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像에 안대 씌울 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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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像에 안대 씌울 대책 없나
  • 이상연
  • 승인 2006.07.21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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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고등법원의 부장판사가 법조브로커로부터 금품과 향응 등 로비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 검찰의 수사를 받고있다고 한다. 고법 부장판사 외에 다른 현직 부장판사 3명과 전·현직 검사 3명에 대해서도 같은 의혹과 관련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보도다. 그런가 하면 군산지원에 근무했던 판사 3명도 비리 때문에 사표를 냈다고 한다. 1997년의 의정부 법조 비리, 1999년의 대전 법조 비리, 최근의 브로커 '윤상림 사건'에 이어 또다시 드러나고 있는 법조의 '추한 속살'이다. 잊을 만 하면 다시 되풀이되는 법조계 비리는 법원과 검찰의 변화노력에 기대를 갖고있던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브로커와 연계된 법조비리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다. 비리의혹이 불거지면 쉬쉬하다 사표만 받고 덮어버리고 마는 법조계 내부 관행에 비해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것 뿐이다.


법조브로커가 횡행하는 것은 법조계 내부에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이 어느정도 마련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법조브로커와 법조인들과의 유착내지 금품거래가 끊이지 않는다면 법조주변에서 회자되는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을 지우기란 요원할 것이다. 판사나 검사들의 비리가 일반 공직자들의 비리보다 훨씬 더 무겁게 인식되는 것은 이들이 맡은 소임 때문이다. '정의의 여신' 디케(Dike) 조각상은 한 손에 저울, 다른 손에는 칼이나 법전을 쥐고 있다. 저울은 형평성을, 칼은 엄정함을 나타내고, 눈을 감거나 안대로 가린 것은 판결에서 주관성을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법과 정의를 구현하고 인권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 대법원의 로고 또한 디케를 형상화한 것이다.


법조브로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법원과 검찰은 윤리강령 또는 행동요령과 관련된 법규나 규정을 새로 고치고 자체 감시장치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온 게 사실이다. 그리고 빠짐없이 '환골탈태'를 공언해 왔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이 공염불이 되고만 셈이다. 최근 전주지법 군산지원의 판사 3명이 사직한 사건도 '영감님들 세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수백억 원대의 배임혐의 관련자에게서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고, 일부는 아파트 입주와 관련해 도움을 받은 판사 3명에 대해 사표수리만으로 종결한 것이 과연 납득할 만한 처리였는지 논란거리가 되고있다. 다른 공직자는 비리혐의가 있으면 즉각 검찰에 소환되고 거기다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이 뒤따른다. 그러나 판·검사 비리에는 눈을 지그시 감은 '디케가 실눈을 뜨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내부 '진상조사'만 슬쩍 거친 뒤 은밀히 사표를 내는 것으로 덮어버린다. 


최근 대법원과 검찰이 강조한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엄단 방침이 무색해졌을 뿐 아니라, 온갖 사법개혁 논의도 국민의 냉소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 법조 비리는 결과적으로 사법 불신을 키우고 사법 불신은 사회정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법조 비리는 더 엄히 문책해야 한다. 이참에 디케상에 안대를 씌우겠다는 스스로의 뼈를 깎는 자정 노력으로 법조인의 양심을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정치권의 입법 논의도 뒤늦게 나마 속도를 낼 전망이어서 다행이다. 대책은 대책이고 의혹을 명명백백히 가리는 것만이 실추된 신뢰와 권위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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