 깊어졌지만, 여전히 남북은 분단상태이고, 그로 인하여 우리는 북한이 우리를 다시 쳐들어올 것이라는 늑대소년의 말에 깜짝깜짝 놀라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대단히 평화로운 나라이다. 지난 오십여 년 동안 남북의 사소한 긴장도발이 몇 차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호들갑을 떨어야 할 만큼 위협상황은 결코 아니다. 전쟁 중에 있는 중동국가와 비교해 보면 명약관화하다. 옆집에 총이 있는 게 무서운 게 아니다. 누가 내게 총을 겨누는가 하는 것이 두려운 일일 뿐이다. 옆집이 총을 갖는 것을 너무 무서워하지 말자. 우리는 대포를 가지고 있으면 되지 않겠는가? 일본 재계의 총리라고 불리는 오쿠다 전 게이단렌 회장이, 일본은 아시아의 맹주가 될 역량도 품격도 없다며, 일본 이대로 가다가 침몰한다고 질타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속을 것도 없다. 침몰하는 국가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게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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